- 밀실 졸속 협상 의혹 국정조사 후 비준 여부는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

한나라당이 차기 정부 시작을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5개 법안을 상정하자마자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억지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줄곧 한미 FTA 비준 동의를 주장해온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과 기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한미 FTA 걸림돌이라며 어서 빨리 수입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여기에 자칭 새로운 진보를 표방한 신당의 손학규 대표 역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찬성한다고 밝혀 세탁하지 못한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미 FTA 협상은 국정조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국회의원 82명이 국정조사를 요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의 열세 때문에 국정조사가 지연되고 있지만 한미 FTA 협상 과정과 결과는 국민이 동의하지 못할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책임있는 진상 규명을 미적거리면서 임시 국회에서 비준동의안 처리를 꾀하는 것은 국민 기만극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한미 FTA 협상과 이후 비준 동의를 반대하며 그간 진행된 협상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일부 언론이 한미 FTA의 진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특정 사업자와 정치 세력의 입장만을 대변하며 홍위병 노릇을 반복하는 행태를 규탄해왔다. 언론노조의 이같은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시금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한미 FTA 비준 동의 책동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와 연대해 반FTA 투쟁을 힘있게 전개할 것을 천명한다.

임시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고자 하는 속셈은 뻔하다. 온 국민의 관심이 정권교체에 쏠려 있는 틈을 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자 함이다. 외교통상부 업무 보고시 인수위가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인 쇠고기 수입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 대안을 보고하라’고 주문한 것은 외교 주권의 실종을 보여준다. 알다시피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광우병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우리 국민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한낱 무역 거래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그들이 섬기겠다는 국민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광우병의 공포에 무방비로 방치되는 힘없고 선량한 국민은 그들이 섬기는 대상이 아니라고 고백해야 한다.

새로운 진보로 포장한 신당도 한미 FTA 찬성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신당이 본분을 다하려면 한미 FTA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해 관철시키는 것이다. 그것만이 신당이 무너진 정치 철학과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공당으로서 양심을 지키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언론 역시 은근슬쩍 한미 FTA 비준 동의 요구에 편승해 진실을 외면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언론은 불편부당하게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 FTA 문제 만큼은 일부 언론이 편들기로 일관하고 있다. 편을 들어야 할 분명한 까닭도 없다. 그저 일방의 주장을 여과없이 중계하며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 언론에게 진실은 영원히 드러나지 말아야 할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교역량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늘어난 교역의 수헤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또한 일방의 희생 댓가를 몇푼의 보상으로 땜질하며 할 일 다했다는 공권력의 폭력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익으로 포장한 선전이 힘없는 국민의 희생을 댓가로 한다는 것은 세계 경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언론은 이런 진실에 눈감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한미 FTA 찬성 행태가 마치 이성을 잃은 맹신도 집단의 광기처럼 비쳐지고 있다. 민주적 논의를 배제, 거부한 채 일방적 선전과 밀실 야합으로 타결한 한미 FTA 협상안을 밀어붙이고자 하는 정치권과 언론은 사대주의를 넘어 반역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목축업자행동법적기금(R-CALF)과 전국육우협회(NCBA) 등 목장주 단체조차 광우병 우려 때문에 30개월령 이상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했음을 똑똑히 기억하라.

2008년 1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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