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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방송협회 '정부 협찬' 갈등, 진짜 문제는?언론재단 대행 논란 불거져…관계자·전문가 "그 자체가 문제인 협찬 제도 정비해야"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4.30 09:31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부기관 협찬 대행기관 선정을 둘러싸고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방송협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언론재단은 협찬을 광고의 범주로 넣고 자사가 광고대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방송협회는 협찬이 유사광고이기 때문에 언론재단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갈등과는 별개로 협찬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현행법에서 방송 협찬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방송사업자가 협찬주로부터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고 그 협찬주의 명칭 또는 상호 등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방송법은 일반 방송 광고와 협찬고지를 분리하고 있다. 반면 정부광고법에서는 정부 광고를 “국내외의 홍보 매체에 광고·홍보·계도 및 공고 등을 하기 위한 모든 유료고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방송협회 CI

정부기관 협찬고지를 둘러싼 언론재단과 방송협회의 갈등

언론재단과 방송협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은 정부 기관이 발주한 협찬 개념 규정이다. 언론재단은 정부기관 협찬을 방송 광고의 형태로 보고 자사가 대행 업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재단은 “헌법재판소 판례 등에 따르면 협찬광고는 광고의 일종”이라면서 “자사가 광고대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광고법 상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대행 명목으로 광고비의 10%를 수수료로 챙긴다.

반면 방송협회는 정부기관 협찬을 일반 광고로 규정해선 안된다고 반박한다. 방송협회 측은 “방송법의 정의 및 분류체계에 따라 협찬고지는 광고와 분리되는 개념”이라면서 “협찬고지를 정부광고로 규정할 경우 언론재단의 대행수수료 때문에 프로그램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방송협회는 정부기관 협찬 대행을 언론재단이 맡으면 이중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방송협회는 “대행을 한다는 것은 정부기관과 방송사 사이에서 업무를 조율한다는 의미이지만 실제 언론재단은 그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언론재단을 통해 협찬 대행을 하면 민간 광고대행사에도 수수료를 줘야 한다. 방송협회는 처음부터 민간 광고대행사에 협찬고지 대행업무를 맡기면 이중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방송협회는 지난해 12월 회원사에 ‘향후 정부기관 또는 공공법인으로부터 협찬을 받는 경우 반드시 언론재단을 통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사 측에 “정부기관 또는 공공법인으로부터 정부광고에 해당하는 협찬을 받는 경우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문체부는 2월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언론재단의 정부 협찬대행 논란을 넘어, ‘방송프로그램 협찬이 꼭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찬은 직접 광고와 달리 프로그램 콘텐츠에 녹아들게 된다. 즉 시청자가 협찬과 프로그램 내용을 구분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의 협찬은 이상한 방법으로 은밀하게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광고라는, 떳떳하게 상품홍보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협찬은) 세금을 내지 않는, 탈세하는 식으로 이용돼 법망을 비껴가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콘텐츠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홍보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3일 협찬 고지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선숙 의원은 “협찬 고지 규칙에서 방송사업자 등이 방송프로그램에 필요한 물품·용역·인력·장소 등을 협찬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에 필요한 경비를 협찬받을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해 특정 기업에 현금 등의 협찬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협찬 상품·용역의 구매를 권유하거나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금지 ▲방송사업자는 협주, 규모, 목적 등을 신고하고 협찬 고지를 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방송사가 이를 어길 시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담하는 벌칙조항을 신설했다. 통상 같은 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하는 기존 관례와 달리, 해당 법은 원내 5당(더불어민주당 인재근·김현권·유승희 의원,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다수의 정부 기관은 각종 방송매체에 협찬고지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 중구청의 경우 지난해 6월 청년몰 눈꽃마을 홍보를 위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방송을 요청했다. 중구청은 프로그램 유치를 위해 SBS에 2억 원의 협찬금을 지급했다. 실제 SBS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인천 편’에서 청년몰을 배경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 편을 위해 세금 2억 원이 소비된 셈이다.

▲정부기관 협찬고지의 사례. (사진=SBS, MBC 방송화면 갈무리)

“협찬고지 때문에 방송까지 흔들린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방송프로그램 협찬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지난 26일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투명성 제고와 시청권 보호를 위한 협찬제도 개선방안> 발제문에서 “방송사들은 규제 규정이 허술한 틈을 타 편법적인 협찬을 한다”면서 “단순한 협찬 고지를 넘어 실제 프로그램 안에서 광고효과를 주는 다양한 시도가 있다. 협찬이 제작환경을 혼탁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우 교수는 협찬 제도에 대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연우 교수는 "현 규정으로는 협찬고지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 정작 방송의 공공성을 해치고 공정성을 훼손하는 협찬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다"면서 "협찬에 대한 규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그 범위와 내용, 방식과 과정에 관한 법·제도적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연우 교수는 “협찬고지는 당초 엄격한 규제대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성화되고 있다”면서 “재원의 필요성이 높아진 방송사업자와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모색하는 광고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연우 교수는 “하지만 협찬의 범람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훼손하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날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연우 교수는 “협찬고지는 ‘순수하게 협찬행위를 통해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원하고, 고지 외에는 어떠한 광고효과를 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광고효과가 없는데도 주머니를 열 협찬주는 없다. 방송 제작에 필요한 자원을 확충하기 위한 협찬고지 제도의 취지는 실현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정연우 교수는 “오히려 협찬을 하면서 협찬 사실을 감추고, 심지어 협찬주를 위해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면서 “제작의 흐름과 포맷, 스토리의 구성까지 협찬주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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