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요는 도대체 누가 왜 1위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시청자들이 점수를 공개하라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제작진은 아랑곳 않는다. 배짱이거나 오만일 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인기가요를 PD가요라고 비꼬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뮤직뱅크는 어쨌든 여러 가지 집계하고 산출한 점수를 전부 공개하고 있어 인기가요에 대해서 상대적인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올 초 개편한 후 뮤직뱅크 역시 순위결정에 커다란 맹점이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아니 진작부터 예견되던 부작용이었다.

뮤직뱅크 K차트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 없이 음원점수, 시청자 선호도, 음반점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송점수 등의 네 가지 항목의 성적을 집계한다. 배점은 물론 다르다. 순서대로 60%, 10%,10% 그리고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송점수가 20%를 할당받고 있다. 팬덤 간의 신경전이 치열한 아이돌 그룹들끼리의 경쟁에서는 음반 사재기라는 의혹 아닌 의혹도 제기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방송점수 20%는 실질적으로 음반 판매보다 훨씬 더 결정적으로 순위에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헌데, 과거나 지금이나 K차트의 점수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예전과 달리 거대 팬덤의 음반 구매력으로부터 다소나마 자유로워지기 위해 음반점수를 종전 15%에서 5%를 덜어냈다. 그것을 방송점수에 보탰다. 그러나 방송점수가 배점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KBS만이 아닌 타 방송사의 방송 횟수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평가였다면 현재는 KBS 내로 한정하고 있다. 그것도 티비가 70%로 라디오의 30%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DJ DOC가 컴백했을 때 소위 조건부 출연이라는 이면 거래설로 가요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그러나 드러난 것이 인기가요일 뿐 그와 유사한 형태의 압력은 작용하고 있을 거란 입소문이 떠돌았었다. 그런 정황 증거가 되는 것이 바로 뮤직뱅크의 방송점수 집계 대상이 KBS로 축소된 사실이다. 그것도 티비에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둔 것은 각종 예능 출연에 암묵적인 강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뮤직뱅크에서 1위 하고 싶으면 KBS 각종 예능에 출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실제 뮤직뱅크 K차트에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음악 프로그램은 KBS에 없다. 그럼에도 티비 점수를 높게 하는 것은 설마 드라마에 출연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고 누가 봐도 예능에 대한 강요일 따름이다. 모든 가수들에게 비교적 문턱이 낮은 라디오가 사실은 방송 빈도가 높아 진정 공정한 기준을 갖고자 노력했다는 흉내라도 냈다면 티비보다는 라디오 방송 횟수에 좀 더 무게를 뒀어야 했을 것이다. 결국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와의 드러나지 않는 어떤 카르텔에 의해서 예능 출연이 이뤄지고 그 영향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현재와 같은 현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소녀시대의 기습 컴백 훗은 스스로 3주의 방송활동을 정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뮤직뱅크에서는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공식 활동을 끝낸 이후의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결방된 4주째와 5주째는 거의 이 방송점수의 힘으로 1위를 지켜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주차의 경우 소녀시대와 경합을 벌였던 비스트의 경우 시청자 선호도야 워낙 소녀시대가 독보적으로 높아서 그렇다고 하겠지만 두 배 차이를 보인 방송점수의 차이만큼 총점에서 밀려 2위에 머물러야 했다.

5주차 2위곡은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의 OST 백지영의 그여자였다. 소녀시대 훗보다 신곡인 만큼 음원점수를 두 배 이상 앞질렀지만 0점 처리된 방송점수가 역시나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주 카라의 1위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컴백한 지 3주차 1위라는 다소 늦은 반응이지만 2위 곡인 브아솔을 근소하게나마 따돌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나 방송점수였다. 소녀시대와 카라가 소위 전원 출격한 예능이 적어도 활동시기에는 KBS밖에 없었던 것은 단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지만 순위 프로그램의 마지막 보루였던 뮤직뱅크가 이런 부적절한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공정성의 가치를 포기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미국의 빌보드, 일본의 오리콘 등의 공신력 있는 음악차트를 갖지 못한 한국의 부끄러움을 영영 해결할 길이 없을 것이다. 방송점수는 아닌 게 아니라 가요의 인기를 측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수치다. 그러나 KBS만이 그 표본이 된다는 것은 그 의미를 왜곡하고 나아가 K차트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또한 뮤뱅 1위에 올라 감격에 눈물 흘리는 가수들의 노력을 퇴색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