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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선거제·공수처 비난' 사설에서 쏙 빠진 것은"공수처법, 선거제 변경에 끼워 팔아" 맹비난…현행 제도보다 일보 전진, 반대한 건 한국당
전혁수 기자 | 승인 2019.04.24 11:28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거제 개편,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국가 중심 제도 갖고 장난"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제, 공수처 등에 대한 지금까지 논의과정을 모두 알고 있는 조선일보가 일방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24일자 조선일보는 <의원 빼주고, 끼워 팔고, 국가 중심 제도 갖고 장난> 사설에서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근절이라는 공수처 애초 취지와 달리 장·차관급과 대통령 친인척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의원도 슬그머니 대상에서 빠졌다"며 "이대로 통과되면 공수처가 아니라 '판검사 수사처'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썼다.

▲24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2월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때는 왜 이런 말이 갑자기 나오는가 의아했다"며 "4당이 국회의원을 쏙 뺀 공수처법에 전격 합의한 것을 보니 국민 몰래 저희들끼리는 이런 얘기가 오가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조선일보는 "당리당략을 놓고는 한 치 양보 없이 으르렁대던 4당이 국회의원의 신분 안전을 위해서는 한마디 이견 없이 합의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은 정당 득표에 따라 의석수 배분을 정하는 선거제 개편에 목을 매고 있다"며 "몇 석이라도 더 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수처법 통과에 몸이 달아있다"며 "경제 지표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가짜 비핵화 쇼는 1년 만에 들통이 나서 국정 전체에서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는 터라 뭔가 해냈다고 생색을 낼 거리가 필요해진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그래서 공수처법을 선거제 변경에 끼워 파는 이번 4당 합의가 이뤄졌다"며 "경기의 규칙인 선거제를 제1 야당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공수처법은 공직자, 국회의원을 빼고 껍데기만 남길 거냐는 지적도 아랑곳 않는다. 국가의 근본 틀을 이렇게 엿 바꿔 먹듯 거래하고도 국민 앞에 부끄러운 기색도 없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지적 대로 여야가 합의한 공수처법은 완벽한 법안이 아닐 수 있다. 공수처 기소 대상에 국회의원,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가 빠지고, 검사·판사·경무관급 이상의 경찰만 기소 대상이 됐다. 국민 눈높이에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의 배경을 살펴보면 현행 법체계보다 진전된 것이 사실이다.

공수처 설치의 배경은 첫째 검찰개혁, 둘째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 있다.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왔다. 또한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검찰 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제대로 기소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공수처에 검사, 판사, 경무관급 경찰에 대한 기소권을 부여한 것은 첫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내용이 부족할 수는 있으나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을 정치적 합의로 이뤄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란 얘기다. 특히 바른미래당에서 제안한 대로 공수처장 임명시 야당의 비토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도 인사권자에 대한 의구심을 지워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도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한 방안으로 패스트트랙을 고려하는 게 문제가 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선거제 개편도 마찬가지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전형적인 승자독식형 제도로 거대양당이 의석을 독식하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이미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양당제보다 다당제를 원한다는 사실은 입증된 바 있다. 그렇다면 다당제를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다당제를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번에 여야 4당이 합의한 50% 준연동제가 100% 연동형 비례제보다 부족한 면이 있을 수는 있으나, 비례성과 대표성을 살리고 다당제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안임에는 분명하다.

관련 논의의 흐름을 살펴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를 가로막은 것 역시 자유한국당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5년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이미 도입 논의가 있었고, 당시 정개특위 위원장이었던 이병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현재 여야4당이 합의한 50% 준연동제와 유사한 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무시로 일관했다. 지난해 12월 5당 원내대표 합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겠다는 시대착오적 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선거제 개편 문제는 만장일치 합의가 국회의 관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협상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부족할 수는 있지만 공수처 설치법, 선거제 개편안은 분명 현행 제도보다 일보 전진한 안이다. 조선일보는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 개편에 대해 사설, 칼럼 등을 통해 검토해볼만한 제도라는 의견을 낸 바도 있다. 그리고 이 법안들을 반대하는 건 한국당이고, 조선일보도 그 동안의 협상의 진행 과정을 뻔히 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보 전진한 안에 대해 조선일보가 일방적 비난을 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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