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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 "KBS 산불보도, 정보는 없고 '그림'만 보여줘""화재 장면만 보여주는 것 의미없어" 질책… "피해상황·대피요령 등 정보전달 충실해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4.13 08:51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강원 산불 재난방송과 관련해 KBS 이사진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실제 재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사진들로부터 거세게 일었다. 

실시간 화재 피해 상황과 확산 방향, 대피소 안내, 대응 요령 등 재난지역 피해자들에게 절실한 정보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으로, 1보로서 기능하는 이른바 '재난 그림'만이 반복 보도됐다는 이사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단순 시스템 보강만으로는 재난방송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KBS 사옥 (KBS)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는 KBS 강원 산불 재난방송 관련 긴급 임시이사회가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양승동 사장, 정필모 부사장, 김의철 보도본부장, 김태선 통합뉴스룸 국장 등 KBS의 경영진 및 재난방송 책임자들은 미흡했던 재난방송의 경위와 향후 개선 계획을 보고했다. 

양승동 사장은 "강원 산불 KBS 재난 방송과 관련해 많은 지적과 비판이 있었다. '특보시점이 늦었다', '대피·구조 위주의 방송보다는 중계 부분이 여전히 많았다', '장애인을 위한 수어방송이 너무 늦었다' 등의 지적들이 있었다"며 "안팎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KBS 재난방송 단장인 김의철 보도본부장은 부실보도 논란이 일었던 강원 산불 뉴스특보 경과를 보고했다. 김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KBS는 재난방송 메뉴얼에 따라 재난방송 단계를 높여갔다. 

KBS의 재난방송 메뉴얼은 총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피해가 예상되는 자연재난 및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로 자막스크롤, 기상캐스터 특보 등 여러 부수적 조치들을 통해 재난정보를 제공한다. 2단계는 대규모 재난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조치는 뉴스특보 실시다. 3단계는 정규방송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특보체제로 전환해 재난방송을 이어가는 단계다. 2단계, 3단계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비판이 거셌다.  

이날 KBS측이 밝힌 특보체제 전환 시점이 늦어졌던 이유로는 ▲화재현장과 가까웠던 강릉방송국의 인력과 장비 등의 조건이 재난방송에 즉각 대응하기에 부족했던 점 ▲고성일대 화재현장에 인력과 장비가 조속히 도착하지 못한 점 ▲ 정보부족 ▲화재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 등이다. 

재난방송 실무를 총괄한 김태선 통합뉴스룸 국장은 "최선을 다하고 합리적 판단을 했다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이 미흡했던 것 같다"며 "지적들을 겸허히 수용한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S는 '재난방송 개선 TF'를 구성, 재난방송 시스템 전반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TF단장을 맡은 정필모 부사장은 ▲지국 등에 대한 인력·장비 보강 ▲재난방송 메뉴얼 보강(전사적 행동 메뉴얼·재난 컨트롤 타워 구체적 운용방식·재난 상황별 구체적 대응방안 등) ▲스마트폰 및 SNS정보 활용에 대한 개선책 마련 ▲정부기관 협조 강화를 통한 재난정보 수집 및 실시간 정보분석기능 강화 ▲재난방송 전문인력 양성 및 상시근무체제 구축 ▲재난방송 모의훈련 월 1회 정례화(기존 연 1회) 등의 개선방안 계획을 보고했다. 

이와 함께 KBS측은 특보시점과 함께 논란이 됐던 수어방송 미실시와 관련해서는 논란 당일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수어방송을 즉시 실시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BS 이사회는 특보시점, 수어방송 등 사회적으로 큰 비판이 일었던 문제들만큼이나 부실했던 재난보도의 내용을 지적하며 KBS의 개선방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재난 그림'을 담는데 집중하고,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본질로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사태는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형철 이사는 "어느 때 방송을 끊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메뉴얼이 효력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메뉴얼로 해결이 안되는 부분은 피해자 중심, 안전을 중심으로 하는 보도"라고 비판했다. 

강 이사는 "'지금 불이 났습니다. 불이 났죠. 불이 활활타고 있습니다'는 식의 보도는 1보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알려줘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불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체적인 정보가 중요한데 그런 정보가 없다. 불난 건 이미 다 아는데 새벽까지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고 보도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강 이사는 "지금 중요한 건 강원도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다. 이 같은 문제는 '중앙'의 인식 때문"이라며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재난에 대해서 방송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재난을 피할 수 있도록,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재난방송"이라고 지적했다.
   
문건영 이사는 "화재 확산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교통상황에 피해는 없었는지 등을 알 수 없었다. 결국 정보를 얻는 것을 포기했다"며 "'나도 이런데 지역에 계신 분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했다. 정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화재 당일을 회상했다. 

제주 출신인 문 이사는 제주도 태풍피해를 보도하는 주요 언론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재난 피해자들에게 있어 정보보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 이사는 "태풍이 왔을 때 가장 궁금한 건 이 태풍이 언제 지나가서, 언제 내가 안전해질 수 있는지다. 태풍의 속도, 방향, 영향력 등인데 이는 아주 잠깐 보여줄 뿐"이라며 "그런데, 태풍보도가 계속 되기는 하는데, 그냥 '그림'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재난방송을 보며 '태풍이 얼마나 크고, 기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에만 관심이 있고 우리는 관심이 없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는 게 문 이사의 설명이다.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인 김태일 이사 역시 "우리나라 재난보도는 '보도재난'이라고 결론냈다. KBS는 물론이고, 이것은 재난보도가 아니라 재앙적 수준의 보도"라고 질타했다. 그는 "재난방송의 중심은 피해다. 피해 당사자와 피해지역의 눈으로 위험을 피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야 한다"며 "국민의 눈도 아니다. 일반 시청자가 아니라 피해주민의 눈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재난보도의 핵심은 정확성이다. '기레기'라며 멱살잡힌 세월호 참사 보도 비극의 출발점은 전원구조 오보, '정확성'이었다"며 "KBS는 어떻게 했나. 정확성을 먼저 말하고 신속성을 말하라. 불길이 어디로 가고,  사람들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또한 김 이사는 "불은 꺼졌지만 화재 피해 상황은 여전하다. 피해자들의 회복과 피해복구 상황, 재난 이후 정부 대책 등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끝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이사들의 지적에 양승동 사장은 "이사님들의 따끔한 질책과 날카로운 지적에 감사드린다. 특히 재난방송이 피해자와 피해지역을 핵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경청했다"면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후속 보도도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실의에 빠진 피해주민들을 심리적으로 지원하고 빠른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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