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탭의 배터리 급방전·화면꺼짐 등 ‘버그’ 논란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가 경향닷컴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디지털뉴스국 인터랙티브팀은 트위터(@KHross_khan)를 통해 “삼성의 요청이 들어와 기사를 삭제한 게 맞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후, 경향닷컴은 경향신문 기자가 작성한 “갤럭시탭, 배터리 급방전·화면꺼짐 등 ‘버그’ 논란” 기사를 게재했다. 삼성전자 태블릿 PC 갤럭시탭의 버그 문제를 다룬 이 기사는 경향닷컴 뿐 아니라 다음, 네이트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도 송고됐다.

▲ ⓒ연합뉴스
기사는 갤럭시탭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갤럭시탭 버그를 지적하는 이용자들의 글을 바탕으로 했으며, 배러티 급방전, 조작 중 화면 꺼짐 현상 등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나 오후3시31분에 입력된 이 기사는 오후 4시39분 수정을 거친 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경향신문을 비롯한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요청으로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

해당 기사 삭제 이유는? “삼성 요청으로 기사 삭제”

<경향신문> 디지털뉴스국 내 인터랙티브팀은 이와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갤럭시탭 문제를 다룬 기사가 경향신문 웹사이트에서 사라졌다”며 “확인해보니 삼성의 요청으로 기사를 삭제한 것이 맞다.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는 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디지털뉴스국 인터랙티브팀 트위터(@KHross_khan) 화면 캡처
그러나 박래용 디지털뉴스 편집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그냥 뭐 내렸다”라는 말만 할 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편집장은 ‘삼성의 요청으로 기사를 내렸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을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이 문제 삼을 수 있기에 기사 내리자고 했다”

삼성의 기사 삭제 요청과 별개로, 해당 기사를 쓴 기자도 삼성의 문제 제기를 우려해 “기사를 내리자”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내가 기사를 내리자고 했다”고 밝혔다. 갤럭시탭 관련 카페 글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을 삼성에서 문제 삼을 경우,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기자는 “갤럭시탭 관련 카페에서 버그 관련 글이 올라온 게 사실이고, 삼성은 ‘전혀 그런 사실 없다’며 부인하는 상황에서 (카페 글을 중심으로) 기사를 썼다”며 “취재를 통해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삼성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어 기사를 내리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카페 글을 중심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 해 본 뒤 다시 기사를 쓸 것”이라며 “카페 분들에게 이미 사실 관계에 대한 요청을 해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포털 사이트 네이트에 송고된 해당 기사 주소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온다.
누리꾼들 “삼성의 언론 통제?”

지난 2월, ‘삼성을 생각한다’ 칼럼을 누락해 큰 비판을 받은 <경향신문>이 또 다시 삼성 관련 기사를 누락한 것에 대한 누리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삼성은 지난 2008년 <경향신문>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을 계기로 삼성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자 경향신문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면서 ‘광고로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라 이번 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매섭다.

현재, 누리꾼들은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경향신문의 삼성 갤럭시탭 기사가 삭제된 사실을 퍼나르고 있다. 해당 기사는 경향닷컴과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황이지만, 스마트폰 관련 카페, 블로그를 중심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 2월 김상봉 교수의 ‘삼성을 생각한다’ 칼럼을 누락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경향신문>은 2월24일자 ‘대기업 보도 엄정히 하겠습니다’라는 알림을 통해 “김 교수의 칼럼이 삼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게재할 경우 자칫 광고 수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 때문”이라며 “앞으로 정치권력은 물론 대기업과 관련된 기사에서 더욱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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