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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진주시 싸움이 걱정스러운 이유[지역에서 바라본 세상]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김주완 기자 | 승인 2008.01.21 10:42

언론-자치단체 싸움에 노동조합도 가세

경남 진주에 본사를 둔 경남일보(사장 황인태)와 진주시(시장 정영석)의 감정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진주시 이준화 부시장을 비롯한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지난 1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경남일보의 최근 편파 왜곡보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간부는 “최근 경남일보는 진주시 시책은 물론 지역 내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와 왜곡, 과장보도로 일관함으로써 지역 여론이 호도되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사설에서도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출된 공복에 대해 ‘인격관리가 부주의하고 겸손하지 않다’는 등 인신공격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 경남일보와 진주시의 감정싸움을 촉발시킨 직접적 계기가 됐던 14일자 '황인태 칼럼' /경남일보 PDF  
 
앞서 경남일보는 10일자 신문에서 ‘토공-주공 통합 진주시장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보도로 정영석 진주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에 진주시 간부공무원이 경남일보를 방문, 기사에 항의했다. 그러자 황인태 사장이 직접 기명칼럼을 통해 “정 시장은 보도가 나가자 자신의 수족들을 신문사로 보내 기사에 대해 항의했다”며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 시장의 지시 없이 스스로 언론사에 찾아와 항의했을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시장과 공무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간부공무원들이 성명서를 통해 특정언론을 규탄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어 15일에는 전국언론노조 경남일보지부와 한국기자협회 경남일보지회가 진주시장실을 항의방문, 정영석 시장과 진주시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7일에는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진주시지부가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오늘의 사태 책임자 경남일보 황인태 사장은 물러나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시청 산하 전 사무실의 경남일보 구독 중단 △시정홍보와 광고료 지급 중단 △보도자료 제공 중지와 시청 출입 제한을 요구했다.

정리해보면 경남일보 사측과 노조, 기자협회가 한 편이 되고, 진주시장과 간부공무원, 노조가 다른 한 편이 되어 서로 싸우는 기이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 민주공무원노조 진주시지부 간부들이 '황인태 사장 물러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남도민일보  
 
한나라당 정치인 편가르기로 비화

경남일보는 또 17일자 1면 머리기사 ‘정영석 시장, 한나라 공천 개입시도’를 통해 “진주시장이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을 찾아가 ‘김재경 의원은 잘하고 있는데, 최구식 의원은 잘 못하고 있다. 따라서 김재경 의원은 공천을 주어야 하고, 잘 못하고 있는 최구식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물론 이에 대해 이방호 사무총장과 정영석 시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한창 민감한 한나라당 공천 문제여서 파장이 적지 않다. 급기야 ‘탈락시켜야 할’ 대상으로 지목된 최구식 의원이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 정영석 진주시장의 '공천개입 시도' 보도에 따라 진주지역 한나라당 당원들이 진주시장을 항의방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남일보 PDF  
 
진주지역 한나라당 당원들과 도의원·시의원들은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을 들어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정영석 시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는 등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진주시와 정영석 시장에 대한 경남일보 보도내용을 따져보면 딱히 명백한 오보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동종업계 언론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황인태 사장 전력과 또다른 배경

우선 경남일보 황인태 사장의 전력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한나라당 정치인 출신이다. 서울디지털대 부총장이었던 그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외곽캠프에서 ‘인터넷대책반장’으로 활동했으며, 2003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사이버특보’,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디지털특보’ 겸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추진위원장’을 맡았다. 2004년 총선에서는 서초갑 공천을 희망했으나 비례대표 24번을 배정받아 한 때 비례대표 승계 2순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서울디지털대학교 학생들의 등록금 38억3천여만 원을 횡령·유용하고 세금 4억8천만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그는 당시 이회창 전 후보와 최병렬 전 대표에게 각각 1억, 2억 원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사학법 개정 논란이 한창이던 당시 이 사건으로 ‘사학비리당’이라는 공격을 받던 한나라당은 황급히 황씨에 대한 당원권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는 최근에도 새로운 배임 혐의가 드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일로 인해 그는 경남일보 취임 당시에도 논란을 빚었고 신문법상 ‘발행인’과 ‘편집인’의 결격사유에 해당돼 그냥 사장 직책만 맡고 있다.

이처럼 황 사장 스스로가 정치인이었고, 또한 범죄자라는 이유로 인해 최근 경남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도 그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진주시 민주공무원노조가 기자회견과 그 후 내건 펼침막에서 ‘경남일보’를 규탄하는 대신 ‘황인태 사장 물러나라’고 한 것도 그런 배경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는 취임 초기 자신에 대한 비판여론과 관련 “언론사의 발행인과 편집인도 아니고 사장으로서 경영을 전담하게 된다”(오마이뉴스, 2006년 8월 31일자)라고 밝힌 것과 반대로 실제로는 끊임없이 편집권에 관여해온 정황도 뚜렷하다. 그동안 ‘황인태가 만난 사람’이라는 코너를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그의 부인 김윤옥씨, 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유력 정치인과 관료, 기업가들에 대한 인터뷰를 지면에 실어왔고, 대선 과정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인터뷰도 자신이 직접 진행했다.

   
  ▲ 경남일보 황인태 사장은 논란에도 불구, 꾸준히 정치인과 관료 등에 대한 인터뷰와 기명칼럼을 써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에 대한 황 사장의 인터뷰 기사. /경남일보 PDF  
 

또 이번 진주시와 감정싸움을 촉발한 ‘최구식, 김재경, 정영석과 언론 보도’라는 칼럼도 자신이 직접 썼다. 그는 특히 이런 칼럼과 인터뷰를 통해 최구식 의원에 대한 우호적 입장과 김재경 의원, 정영석 시장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끊임없이 드러내면서 ‘정치적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남일보와 진주시가 2005년 말 공고료(행정기관이 공적인 정보를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신문에 광고형태로 게재하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광고료의 일종) 배정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사이가 벌어졌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시장 공천을 앞두고 정영석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가 경남일보에 잇따라 게재되면서 진주시와 불편한 관계가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갈등은 2006년 12월 진주시장과 황인태 사장이 악수하는 사진이 이 신문 1면에 보도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경남일보도 사진과 함께 기사에서 “정영석 진주시장과 본사 황인태 사장은 진주시장실에서 대담을 하고 그동안 양 기관이 가져왔던 오해와 갈등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없애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갈등이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누가 이기더라도 문제

이런 이유로 인해 경남일보의 보도가 언론 본연의 순수한 비판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싸움이 언론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경남일보가 얻을 게 있을지언정 지역언론 전반에 대한 공무원과 독자의 불신감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게 동종업계 언론의 고민이다.

또한 반대로 진주시가 승리하더라도 문제다. 그렇게 될 경우 자칫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도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노조가 나서 구독과 광고 중단, 취재거부라는 수단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일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 경우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렇게 싸우던 두 기관이 적당한 선에서 서로 주고받기 식으로 타협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 두 기관이 시민과 독자를 볼모로 서로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야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싸움이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이웃의 다른 언론도 두 눈 부릅뜨고 싸움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1991년 진주에서 일어난 한 시국사건이 전국 언론에 의해 완벽하게 왜곡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을 계기로 지역신문 기자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진주신문>과 <경남매일>을 거쳐 6200명의 시민주주가 만든 <경남도민일보>에서 자치행정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현대사와 언론개혁에 관심이 많아 <토호세력의 뿌리>(2005, 도서출판 불휘)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2007, 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책을 썼다. 지금의 꿈은 당장 데스크 자리를 벗고 현장기자로 나가는 것이다.

김주완 기자  kimgi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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