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신태섭·김서중)이 지난해 12월2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 KBS, MBC, SBS 모두 인수위의 발표만을 그대로 전달하는 '중계보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SBS, 분석보도 한 꼭지도 없어

인수위·당선자의 정책 관련 보도를 가장 많이 내보낸 곳은 MBC로 71건을 보도했고, KBS는 67건, SBS는 48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석 보도의 경우 MBC 5건, KBS 3건의 그쳐 대부분 스트레이트(KBS 63건, MBC 66건, SBS 48건)로 보도하고 있었다. 전체 보도에서 스트레이트 보도 비율이 KBS와 MBC는 70%, SBS는 85%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SBS는 모니터 기간 동안 인수위와 당선자의 정책을 분석하는 보도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모니터단은 "SBS는 발표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중계보도'를 보이며 인수위·당선자의 정책발표를 전하는 데만 급급했다"며 "SBS가 인수위 정책 홍보방송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방송 3사, 인수위와 당선자 정책 '단순전달'에 그쳐

KBS도 총 67건의 인수위 관련 보도에서 겨우 5건(7.5%)에서만 우려·문제점 등을 분석했으며 MBC는 12건(16.9%)의 보도에서 인수위 정책을 분석해 다른 방송사와의 차별성을 보였다.

▲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을 점검해 본 1월8일 MBC <뉴스데스크>
또 방송3사는 총 12건의 보도에서 인수위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정리하거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도, 이명박 당선인이 정치행보 과정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식 보도는 전혀 하지 않았다.

모니터단은 "인수위나 당선자가 제시한 정책은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올만한 것들이며 각 정책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방송 3사가 각계에서 쏟아지는 우려나 문제점 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인수위와 당선자의 정책을 받아쓰기하는 보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보도한 정책을 분류한 결과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세무조사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이 가장 많았으며 '정부조직 개편' '교육정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논란 많은 '친기업 정책'도 단순전달

인수위의 '친기업 정책'과 관련한 보도에서도 방송 3사는 당선자 쪽 발표를 그대로 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MBC가 2건의 분석보도를 통해 우려와 문제점을 짚었으며 KBS와 SBS의 경우 이런 분석보도가 아예 없었다.

지난 5일 인수위가 보안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음에도 3사중 그나마 '분석보도'를 시도했던 MBC 역시 인수위의 발표만을 그대로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와 SBS는 인수위의 발표를 전하며 보도 말미에 "시민단체들이 재벌의 감시기능 포기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관련 인터뷰를 내보냈다.

모니터단은 "방송 3사가 출총제 폐지가 미칠 영향이나 보완책 등에 대한 점검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인수위가 재벌들의 논리로 출총제를 폐지하는 이유를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다"고 강조했다.

대학자율화 논란, SBS는 기본적 균형마저 '무시'

▲ 1월3일 SBS <8뉴스>
지난 2일 인수위는 '대학 자율권' 대폭 확대와 '교육부 기능'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하는 정책 안을 발표했다. 2일부터 10일까지 인수위의 교육 정책에 대한 보도를 살펴본 결과 KBS는 4건, MBC는 3건, SBS는 5건에서 인수위의 발표를 단순전달했다. 반면 분석보도는 KBS와 MBC가 3건, SBS는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BS는 지난 4일 <자율화 거듭 강조>에서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이 급격한 교육정책변화에 대한 우려의 발언을 전한 것이 SBS 보도 전체에서 유일한 문제지적이었다.

또 SBS는 나머지 보도들에서 나타난 취재원들 역시 대학교육협의회 소속 교수들에 한정되는 등 기본적 균형마저 상실했다. 심지어 3일 <대학에 자율 선발권>에서는 대학에 자율 선발권을 부여한 데 대해 '환영' 일색의 인터뷰를 한 대교협 차기 회장인 서강대 손병두 회장의 발언 내용에만 한 꼭지를 전부 할애했다.

민언련 모니터단은 "이어 <올해부터 폐지 가능>에서도 앞으로 고3학생들이 어떻게 되는지, 수능등급제와 3불 정책이 달라진다면 어느 수준으로 달라질지, 어느 시점부터 적용될지에 대한 변화만을 조명했다. 이는 반대여론에 대한 묵살로, '여론 전달'이라는 최소한의 언론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대운하, 방송 3사 분석보도 0건

방송3사는 '대운하'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중 MBC만이 2건의 보도에서 인수위의 대운하 건설사업 추진을 보도했다.

모니터단은 "대운하는 국민들이 주인인 국토에 가해지는 공사인 만큼 국민들이 대운하에 대해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돼야 할 사안임에도 SBS와 KBS는 분석보도를 전혀 하지 않으며 소극적이고 방임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단은 "방송3사는 당선자와 인수위 측이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SBS는 대선 전과 개표 후 보여줬던 실망스러운 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모니터단은 또 "그나마 MBC가 타방송사와 다르게 분석적인 접근을 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은 다행"이라며 "지금 발표되는 인수위 정책들은 사안에 따라 '재앙'을 부를 수도 있는 만큼 방송 3사가 실증적인 검증작업과 사회적 여론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