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채널A가 폭행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한부모 가족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패널이 아니라 진행자가 이야기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패널의 돌발적인 발언을 수습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8일 채널A 뉴스 TOP10은 한 폭행 사건에 대해 다뤘다. 지난 2일 성인인 A씨는 자신의 친구 2명을 대동해 14세 B씨를 폭행했다. B씨가 자신의 딸에게 술을 먹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먼저 술을 먹자고 제안한 사람은 A씨의 딸인 것으로 전해진다. 폭행 이후 가해자는 피해자 측에게 “사람 열 받게 해서 때렸다”, “애초에 가만둘 생각도 없었다”, “너네 엄마랑 너도 똑같이 만들어줄 게 네 엄마 데려와 몽둥이 가지고 나갈 테니까”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뉴스TOP10의 3월 8일자 보도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쳐)

문제는 채널A가 이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어머니 존재 여부를 묻고 강조했다는 점이다. 뉴스 TOP10의 황순욱 앵커(채널A 보도본부 차장)는 피해자의 언니와 가해자의 통화 녹취록이 나간 후 “궁금한 게 있다. 폭행한 학부모가 전화통화를 하는 상대방은 언니다. 그 부분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패널로 출연한 구정욱 주간동아 차장이 “(맞은 학생이 가해자에게 항의하기 어려우니까) 언니가 대신 전화통화를”이라고 하자 황순욱 앵커는 “엄마가 있을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구 차장이 “이 학생의 경우 부모님이 이혼했기 때문에 같이 살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황순욱 앵커는 “아하, 엄마가 안 계시는 자매였다”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한부모 가족이라는 것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앵커가 나서 이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9일 <진행자가 ‘엄마 있나’ 확인, 편부가정에 상처 준 채널A> 모니터에서 “녹취 속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엄마가 없다며 모욕을 하는 내용을 분명히 들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왜 하냐”면서 “능청맞게 상황을 모르는 척하면서, 피해자가 편부가정임을 거듭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사건의 진상을 전하고자 한다면 편부가정을 모욕하는 욕설이 담긴 고성보다는 가해자 측의 일방적 폭행 정황에 해당하는 다른 내용, 즉 사건 진상과 직접 관련성이 높은 부분을 보도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피해자 측이 편부가정이라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폭행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모욕까지 퍼부은 가해자와 사실상 같은 논리를 편 셈”이라면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또 피해자 측의 편부가정 여부는 사건의 진상과 아무런 관련도 없어 진행자가 대체 왜 반복해서 이를 묻는지 그 의도를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뉴스 TOP10처럼 매일 생방송으로 당일의 이슈를 정리해 보도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제작진과 진행자는 당일 아이템을 정한 뒤, 이 사안을 전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그것도 판단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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