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이 1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13년 2월에 시작해서 마지막 방송인 2019년 3월까지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정치와 시사 이슈에 대해 <썰전>은 주저 없이 다가갔고, 한때는 ‘썰전 보는 맛에 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제 비록 문을 닫게 되었지만 <썰전>은 종편은 물론 지상파도 넘볼 수 없었던 시사토크쇼의 대명사였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썰전>의 인기로 인해 타 종편에 유사한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잇따라 만들어졌지만 원조의 아성을 흔들지는 못했다. 이에 자극 받은 지상파 역시도 새로 토크쇼 형식의 시사 프로그램들을 만들었고, 시사 토크를 독점하던 <썰전>의 위치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유시민·전원책 라인이 해체된 데서 <썰전>의 추락 원인을 찾을 수밖에는 없다.

JTBC <썰전>

이후 <썰전>의 창립멤버로 평가 역시 매우 높았던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가세했지만 기우는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과거 유시민·전원책 라인의 뜨겁고 시원한 맛을 주지 못했다.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는 부제를 달았던 <썰전>이 이도저도 아닌 ‘설전’이 된 것이 문제였고, 그것이 유시민·전원책 두 패널의 하차가 큰 원인이겠지만 이후 대안을 제대로 마련치 못한 제작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문 닫는 <썰전>을 기억하고 또 그리워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종영을 알리는 MC 김구라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한 마디에 모두 담겨 있었다. 김구라는 개인의 소감을 밝혔는데, “정치는 생물이라는데 사실은 정치는 생활인 것 같다”고 했다. 김구라가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했는지 다 알 수는 없으나 <썰전>의 6년을 전부 지켜온 MC다운, 중요한 말이었다.

한국인이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 상위를 차지했던 <썰전>의 날카롭고 흥미로운 시사 비판은 정치 혐오를 극복하는 동기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모든 언론이 형광등 100개를 켜기 바빴던 시절에 독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썰전>은 유일하다시피 한 돌파구였다. 혼탁한 언론 환경에서의 효과 좋은 공기청정기였다.

JTBC <썰전>

<썰전>의 인기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동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전과 같지 않은 여러 팟캐스트 방송들과 함께 <썰전>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했다. 김구라가 말한 것처럼 정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다. 시민은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의 주체이다. <썰전>은 물론 모든 시사 프로그램들과 더 나아가 뉴스와 신문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인 것이다. 그 중요한 본질을 <썰전>이 잊고 있었거나 혹은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결국엔 종영이라는 아쉬운 결론으로 이어진 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촛불혁명 이후 몸을 낮췄던 언론들은 근래 들어 다시 의제를 독점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해서 받아쓰기와 따옴표 저널리즘을 통해 무비판적 균형저울에 올려놓음으로써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어쩌면 현재가 과거보다 더 <썰전>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일지 모른다. 그래서 <썰전>이 말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예전의 ‘독한 혀들의 전쟁’이었던 그 <썰전>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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