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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엔딩 ‘눈이 부시게’ VS 농담이라면 더 문제 ‘문제적 보스’[이주의 BEST&WORST] JTBC <눈이 부시게>, tvN <문제적 보스>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9.03.16 11:16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엔딩 <눈이 부시게> (3월 12일 방송)

역대급 반전이었다. 영화 <식스센스> 이후 이토록 많이 회자되는 반전도 없었던 것 같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방영 전부터 <눈이 부시게>가 내세운 장르는 ‘시간이탈 로맨스’였다. 방송 초반에도 시간을 너무 많이 돌려서 스물다섯에서 70대가 된 혜자(한지민)와, 갑자기 늙어버린 혜자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스물다섯의 혜자를 그리워하는 준하(남주혁)의 로맨스에 집중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관심사가 ‘도대체 언제 김혜자에서 한지민으로 돌아오느냐’로 집중되는 사이, 제작진은 생각지도 못한 히든카드를 내놓았다. 바로 이 모든 것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혜자의 상상이었다는 것이다. 총 12부작 중 10부작이 방송되던 중이었다. 드라마는 엔딩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여전히 혜자는 70대에 머물러 있고, 준하는 여전히 혜자를 알아보지 못한 채 멀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로맨스’ 드라마가 맞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배우들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더디기만 한 전개 속도를 탓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김혜자 알츠하이머’ 카드는 시청자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조차 부끄럽게 만드는 반전이었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혜자는 홍보관 노인들과 작전을 짜서, 납치된 준하를 구출한 뒤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서 노인들과 헤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옆에 있던 노인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더니 맞은편에 스물다섯의 혜자가 자신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고 저 멀리서 엄마, 아빠가 자신을 향해 울며 뛰어오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입에서는 딸 혜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 어머님. 그러니까, 혜자는 그들의 딸이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이자 시어머니였던 것이다.

그 순간 혜자의 기억이 파노라마 필름처럼 몰아치며 돌아오기 시작했다. 혜자는 과거 기자였던 준하와 결혼했지만 준하는 고문사로 사망했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들(안내상)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사고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늙은 혜자는 상상 속에서나마 그들을 구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애를 썼다. 자신의 요양원 담당 의사를 젊은 시절 남편으로 둔갑시켜 그를 직접 구해내는 상상을 했고, 시계를 돌려 아들이 교통사고 당하기 전으로 돌아가려는 상상도 했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예쁜 아이까지 낳았던 혜자의 눈이 부시던 시절. 그러나 남편을 잃었고, 아들의 다리도 잃었다. 그래서 혜자는 상상 속에서나마 다시금 눈이 부시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늙어버린 얼굴 따위 상관없을 만큼 사랑하는 두 남자를 구해서 말이다. 

혜자의 알츠하이머 고백은 단순히 이 드라마가 로맨스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 아니었다. 10회 엔딩에서 혜자의 내레이션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어떻게 해서라도 되돌리고 싶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용두사미’ 드라마들이 넘쳐나는 요즘, <눈이 부시게>는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더욱 단단하고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묵직한 감동은 배우 김혜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주의 Worst: 출산율 저조는 남자의 부실한 하체 탓? 문제적 방송 <문제적 보스> (3월 13일 방송)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보스>

새벽 6시도 안 된 시간에 기상해서 나를 순화시키고 발전시키는 나만의 아주 중요한 시간. 새벽 시간이라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어도 10초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태도. 굉장히 부지런하면서도 매사 꼼꼼한 성격을 대변하는 에피소드였다. 새벽 5시 45분 기상, 부지런히 운전해서 헬스장 도착, 1시간 동안 하체운동하면서 영화 대본 삼매경, 마지막으로 창가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 일과 체크. 

tvN <문제적 보스>에 출연한 ‘보스’ 정준호의 하루의 시작은 세계적인 CEO의 그것과 비슷한 시작이었다. 대본을 들고 러닝머신을 하는 장면은 철저한 자기 관리, 멀티태스킹 능력, 정직한 땀의 결실, 전력 질주하는 열정,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력 등을 내포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제작진은 “땀에 젖은 대본을 즐긴다”는 오글거리는 멘트와 함께 정준호의 아침을 칭송하기 바빴다. 아주 좋은 장면만을 함축해놓은 와중에 옥에 티, 아니 아주 큰 결점.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보스>

정준호의 둘째 소식에 “하체 운동의 값진 선물”이라는 자막까지는 귀여운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출산율이 지금 너무 저조한데 남자들이 하체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라는 발언은 굉장히 위험했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듣고 있던 패널들은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면서 정준호의 ‘이상한 허세’ 발언에 무언의 동감 표시를 했다. 오히려 그들의 관심사는 정준호의 입이 아니라 하체뿐이었다. 

출산계획이라는 건 부부가 고심해서 합의한 계획인데, 단순히 남자 하체가 강하면 출산율이 오르고 약하면 내려가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다. 출산 여부가 남성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뜻인 걸까. 아무리 농담이라고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의 발언을 너무 진지하게 파고든 걸까. 그렇다면 그의 말이 ‘남자 하체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농담이었다고 치자. 더 무서운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던지는 농담 속에 그런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뜻이니 말이다. 하체 운동의 중요성을 피력하기 위해 들 수 있는 근거가 오로지 출산율밖에 없었을까.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보스>

제작진은 정준호의 발언을 내보내면서 그 위에 ‘농담 농담’이라는 자막을 첨부했다. 혹시라도 논란이 된다면 그것을 피해가기 위한 비겁한 방패막이었다. 그것을 ‘농담’이라는 자막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 정말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새벽에 기상해 운전해서 헬스장에 가고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잠시 창가를 보며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정준호의 뒷모습까지. 이 일련의 모습을 ‘자기 관리 철저한 보스’라는 타이틀로 너무나 아름답게 포장했다. 그 속에서 ‘출산율 저조’와 남성의 하체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준호의 말도 안 되는 논리는 땀과 함께 증발해 버렸다. 문제적 보스가 아니라 문제적 방송이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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