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뿐 아니라 전문·자문·상담위원 64명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집단 사퇴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병철 위원장이 “나는 떳떳하다”는 입장 발표를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향숙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16일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와 전화 연결에서 “(현 위원장은) 15일 아침, ‘국정감사 이후에도 자신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고 떳떳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 발표문을 홍보과에 준비시키고 이를 발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15일 아침, 전문위원들이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해 ‘일단 그것은 시기적으로 안 맞다’라고 (생각해) 접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 15일, 인권위가 위촉한 자문 및 전문위원 61명이 동반 사퇴서를 제출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순택
장향숙 상임위원은 거센 사퇴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있는 현병철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귀에다 말뚝을 박으신 분”이라고 표현하는 등 현 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자질문제나 모든 문제에 대한 (위원장의)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행태, 무능력한 행태는 이미 드러난 상태”라며 “그러나 제가 볼 때 이분은 귀에다 말뚝을 박으신 분이다.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인권에 관계된 모든 분들이 안팎으로 그분의 사퇴를 원하고 있다. 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야만 임명권자에 대한 부담도 줄여드린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분은 그러한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은 임명권자에게 넘어갔다”고 밝혔다.

인권위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현병철 위원장이 사임을 해야 모든 것이 정상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는 것”이라며 “이념이 진보니 보수니 이런 식으로 왜곡하고 호도하지 말고, 본인이 임명권자나 인권을 위해 (사퇴하는 게 사태를) 바로잡은 첫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천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권위 사태 책임, 현 위원장과 정부에 있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인권위 전문위원을 사퇴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도 최근 인권위 사태의 책임이 현병철 위원장과 이명박 정부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오늘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전화 연결에서 “1년 동안 현 위원장 체제에서 내린 결정은 매우 반인권적이거나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꼭 결정해야 할 사항들을 미루거나 편법으로 부결시키는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청와대에서 인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김영혜 변호사를 (대통령 추천 몫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보면서 사실 이 문제의 책임은 현 위원장과 인권 정책을 갖고 있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책임이 있기에, 이 대통령과 현 위원장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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