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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KBS에서 심의실 눈밖에 나면 내용수정, 징계, 불방진미위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 다수 확인"… '정치심의'에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독립성 훼손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2.07 13:3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2008년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권한이 강화된 KBS 심의실의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진미위는 당시 심의실이 '공정성', '정치적 중립' 등의 심의규정을 들어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사례 중에는 공식 심의절차도 없이 방송 내용 수정을 강요하거나, 방송불가(또는 보류)를 결정한 사례들도 있었다. 

진미위는 지난달 29일 제8차 정기위원회를 열어 심의실에 의한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 조사보고서를 채택·의결했다. 2008년 9월 당시 이병순 KBS 사장이 취임사에서 '게이트키핑' 강화를 언급한 이후 심의실의 역할이 커지며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게 진미위의 설명이다. 

KBS 사옥 (KBS)

2010년 8월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방송사고를 줄여야 한다며 심의실장에게 '방송사고 제재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심의규정 위반 제작자에 대해 제재를 하는 '심의지적평정위원회' 규정이 개정됐고, 심의위반 제재의 수위가 대폭 상향 조정됐다. 진미위는 2010년 9월 규정 개정 이후부터 2018년 12월까지 개최된 총 185차의 심의지적평정위원회 결과를 전수조사했다.  

■ 공정성·객관성·정치적 중립 조항 이유로 '정치심의' 경향 보여

'공정성', '객관성', '정치적 중립'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경우는 모두 8건이었다. 

진미위는 "공정성은 고도의 저널리즘적 판단이 필요한 개념이지만 대부분 '기계적 균형'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아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이 유리한 내용보다 많으면 이를 '공정성', '객관성' 위반으로 간주해 제재를 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2014년 5월 7일 <KBS뉴스라인>의 국제뉴스 해설 코너에서 김 모 기자는 "세월호 사건 국면에서, 검찰의 채동욱 혼외 자식 수사 결과 발표, 혹시 '왜 지금?'이라는 의문 생기지 않으셨습니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요? 윤창중 씨도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계셨던 분이죠" 등의 발언을 했다. 해외의 권력 남용 소식을 전하며 했던 비평이었다. 

방송 직후 김 기자에 대한 하차가 논의됐다. 신원미상의 '시청자'로부터 지적이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료 기자들이 반대해 김 기자의 하차가 보류되자 이후 심의지적평정위원회는 '코너 내용과 관계없는 국내정치 부분을 일방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하여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김 기자는 3개월 후 코너에서 하차했다. 

'반값등록금'을 주제로 다뤘다는 이유로 징계가 내려진 사례도 있다. 2011년 3월 5일 KBS 1라디오 '생방송 토요일 아침입니다'에 출연한 전문가는 반값등록금 실현 방법으로 부자감세, 4대강 예산 전용 등을 언급했다. 이에 심의지적평정위원회는 심의규정 '공정성', 선거방송 심의규정 '정치적 중립' 등을 위반했다며 담당 PD를 '경고' 처분했다. 전문가의 발언이 특정 정당 등 일부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MC가 보충질의를 통해 공정성, 균형성을 기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진미위 보고서는 "이 방송은 선거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등록금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시 여야가 모두 공감을 하고 있었고, 실현 정책에 대해서도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선거방송 심의규정의 '정치적 중립'조항을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공식 심의 절차 생략하고 수정 요구

또한 진미위는 심의평 등 공식 심의 절차도 없이 심의실장이나 심의위원이 프로그램 제작진에 수정을 강요하거나 방송 후 제재를 한 사례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2013년 8월 31일 방송 예정이었던 <추적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편은 결방돼 9월 7일에 방송됐다. 결방 이유는 '재판 중인 사건이라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사전심의 때문이었다. 결방 이후 심의위원은 제작진에 전화해 국정원의 디지털 사진 증거 조작 관련 인터뷰 등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고, 심의실장은 '피의자 친척 등의 인터뷰가 더 많이 나와 편향적이다', '표창원 전 교수는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 '황필규 변호사는 민변 소속으로 인터뷰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제작진에 수정을 요구했다. 2013년 당시 심의실장은 현 황우섭 KBS 이사이다. 

심의실은 제작 최종 단계에서 심의규정에 어긋나는 내용에 대한 수정과 방송 보류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심의평이 아예 없거나, 심의평에 어긋나는 내용에 대해 수정과 방송 보류를 요구해 권한을 벗어나는 실질적 '데스킹' 행위를 했다는 것이 진미위의 지적이다. 이는 방송사 편성규약 위반 소지도 있다. 

■ 재판 계류 중인 사건은 보도할 수 없다? 

심의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제재를 가하거나 불방시킨 사례들도 지적됐다. 2010년 12월 <추적60분-4대강 사업권 회수 논란>편은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 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방송심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2주간 결방됐다. <추적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 역시 같은 이유로 결방됐다.

그러나 진미위가 2003년~2013년까지 해당 규정에 근거한 방송금지가처분 결과를 확인한 결과,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방송금지가처분 결과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없었다. 심지어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룬 KBS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전례까지 있었다. 2012년 <KBS스페셜 : 어떤 인생-미래저축은행 김찬경>편에 대해 당시 법원은 재판 계류 중 사건이라고 해서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가 없고, 방송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부는 재판을 공정하게 할 것이라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진미위는 "이러한 가처분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심의실과 시사제작국, 경영진은 잘못된 심의결과를 근거로 불방을 시켰고, 법무실 역시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독립성까지 훼손

진미위는 당시 심의실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심의규정을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KBS <열린채널>은 시청자가 직접 기획·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경우 독립성 보장을 위해 수정·불방 여부는 시청자위원회 산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소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KBS 프로그램 담당자는 해당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2013년 10월 4일 방송된 <열린채널-지리산의 눈물>편에 대해 심의위원은 '댐 건설 목적에 대한 내용에서 국토부나 산청군 관계자 대신 환경단체의 인터뷰를 넣은 것은 부절절하다'며 <열린채널> 담당자에게 방송 전 수정을 요청했다. 당시 규정에 따라 수정 권한이 없다고 답한 후 방송을 내보낸 담당자는 이후 '중요한 사전심의 지적사항 불이행' 위반으로 '경고'조치를 받았다. 

과거 KBS에서 발생한 방송 공정성ㆍ독립성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진미위는 심의 관련 규정을 명백히 잘못 적용한 것으로 판단되는 <열린채널-지리산의 눈물>편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심의규정 개정 시 '심의지적평정위원회'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하고, 이의가 있을 시 편성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회사에 권고했다. '심의지적평정위원회'가 불방을 최종 결정할 경우 취재·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을 편성위원회에서 조정하도록 하는 편성규약과의 충돌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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