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이 MBC의 과거사 청산 및 혁신 기구인 '정상화위원회'의 일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같은 성격의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징계 요구 권한 효력을 정지한 데 이은 것으로 공영방송의 과거사 청산 작업에 연달아 제동이 걸렸다. MBC는 이의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아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서부지법은 28일 MBC 정상화위 조사와 관련, MBC 전 보도본부장인 오 모씨와 전 보도본부 부국장인 허 모 씨가 낸 정상화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들의 신청으로 법원이 정지한 효력은 정상회위원회의 징계요구권과 출석요구권, 자료제출 요구권, 답변 요구권 등이다.

허 전 부국장은 정상화위로부터 이미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고, 정상화위는 허 전 부국장에 대한 징계요청을 결의한 상태다. 오 전 본부장은 정상화위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상암 MBC 사옥 (MBC)

법원은 MBC 제3노조(MBC 노동조합) 소속인 이들에 대한 정상화위의 조사는 취업규칙 변경불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상화위의 권한 조항은 소속 노동자 대표권을 지니는 과반 노조인 제1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유효한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법원은 취업규칙 변경이 제2, 3노조 등 소수 노조 소속 노동자들에게만 불이익으로 돌아간다고 판단될 경우 소수 노조 노동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정상화위 조사 대상 기간이 이전 경영진과 마찰이 있었던 기간에 해당하는 점 ▲정상화위 구성이 사측 대표 2인과 제1노조 추천 2인으로 구성돼 2,3노조 참여가 배제돼 있는 점 ▲정상화위 조사·징계요청이 2, 3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2, 3노조에 정상화위 운영규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MBC가 제3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을 당시 정상화위 운영규정은 없었기 때문에 징계와 관련된 사안은 사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MBC는 법원 판결 직후 입장을 내어 이의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MBC는 "정상화위는 2018년 1월 19일 노사 양측이 합의하여 출범한 공식기구"라며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과반노조의 유효한 동의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정상화위 운영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인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MBC는 "정상화위는 '공영방송 MBC 장악'의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불행한 역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본사는 정상화위가 활동 만료시한까지 제 역할을 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해당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 정상화위는 과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MBC에서 일어났던 방송 독립성 침해 사례, 공영방송 가치 훼손의 배경과 원인 등을 조사하는 기구로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내용 누설 정황', '신경민 막말 파문 왜곡보도', '김세의 전 기자 인터뷰 조작 리포트' 등을 밝혀냈다. 최근 활동기간을 6개월 연장한 정상화위는 향후 세월호 참사 보도, 국정농단 및 탄핵 관련 보도, 2017년 대선 관련 보도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KBS의 과거사 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에 대해서도 과반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징계요구권 행사는 취업규칙 불이익이라고 판단,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법원의 잇따른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공영방송 과거사 청산 기구 활동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