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EBS 인터넷 강의 심의가 논란이다. EBS가 운영하는 온라인 학습사이트(EBSi)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강의가 올라와 문제가 불거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이 인터넷 동영상 심의에 방송심의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BS 인강은 TV채널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만 유통된다. 그런데 어떻게 인터넷 동영상에 방송규제를 적용하는 게 가능할까? 방송법에 ‘방송과 유사한 정보’(이하 방송유사정보)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된 정보라도 방송유사정보에 해당하면 방송에 준하는 심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미디어스)

방송유사정보란 무엇일까?

방송법은 “방송사업자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방송’, ‘TV’ 또는 ‘라디오’ 등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일정한 편성계획에 따라 유통시키는 정보”(편의상 중계유선, 전광판방송은 제외)라 정의하고 있다.

규정만 읽어서는 무엇이 규제대상인지 명확하지 않다. 여기서부터 논란이 발생한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유사정보를 ∆방송정보 다시보기와 ∆인터넷 전용 정보로 구분한다.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다시보기 서비스만을 규정하는 개념이다’, ‘다시보기를 규정한 조항인지도 불명확하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방송유사정보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법목적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자료를 찾아봤다. 2000년 방송위원회가 발간한 <방송∙통신 융합과 경계영역 서비스 등장에 따른 규제방안 연구>를 보니 “방송법시행령에서 ‘인터넷방송’을 유사방송의 범주에 포함시킬 것을 방송위원회가 검토하자 정보통신부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이영음, <방송·통신융합에 적합한 유사방송 서비스의 정책수립 연구, 2000)는 내용이 나온다. 인터넷방송을 포괄적으로 방송법령에 포섭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자료에서 곽진희(당시 방송위원회 연구조사부 차장)는 “방송과 통신의 경계영역에 해당하는 서비스 가운데 방송의 특성이 강한 유사방송 서비스를 방송위원회에서 담당토록 한” 것이 “통합방송법의 입법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는 인터넷방송에 관한 법령의 특성으로 “관계법과 규제감독기구가 2원화되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사업자를 중심으로” 방송사가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은 방송위원회가, 그 외의 사업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내용규제를 맡도록 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업자중심으로 인터넷방송에 대한 규제감독기구를 구분한 것은 기존 방송사업자의 경우 자본력과 영상소프트웨어 보유능력 면에서 다른 독립 인터넷방송사업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월적 위치에 있어 사회적 영향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곽진희, <인터넷을 통한 유사방송 서비스의 법제적 이슈와 정책 프레임워크>, 2000)

인터넷 다시보기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려는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방송의 정의가 제한적이어서 전체 인터넷방송을 포괄하지 못하는 것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논의를 볼 때, 방송유사정보는 방송사업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EBS 인터넷 강의는 현행법상 방송유사정보에 해당 한다고 볼 것이다.

방송유사정보 심의가 가져올 혼란

그렇다면 법령대로 방송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 방송심의를 실시하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2000년 당시와 현재의 미디어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업자 중심의 내용규제를 현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여러 가지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첫째, 동일한 플랫폼(인터넷)을 통해 유통하는 정보를 사업자에 따라 차별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처럼 똑같은 인터넷 강의라도 EBS가 제작하면 방송심의를 받게 되고, 다른 인터넷 강의는 제외된다. 법령의 태생적 문제다. 그 때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틀리다.

둘째, 규제의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다. 방송사 직접 만들면 방송심의가 가능하지만 자회사가 하면 규제대상에서 빠진다. 예를 들어 JTBC<소셜라이브>나 CBS<김현정의 댓꿀쇼>는 방송심의대상이 되지만 SBS<비디오머그>나 <스브스뉴스>는 방송규제를 받지 않는다. 너도나도 별도법인을 설립할 경우 규제회피가 가능할뿐더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셋째, 방송유사정보 심의를 본격화하게 되면 IPTV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인터넷방송법(IPTV법)은 실시간 방송에 대해서만 방송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VOD는 제외다. 동일한 다시보기 콘텐츠라도 방송사 홈페이지에 있으면 심의대상이 되고, IPTV에서는 안 된다.

넷째,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방송사가 운영하는 OTT도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CJ E&M이 운영하는 TVING이 해당한다. 법 문언대로만 보자면 방송사업자가 TV란 명칭을 사용하여, 방송프로그램을 실시간 재전송하는 TVING은 EBS 인터넷 강의보다 더 들어맞는다. 이 경우 oksusu등 다른 OTT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다섯째, “방송사업자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정보를 유통시키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불분명하다. 예컨대, MBC가 제작한 웹드라마를 자사 플랫폼이 아니라 네이버TV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만) 유통하면 방송유사정보인가, 아닌가? 반대로 인터넷콘텐츠사업자나 자회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방송사 홈페이지에 편성해 유통하면 방송유사정보인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현실상의 혼란과 더불어 법률의 부실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언론법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언론학자, 미디어분야 관계자가 규제대상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평등의 원칙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그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여 정부가 임의대로 규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심된다.

방통심의위, 최소심의하거나 규제유보 해야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방통심의위는 적용대상과 방식을 결정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조항을 엄격하게 축소 해석하여 최소심의원칙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침 OTT의 정책방향을 정하는 통합방송법 논의가 본격화되었으니 규제 적용을 유보하고, 국회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법정제재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방송유사정보에도 법정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률 취지를 넘어선 무리하고 과도한 해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방송법」 제32조에 의해 방송유사정보인 인터넷 영상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시정권고를 할 수 (있다)”(김여라, 2016)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본 방송위 자료(2000)에도 “방송법시행령 상에는 인터넷방송에 관한 제재조치의 특례조항을 두고 있어 방송심의규정에 의한 일반 제재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제조치를 요구하는 위원들은 그 결정이 초래할 파장을 염두에 두고 주장을 펼쳐야 할 것이다.

OTT 등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 심의의 정책방향

끝으로 OTT를 포함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내용규제 논의 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자.

만약 OTT를 방송법 체계에 포함하는 결정을 하게 되더라도 방송과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에 동일한 수준의 내용규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방송과 인터넷은 근본적인 속성이 다르며,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반영하여 별도의 완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방송심의제도가 해외에 비해 광범위하고, 엄격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EU는 주문형 시청각미디어서비스(넌리니어)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지, 현행대로 통신심의를 할지도 논의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에 대해 행정심의가 이뤄지는 등 매우 엄격한 인터넷 내용규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OTT에게 적용하는 내용규제의 강도가 한국의 통신규제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이든 지금처럼 사업자를 중심으로 규제체계를 구분하는 것은 해소해야 할 것이다. 다만,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신료 등 공적재원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은 방송과 인터넷을 포괄하여 그들이 제작하는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의 모든 영역에 걸쳐 일관되게 공공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인 내용규제 체계와 별도로 공영방송에 대한 법제도 내에서 보다 엄격한 공적책무를 부여하고, 자치적이고 시민참여적인 규제체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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