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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박성광 포차 홍보 논란, ‘지금이 조선시대’냐고?[도우리의 미러볼]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9.01.20 10:38

“노골적이긴 하지만 성인인데 뭐가 문제인가?”

개그맨 박성광 씨가 일부 운영에 참여한 포차 ‘박성광의 풍기물란’의 여성혐오 논란에 대한 여론 중 하나다. 이 술집은 메뉴판부터 ‘[일본]오뎅탕.avi, [국산]제육볶음.avi, [남미]화채.avi’ 등 소위 ‘야동파일’ 형식이었다. ‘풍기물란’을 활용한 사행시(풍만한 여자/기여운 여자도/물론 좋지만/란(난) 니가 젤 좋아)와 ‘오빠...여기서 자고갈래(작곡가래)?’ 등의 홍보 문구도 문제가 됐다.

박성광 씨는 사과하며 홍보에만 참여했다고 해명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난 9월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팬미팅을 연 장소인 데다 자신의 SNS에 가게를 홍보한 게시물, 그리고 직접 서빙까지 했다는 후기가 많아 박성광 씨 본인은 그러한 홍보물을 알면서도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성 비하라고까지 하는 것은 프로불편러 아니냐’, ‘지금이 조선시대냐’라는 박성광 씨 포차 논란에 대한 일부 여론도 마찬가지다.

개그맨 박성광 씨 포차 풍기물란 4행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그런데 이 홍보, 어딘가 익숙하다. 그동안 매해 선정성 논란이 됐던 ‘대학교 주점 포스터’들을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논란 때 ‘오빠...여기서 자고갈래(작곡가래)?’ 포스터나 야동파일 형식의 메뉴판에 도용 지적이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노골성이 아니다. 박성광 씨의 술집 홍보 문구나, 대학교 주점 포스터나 공통점은 ‘자유롭고 즐거운 성인문화’를 표방하지만, 본질은 ‘남성의 입맛에 맞게 여성의 성을 동원하는 문화’라는 데 있다. 여성이 남성에게 보기 좋게 외모와 몸매를 가꾸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성적 유혹을 하고, 나아가 남성의 성적 침해에 관대하게 대하는 것.

반대로 생각해보자. 여성 개그맨이 술집을 내고 ‘키 큰 남자, 돈 많은 남자 물론 좋지만 난 니가 젤 좋아’나 ‘누나... 가방 사줄까?’였다면 어땠을까? 애초에 이런 술집을 내지 않을 것이다. 사회에서 매장당하겠다는 결심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기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 이전에 이 ‘미러링’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 불편함의 정체는 여성의 입맛에 맞게 남성을 동원하는 대상화다. 다만 일반적으로 남성이 도구화 될 때는 자본에 그치지만, 여성이 도구화 될 때는 여성 자신의 일부인 성까지 동원된다는 점에서 차별이 존재한다.

여성의 성이 동원되는 현상은 일상적이다. 박성광 씨 술집 메뉴판이 패러디한 불법촬영물, 룸살롱 등 성매매 문화부터 여성의 웃음과 꾸밈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이는 너무 강력해서 심지어 여성이 자기 자신의 성을 동원하게 만든다. 여대 대학 주점에서도 선정적인 포스터가 논란된 것도 그렇다. 이는 보통 여성이 스스로 선정적인 것을 선택했다며 여성의 문란함에 대한 빌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 스스로 자기 자신의 성을 동원한다는 것은 여성의 성 상품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방증할 뿐이다.

개그맨 박성광 씨 포차 풍기물란 메뉴판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번 논란에서 웃음거리가 된 것은 불법촬영물 형식을 빌린 메뉴판 디자인이 이미 5년 전 버전인 윈도우 XP 운영체제였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술자리를 위해, 광고를 위해 여성을 동원하는 방식도 비웃음을 살 정도로 낡은 일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여성혐오를, 장애인혐오를, 외국인혐오를 하며 웃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조선시대고 이슬람이냐’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 오히려 여성을 동원하는 방식이 조선시대적이고 이슬람적이어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작 ‘꽉 막힌’ 것은 왜 이런 것들이 문제인지 모르는 시각 그 자체다.

‘이것이 남성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것인가?(Is this the best a man can get?)' 최근 화제된 유명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의 카피라이팅이다. 남성성의 상징이었던 질레트사가 남성들에게 던진 질문으로, 성희롱 등 유해한 남성성과 연관된 행동을 지적하며 남성들에게 더 나아가자는 메시지였다. 가정, 직장, 길거리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춘 것이다.

미투의 시대는 끊임없이 우리를 향해 카피라이팅하고 있다. ‘과거의 즐거움은 누군가를 착취한 일은 아니었던가?’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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