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자유한국당이 넉달간 미뤄온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 명단을 발표했지만, 5.18 단체들은 추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극우인사 지만원 씨, 전직 5.18 공수부대 지휘관 등의 이름은 명단에서 빠졌지만 한국당이 여전히 극우인사들을 기용해 진상조사위 활동을 방해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들 단체들로부터 제기된다.

14일 자유한국당은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권태오 전 육군 중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변호사 등 3인을 추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진상규명과 국민통합에 적절한 인사를 이번에 선정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날 한국당의 위원 추천 지연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5·18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은 위원 명단 발표 직후 나 원내대표실을 항의 방문해 한국당 추천 위원 3인에 대한 '추천 철회'를 촉구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활동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왜곡하고 훼손한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라는 이유에서다. 가족들은 이날 나 원내대표를 만날 수 없었다.

5·18 민주유공자 3단체와 5·18기념재단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진상조사위 위원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진태 5·18 기념 재단 상임이사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합리적으로 진상 규명에 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분들의 전 이력을 놓고 봤을 때 전혀 합당하지 않다"며 "한국당이 5·18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가 있는건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차기환 변호사의 경우 5·18과 관련해 이른바 '북한군 광주 남파설'을 유포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2년 9월 자신의 트위터에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제목의 인터넷 극우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북한군 광주 남파설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2013년에는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 올라온 '5·18 광주사태를 영화화한 <화려한 휴가>에 대한 특전사 부대원들의 성명'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하면서 "최근 지만원 씨가 수사 및 재판 기록에 기하여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네. 영화 내용이 사실과 중요 부분에서 달라 국민들을 오도"라고 썼다.

차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당시 차 변호사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유족들로부터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까지 당한 바 있다.

KBS 이사를 역임한 차 변호사는 2016년 이사직을 수행하던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KBS 이사회에서 보도본부장과 통합 뉴스룸 부장들을 상대로 JTBC 태블릿PC 입수 경위에 문제가 있다며 왜 KBS는 이 같은 문제를 보도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KBS 이사는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자리로 보도 내용에 개입할 수 없으나, 관련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상태에서 KBS의 보도 내용에까지 개입하려 한 차 변호사는 언론계 등에서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꼽힌다.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는 1996년 월간조선 4월호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며 "피해자 편을 들면 정의롭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은 결과"라고 썼다.

이 전 기자는 당시 탱크 진압설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오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발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는 '혼돈된 상태'라고 썼으며,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성욕이 일어나나?"라고 말한 진압 참가 공수부대원들의 증언을 그대로 전했다. 그는 이 기사로 '5·18 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로부터 공개 사과를 요구 받았다. 지난해 10월 국방부·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의 공동조사 결과 5·18 당시 성폭행 범죄는 확인된 것만 17건이다. 해당 공동조사결과가 이번 진상조사위 출범의 배경이다.

권태오 전 중장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처장과 육군본부 8군단장을 역임한 군인이다. 권 전 중장에 대해 조 이사는 "군 경력을 보니 주특기가 작전 업무"라면서 "박근혜 정부 때 민주평통자문회의 사무처장을 하셨던데, 주로 활동한 내용을 보니 사드 배치 관련 정당성을 여기저기 홍보하는 활동을 하셨던 분이다. 전문성과 진상 규명 의지에 있어 과연 납득할 만한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한국당의 추천 철회와 추천권 반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추천 위원들이 "지만원 씨와 같은 수준"(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라는 게 중론이다.

5·18 진상조사위원은 국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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