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가 끝나도 그 화제는 끊이지 않는다. 속편은 망한다는 속설 따위 슈퍼스타K에게는 해당사항 없었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슈퍼스타K는 운이 참 좋다. 그러나 내년까지 이 여세를 몰아갈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무엇보다 내년 봄까지는 이 오디션 열풍이 고이 겨울잠을 자야 하는데 작년과 달리 이제는 공중파에서 유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일단 독점적 지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올해 슈퍼스타K가 대박을 이룬 것은 작년보다 올해 새롭고도 실력 있는 재원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 문제는 그 재원이 내년에도 가능하겠냐는 데 있다. 가수 지망생들에게는 슈퍼스타K 그리고 화려한 탄생이 기획사 오디션과 달리 빠르게 스타가 되는 지름길을 제공하는 로또나 다름없기에 기를 쓰고 도전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마음만 있다고 모두 슈퍼스타K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슈퍼스타K와 화려한 탄생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대형 기획사들의 자체 오디션 역시 보다 적극적이고 폭넓은 캐스팅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가수 지망생들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게 자신들의 몸값이 상승된 기분 좋은 상황을 맞고는 있지만 결국 슈퍼스타K와 화려한 탄생 그리고 대형 기획사의 선택을 받게 될 사람들은 결코 많은 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가수의 등용문이 아주 넓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올해 슈퍼스타K 전국 예선에 145만 명이 몰렸다고 해서 놀라게 했지만 실제 중요한 것은 145만 명이 아니라 TOP11이었다. 그중에 과연 몇 사람이나 최종 결승까지의 긴장과 흥미를 유지하며 프로그램을 끌고 가게 할 힘을 가지고 있냐에 달려 있다. 결국 슈퍼스타K와 화려한 탄생 입장에서는 누가 그런 스타 재원을 확보하느냐에 성패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한 대형 기획사 입장에서도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슈퍼스타K 입장에서 가장 큰 위협은 공중파 방송이 진행하는 화려한 탄생이다. 아직 뚜껑도 채 열리지 않은 상태라 미리부터 비교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시도지만 적어도 공중파라는 점에서 갖는 한계이자 장점은 공정성에 있다. 그것은 거꾸로 슈퍼스타K의 한계와 단점을 지적하는 지점과 겹치게 된다. 슈퍼스타K는 시작부터 끝나고 나서도 끊임없이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딱히 슈퍼스타K만이 아니라 모체인 엠넷 자체가 그렇다. 슈퍼스타K와 동시에 터진 명품녀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공중파라 할지라도 백퍼센트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연말마다 커다란 무대를 꾸몄던 10대가수, 가수왕 등이 사라지고 다시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근거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공중파 특히 방통위의 각별한 애정을 받고 있는 MBC라면 투명하지 않은 진행은 다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공정성과 함께 올해 슈퍼스타K가 크게 비판받은 것은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굳이 끌어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점은 비단 제작진이 아니더라도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사생활 캐기가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어느 쪽이 했건 간에 노래 잘하는 가수를 가려내자는 오디션에 사생활이 개입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출연자들의 작은 인간극장은 대중의 주목을 지속적으로 끌어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 이해는 되지만 궁극적으로 슈퍼스타K의 체질을 허약하게 만드는 불법 약물 복용 같은 것이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슈퍼스타K가 내년에도 올해를 뛰어넘는 적어도 올해와 같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뛰어난 재원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일부에서는 순수한 지원이 아니라 사전 섭외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설혹 자발적 동기가 아니더라도 그 본인이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양해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슈퍼스타K가 끝난 후 허각이냐 존박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지만 정작 진정한 스타는 사람이 아닌 엠넷 프로그램 슈퍼스타K였다. 슈퍼스타K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동인은 분명 출연자들이지만 이제 슈퍼스타K가 아닌 가요계라는 넓은 전쟁터에서는 허각 혹은 존박 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시무시한 진짜 스타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그들을 자생력을 가진 스타로 부르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때문에 현재 슈퍼스타는 슈퍼스타K뿐이다.

서인국이 그래서가 아니라 허각에게도 스타로 발돋움하기에는 분명한 약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슈퍼스타K가 배출한 가수들이 스타덤에 오르는 것은 가만 놓아둘 경쟁사는 없다. 슈퍼스타K가 가요계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기존 기획사들의 입지는 좁아지는 까닭이다.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은 혼자 서기도 바쁜 판에 거대 기획사들의 견제도 막아내야 하는데, 엠넷이 얼마나 듬직한 방패막이가 되어줄지가 의문이다. 이렇듯 두 가지 숙제를 엠넷이 해결할 묘안을 찾는다면 슈퍼스타K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시들지 않는 오디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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