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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의 종말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도우리의 미러볼] 기해년(己亥年) 새해, 그리고 젠더 갈등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9.01.05 14:45

2019년이 밝았다. 이곳저곳에서 희망찬 새해 다짐을 밝힌다. 그중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결의가 눈에 띈다. "워마드라는 사회악, 신적폐를 바른미래당이 초전박살 내겠다."

제2 야당 의원이 정초부터 극단주의 성향의 커뮤니티 워마드를 겨냥한 것은 ‘젠더 갈등’을 이용한 여론전으로 청년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한 매체에서 올해 청년 정책의 초점을 워마드 소탕에 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를 기록한 데 큰 몫을 한, 젠더 갈등에 불만을 품은 20대 남성 이탈층을 끌어오겠다는 계산이 엿보이기도 한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50차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자료를 들어 보이며 '워마드'를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에도 젠더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때 20대 남성의 지지층 이탈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여성 청년의 정부에 대한 또 다른 지지율,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3분기 합계 출산율은 세계 처음으로 1.0명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들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OECD 국가 중 남성 가사노동 분담률 꼴찌, 경력단절 등의 사회적 요인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이른바 4B(비출산, 비결혼, 비연애, 비섹스) 운동까지 일고 있어 사실상 여성들의 ‘가부장제 국가 보이콧’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여성들이 가정 내 무급 재생산 노동을 담당하고, 남성들은 유급 상품생산 노동을 담당하는 전통적 성별 분업으로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가부장의 통제를 받던 관습이 해체되고 있는 탓이다. 여성들이 더 이상 낮은 지위와 교육과 양육, 돌봄을 떠안는 데 한계를 느끼고, 남성들이 이전처럼 사회경제적 자본을 취하고 가부장 권위를 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청년층 젠더 갈등의 본질은 사회경제적 자본이 취약한 청년들끼리, 그러니까 ‘을(가부장제 기득권)’과 ‘병, 정(여성, 성 소수자)’의 싸움인 것이다. 정작 ‘갑’인 자본과 국가는 이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군대 이슈만 해도 많은 남성이 징집 부여의 주체인 국가 대신, 여성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불합리한 징집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는 식이다.

많은 남성 청년들이 취업을 비롯한 경제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여성에 대한 약간의 평등 조처조차 역차별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여성들이 침묵하기엔 여성들의 분노와 고통은 너무 무르익은 지 오래다. 지난해 이어진 미투 고발 흐름, 총 6회의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조남주 작가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누적판매부수 100만 부 기록, 제7회 지방선거에서의 페미니스트 후보의 등장,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의 토플리스 시위와 탈코르셋 운동 등이 그랬다. 

하지만 겉으로만 대등한 젠더 갈등으로 비칠 뿐, 여전히 안희정 전 지사에게는 1심 무죄판결이 내려진 상태이며 우리나라 첫 미투의 포문을 연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고소 1심 유죄 판결은 불투명하다. 국회는 웹하드 카르텔 근절 핵심 예산 26억 4천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 최하위, 낙태죄 존치는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불법촬영 범죄를 규탄하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6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워마드가 진정으로 사라지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먼저 극단적인 표현을 하게 되는 워마드의 뿌리, 위와 같은 여성 혐오의 현실이 사라져야 한다. 남성들은 가부장제 구조의 기득권으로서의 위치를 인정하고, 약자로서의 여성과 힘을 합쳐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는 데 에너지를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워마드를 악마화하고, 워마드의 극단적인 표현을 매번 옮겨 적어 확성기를 대주는 언론들은 오히려 워마드에 존재감을 부여해 줄 뿐이다.

올해부터 주류회사들이 여성이 적나라하게 노출한 이미지가 나온 달력을 더 이상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각종 페미니즘 운동 덕이다.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서 이영자 씨를 비롯한 여성 예능인들의 수상 소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예감이 좋다. 그래서 2019년에는 안희정 전 지사와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유죄 판결 소식이, 낙태죄 위헌 소식이, 각종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차별금지법 통과 소식이, 웹하드 카르텔 특별수사가 큰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스크린에서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들이 활약하고 각종 여성 서사들이 창작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해년(己亥年)에는 ‘황금 돼지’의 기운을 받아 쿵쾅쿵쾅, 여성들이 더 분주히 활약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2019년생 김지영들에게,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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