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거래소가 4조 5천억원 규모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사태에 대해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렸다. 주요 보수·경제지는 한국거래소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수·경제지는 삼바 주식 급등 소식을 전하거나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리 소식을 전하며 바이오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12일 주요 보수언론에 실린 '삼바' 관련 기사 제목들을 살펴보면 조선일보<'삼바'의 화려한 복귀, 거래 재개 첫날 주가 18% 급등>, <'삼바' 다시 춤춘 날, 셀트리온은 비명>, 중앙일보 <삼바 다시 날던 날, 셀트리온 삼총사 추락>, 동아일보 <반갑다 삼바…거래재개 첫날 18% 급등>,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의혹> 등이다. '화려한 복귀', '다시 춤춘 날', '다시 날던 날', '반갑다' 등의 수식어가 눈에 띈다.

중앙일보 12일자 보도 <삼바 다시 날던 날, 셀트리온 삼총사 추락>

이들 기사가 짚고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삼바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서 삼바 주가가 '폭등'했다는 점, 금융감독원이 삼바에 이어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에 착수해 "바이오 업종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 등이다.

삼바 상장유지 결정을 바라보는 경제지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매일경제는 11일 <증권가 "삼성바이오 불확실성 해소" 안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삼바가) 금융당국과의 소송이 남아 있어서다. 문제는 이로인한 신뢰도 하락"이라고 썼다. 상장 유지 결정으로 인한 시장 혼란 우려가 아닌 금융당국과 '삼바' 간 남은 행정소송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한국경제도 12일 <"바이오산업 키운다더니…툭하면 회계 시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바와 함께 국내 바이오 쌍두마차인 셀트리온까지 회계당국의 표적이 되면서 국내 바이오업계가 발칵 뒤집혔다"며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가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삼바의 거래 재개를 환영하는 보수·경제지와는 달리 또 하나의 '대마불사' 사례를 남긴 한국거래소에 대한 시민사회 비판이 거세다.

참여연대는 11일 논평을 내어 "한국거래소의 이번 결정은 삼바 분식회계의 핵심적인 원인 규명 및 범죄 혐의에 대한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으로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었고 증권시장에서의 '대마불사'논리를 다시금 확인시켰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삼바 상장의 책임이 있는 한국거래소가 책임 회피를 위해 섣불리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상장 자체가 분식회계의 결과라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분식회계 장부에 대한 재무제표 수정 재공시도 이뤄지지 않은 삼바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거래재개 결정은 본인이 중심이 된 삼바의 특혜 상장 의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한 시도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났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거래정지기간이 약 1년 3개월이었다. 2017년 회계부정 혐의로 6일간 거래정지 된 한국항공우주의 경우에는 분식회계 장부에 대한 수정 재공시가 이뤄진 뒤에야 상장이 재개됐다. 이러한 전례를 비춰보면 삼바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 시점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한 차례 회의만을 거쳐 상장 유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바의 지분 구성은 9월 말 기준 삼성물산 43.4%, 삼성전자 31.5%로 대다수의 지분을 삼성 핵심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을 보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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