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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양당 대 군소정당 구도 벗어나야자유한국당과 예산안 처리 합의, 사방에 적만 만든다…선거제 개혁, 민주당 역할해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12.07 08:16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을 우연히 마주쳐 최근 시국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눴다. 유례없이 넓고 강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때를 놓쳐 버린 현 정권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집권 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불평도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여당이 생각보다 오래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당이 좀 더 빨리 본색(?)을 드러내리라 보았다는 거다. 머릿속 한 켠에 마찬가지 생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당부 등이 논의 과정에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7일 처리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거대양당끼리의 합의에 선거제도 개혁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기로 한 3당은 격앙된 분위기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의 대표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것 같다.

물론 애초에 이들의 예산안 연계 전술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연말까지 논의를 진행하게 돼 있고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은 이미 넘긴 때문이다. 따라서 어찌됐든 예산안부터 처리하고 선거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게 사리에 맞는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애초에 야3당이 다소 극단적 전술을 들고 나오게 된 배경 역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야3당과 공동전선을 펴고 자유한국당을 압박하였다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혁이 지금보다 훨씬 매끄러운 모양새로 처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오히려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드러내는 것을 우선했다. 이해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원 선출 기회를 가지지 못할 수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을 사실상 반대하고 절충형인 ‘한국형’ 선거제도를 제안하겠다며 나선 게 대표적이다. 지역구 출마 후보의 득표를 의석수 배분에 반영하는 구조의 비례대표제로 알려진 이 안은 일각에서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제도의 특성상 각자의 사정을 반영해 ‘절충’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집권 여당으로서 무언가 중재하거나 절충에 나서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이 축소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더 크다. 현실이 이렇다면 연말이 되어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을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야3당은 올해의 마지막 중요 일정인 예산안 처리를 놓고 바닥에 주저앉는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긴급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했다는 예산안의 내용을 보면 이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6일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은 청년일자리 관련 예산과 남북경협기금을 줄이고 재취업 구직자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직접 지원을 늘리는 내용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공무원 충원 규모를 축소하고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며 여야 주요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SOC 예산은 증액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애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문제 삼아 온 것은 유류세 인하 등으로 발생한 약 4조원 규모의 이른바 ‘세수결손’이다. 이 대목에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1조8천억 규모의 국채 발행이 포함된 대책이 합의됐다고 한다. 이 대책에는 국채이자율을 시장가액으로 낮추고 과다 편성된 복지 예산을 줄이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국채 발행에 대단히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면 국채 발행에 대한 반발은 결국 ‘협상 카드’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좋게 보면 타협이 이뤄진 거고 나쁘게 말하면 지역구 SOC 예산 등을 두고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할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보면, 양당은 실익도 같이 챙기고 비난도 같이 받는 처지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청년일자리 관련 예산의 경우 핵심 이해관계자가 조직화돼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 ‘급조 예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상태였기 때문에 손을 대기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종부세 관련 대목은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여당과 지지기반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자유한국당의 이해관계가 겹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장면은 개혁 대 반 개혁의 구도가 아니라 다수 대 소수의 구도를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에게 장기적으로 결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것 저것 다 떠나서 굳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고서라도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거대양당 대 군소정당들이라는 대결 구도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예산안 처리 전후에 더불어민주당이 전향적으로 국회 정개특위에서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임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를 자유한국당과 이런 식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 관련 논의에서는 양보가 불가피할 수 있다. 바람직한 구도는 집권 여당이 어렵더라도 손해를 봐도 좋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반면 가장 나쁜 구도는 정국 경색을 방치하고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사실상 무효화 해 사방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권이 추진하는 개혁 입법 등이 내년에 유리한 조건 속에서 다뤄지려면 정의당이나 민주평화당과 같이 언론에 의해 이른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당들과의 관계를 잘 다뤄야 한다. 그런 점까지 감안하면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풀어가야 할지는 분명하다. 개혁은 한두 해만 하고 말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명분이 없는 일도 아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세력은 없다. 선거제도 개혁은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약속이다. 역대 그 어느 세력보다 개혁의 필요성과 의지를 앞세우며 집권한 정권에서조차 선거제도 개혁을 할 수 없다면 앞으로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중단없는 개혁을 다시 모색할 때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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