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로 진행 중인 <성균관 스캔들>이 회를 거듭하며 극적인 진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벽서의 정체가 주변인들에게 드러나고,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힘겨워 하던 선준이 커밍아웃까지 하는 상황은 파격적이었습니다.

홍벽서 vs 남색 논란을 무너트린 선준의 커밍아웃

여자임을 밝히지 못하고 틀어지는 관계를 어찌하지 못한 윤희는 선준에게 과거와 같은 친구 사이로 지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윤희를 남자로만 알고 자신이 사랑하고 있음을 아는 선준은 그와 멀어지는 것만이 답이라 생각할 뿐입니다.

눈물을 감추려 뛰어나온 윤희는 운명처럼 홍벽서 걸오를 만나게 됩니다. 큰 상처를 입고 겨우 성균관까지 온 그는 윤희를 확인하고 "죽지 않아서 좋구나"라며 자신의 마음을 슬쩍 드러냅니다. 윤희로서는 홍벽서가 걸오라는 사실에 놀랍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겨우 한적한 창고로 몸을 숨겼지만 커다란 상처는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걸오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여림은 부상 가능성을 염려해 의원을 밖에서 모셔와 응급치료를 하게 됩니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걸오와 그의 정체를 숨기려던 윤희가 함께 있는 모습은 우연히 그들을 목격한 선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황급하게 도망치듯 나서는 선준은 다른 유생들에게 목격되고 이런 상황들은 걸오와 윤희의 남색으로 일파만파 소문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홍벽서를 잡아 장의인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하인수는 혈안이 되어 찾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우연하게 치료를 마치고 가던 의원에게 듣고 현장을 찾아가지만 이미 모두가 사라진 뒤일 뿐. 다행스럽게 여림의 부채를 발견한 장의 일당은 그의 방에서 흔적을 찾으려 하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힘들게 홍벽서의 정체를 숨기고 상처를 치료해 위급한 상황에서 구해내기는 했지만 언제 다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윤희와 걸오에 대한 남색 소문은 순식간에 성균관에 퍼졌고, 이를 기회로 자신의 상황을 만회하려는 장의는 꾀를 냅니다.

권력 남용으로 장의 직을 잠시 잃게 된 그는 남색 소문을 빌미로 다시 장의 자리를 되찾고 재회를 개최해 윤희와 걸오의 남색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로 합니다. 성균관의 재회는 임금마저도 어찌 할 수 없는 독자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는 일이기에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장의로서는 홍벽서로 판명이 나든 남색이 되든 이 둘이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되니, 곧 자신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론이 나든 눈엣가시들을 몰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극한 상황에 처한 걸오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윤희를 구하려 합니다.

걸오앓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빛을 발한 건 다름 아닌 잠잠하게 상황을 주시하던 선준의 폭발이었습니다. 그동안 정중동의 자세로 반듯한 선비로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그가 윤희에 대한 사랑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강수를 두게 됩니다.

2010년 현재에도 동성연애자에게 관대하지 못한 게 우리 사회인데, 유학이 지배하던 조선시대 남색 사건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지요. 사실로 밝혀진다면 양반으로서 모든 권리를 빼앗긴 채 폐인처럼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커밍아웃을 선언한 선준은 목숨을 던져 사랑을 선택한 셈입니다.

걸오앓이를 만들어낸 걸오가 가까운 곳에서 윤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선준앓이를 만들어낸 선준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버렸습니다. 당시 조선시대 최고의 권력자 아들이 나병환자만큼이나 위험한 존재로 취급받을 수 있는 남색을 당당하게 외쳤다는 것은 사랑의 힘이 아니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솔직해지면 사랑하는 윤희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선준은 그렇게 자초한 위기로 인해 힘겨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동생과 혼인까지 약조한 상황에서 남색을 밝힌 선준에 대한 장의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둘 사이의 대립은 현재까지 볼 수 없었던 극한 싸움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사랑을 찾은 선준은 비로소 윤희를 자신의 사랑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색이 완연한 정조가 그토록 바라던 금등지사를 찾는 일과 맞물린 대립 구도는 <성균관 스캔들> 후반부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공유와 윤은혜의 가짜 동성애의 짜릿함을 극적으로 담았던 <커피프린스 1호점>과 흐름이 유사해 아쉬움을 주고는 있지만, '성스'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격한 사랑이 또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 흥미롭기만 합니다. 유아인의 변신이 돋보이는 걸오앓이와 송중기의 매력을 극대화한 여림의 눈물에 이은, 믹키유천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한 선준의 커밍아웃은 극적인 흐름을 더욱 극적으로 몰아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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