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의 바다에 빠져 헤엄치느라 미국 박스오피스 소식이 하루 늦었습니다. 별로 인기가 없는 포스트지만 여태까지 이어온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올리고 있습니다만... 이번 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더니 체력의 한계가 느껴져서 한 주 빼먹으려다가 괜히 찜찜해서 올려봅니다! ^^

10월 둘째주 미국 박스오피스는 큰 이변 없이 <소셜 네트워크>가 2주 연속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금요일에는 신규 개봉작 <Life as we know it>에 밀리면서 2위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소셜 네트워크>의 흥행성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가 했는데 다행히 주말 합계에서는 재차 1위에 올랐군요. 하지만 여전히 평단과 관객의 반응에 비하면 흥행성적이 저조한 편입니다. 그러고 보면 데이빗 핀처도 흥행과는 큰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최고의 개봉성적을 올린 영화는 약 3천만 불의 <패닉룸>이었고 <소셜 네트워크>의 성적은 3위에 해당합니다. 미국 내에서 1억 불을 넘긴 영화는 <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딱 두 편이네요. <소셜 네트워크>도 힘들 듯...

코미디 영화 <Life as we know it>은 금요일 개봉과 함께 1위에 올랐으나 일일천하로 그치며 주말순위에선 2위로 만족했습니다. 제작과 주연을 겸한 캐서린 헤이글의 전작인 <Killers>보다는 못한 성적을 올리긴 했지만 제작비가 낮아서 그럭저럭 양호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캐서린 헤이글은 <사고친 후에, 27번의 결혼 리허설, 어글리 트루스, 킬러스>에 이어 이 영화까지 거치면서 이제 코미디 장르로 입지를 굳힌 모양입니다. 반면 조쉬 더하멜은 좀 더 많은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으면 좋겠네요.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있다고는 하나 조연이고... 주연작으로는 이렇다 할 작품이 없네요.

<Life as we know it>의 예고편입니다.

이 영화는 두 명의 싱글 남녀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은 친구들의 아이를 맡아 기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고 있습니다. 예고편을 봐서는 썩 나쁘진 않아 보이는데... IMDB 평점은 가혹하네요. (4.8점) 그나저나 아웅~~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라도 한번 보고 싶어요!!! o>_<o

3위를 차지한 <Secretariat>은 얼마 전 국내개봉했던 <그랑프리>와 마찬가지로 말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설탕>에 이어 <그랑프리>가 개봉했듯이 미국도 말을 등장시키는 영화가 종종 나오는 편이군요. 저쪽도 우리나라처럼 마사회의 지원을 받아서 제작되는 걸까요? 이 이전에는 다코타 패닝이 출연했던 <드리머>가 있었고, <시비스킷>도 역시 말을 소재로 했었죠. 그 밖에도 말을 소재로 한 영화가 더 있지만, 이 세 편 중에서 개봉 첫 주말 성적으로 따지자면 <시비스킷>이 1위고 <Secretariat>는 2위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다이앤 레인, 존 말코비치, 제임스 크롬웰 등이 출연한 <Secretariat>는 1970년대에 실존했던 전설적인 말과 마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페너 체어리는 주변의 반대를 무릎쓰고 아버지가 물려준 목장을 경영하기로 하고, 자신의 목장에서 태어난 말 'Secretariat'을 최고의 명마로 키워냅니다. 그 결과 'Secretariat'는 역사상 아홉번째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뉴스위크, 타임' 매거진의 표지까지 장식하게 됐다고 합니다.


<Secretariat>의 예고편입니다.


<수퍼맨 리부트>의 감독을 맡은 잭 스나이더의 애니메이션 연출작 <레전드 오브 가디언>은 지난주보다 두 계단이 하락한 4위입니다. 차기작으로 <수퍼맨 리부트>가 결정된 건 희소식이지만 현재 개봉작의 흥행성적은 영 신통치 못하네요.

5위는 현재 한창 <스크림4>를 촬영 중인 웨스 크레이븐의 신작 공포영화 <My Soul to Take>입니다. 그런데 총 2,500개가 넘는 극장에서 개봉했고, 대부분이 3D 상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영화의 거장이 연출한 작품치고는 성적이 형편없습니다. 심지어 웨스 크레이븐은 이 영화로 현재까지 1,500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했던 3D 영화 중에서는 최저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습니다. 뭐 내년 4월에 개봉하는 <스크림4>로 만회해주기를 바라야죠...

<My Soul to Take>는 음산한 마을인 리버튼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서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한 연쇄 살인범이 자신이 죽던 날에 태어난 일곱 명의 아이들을 죽이러 오겠다고 저주를 퍼부었다고 하는데, 그로부터 16년이 흘러 정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씩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과연 악령이 부활한 것일까요? 아님 다른 연쇄 살인마의 출현일까요?

<My Soul to Take>의 예고편입니다.

벤 에플렉의 신작이자 호평이 자자한 <The Town>이 6위입니다. 어쩌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The Town>이 복병이 될지도 모를 일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소셜 네트워크>보다 평은 좀 떨어지지만 흥행에선 한결 낫습니다.

7위로 떨어진 <월 스트리트2>의 흥행성적은 다소 의외입니다. 개봉 전의 우려와 달리 반응은 꽤 괜찮았고 개봉과 함께 1위도 차지했지만 그 이후의 흥행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하더니 개봉 3주 만에 7위까지 수직으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감독과 배우를 감안했을 때 제작비가 꼭 비싼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 5천만 불도 돌파하지 못했네요.

8위는 <스파이더맨4>에서 그웬 스테이시로 출연하게 된 엠마 스톤의 <Easy A>입니다. 크게 흥행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영화가 제작비의 다섯 배 이상을 벌어들였고 <스파이더맨4>에 출연까지 하게 됐으니 엠마 스톤은 복이 터졌군요.

르네 젤위거가 주연한 스릴러 <Case 39>은 역시 흥행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개봉 2주 만에 7위에서 9위로 하락했고 흥행수입은 1천만 불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네요. 그나마 다음 주가 되면 10위권 안에서 제목을 보기가 힘들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했던 <You Again>도 썩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개봉 3주 만에 마침내 제작비를 초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고니 위버와 제이미 리 커티스의 만남에 비하면 초라하긴 하지만... 이쯤에서 만족해야겠군요.

참고로 <렛 미 인> 리메이크는 흥행성적이 시쳇말로 안습 수준입니다. 호평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에 8위로 데뷔하여 충격을 안겨주더니 급기야 2주 만에 11위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제작비가 2천만 불인데 아직 절반도 못 벌었어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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