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던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답답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1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다소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0 무승부를 거두며 올해 국내 A매치 평가전을 모두 마쳤습니다. '캡틴' 박지성이 빠지면서 다소 맥 풀린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드러내면서 많은 문제점과 보완점만 확인한 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패스플레이 실종, 조직력 문제, 골결정력 부족, 역습 상황 대처 부족 등 다양한 문제들이 도마에 올라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여전히 새로운 감독의 전술에 전혀 녹아들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독은 "내 축구를 아직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고 있고, 선수 역시 "만화 축구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아시안컵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대회가 단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된 전술을 갖고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 한ㆍ일 축구 평가전을 마친 대표팀 ⓒ연합뉴스
사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고 있는 다양한 전술을 활용한 변화무쌍한 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놓고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점이 많고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찾을 수 있는 것이 맞습니다. 세대교체를 점진적으로 시도하면서 기존과 다른 세밀한 패스 축구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은 매력적인 요소가 많고, 잘만 하면 '탈아시아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51년 만의 우승'이라는 목표를 나름대로 내건 아시안컵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너무나 많은 실험을 시도하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금은 '무모한 욕심'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실험은 좋고 새로운 자원을 시험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시도하려 하는 것은 정작 잡아야 할 것을 못 잡는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조광래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을 시험하고 개성 넘치는 다양한 전략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뛰는 선수들이 뒷받침되지 않고 감독만 밖에서 애를 태우는 것은 타이틀이 걸린 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는 나타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선수에게 전혀 맞지 않았던 옷을 대표팀에서 어렵게 입힌다 해도 이를 소속팀에서 그대로 활용하는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만약 대표팀에서 자신의 주포지션과 다른 새로운 포지션을 맡는다 할지라도 소속팀에서는 주로 자신의 장기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주포지션에서 경기를 펼치기 마련인데요. 다시 말하면 현재 같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팀 운영을 추구한다면 선수가 감독에 맞추는 것보다 감독이 선수에 맞추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안정형을 추구한다 했을 때 적어도 소속팀과 대표팀 간의 연속성을 살릴 만한 모습이 필요한데 조광래 감독 부임 후 치른 3경기 대표팀 경기에서는 이런 것이 잘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답답한 경기만 펼치는 아쉬움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이 이렇다 해서 마냥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 2002 월드컵 때도 개막하기 한 달 전에야 제 폼을 찾으면서 좋은 성적을 낸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틀 대회에 나서는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급진적인 실험에 매진하는 것보다 실험과 함께 선수들이 보다 좋은 경기를 펼칠 만한 기본적인 틀, 선수들의 장점을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전술, 즉 '확실한 우승 전략'을 갖고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승을 위한 최상의 전략과 변화무쌍한 실험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팀 운영으로 아시안컵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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