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묵직한 블랙 코미디 <SKY 캐슬> (11월 30일 방송)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

“경치는 끝내주죠. 사는 사람들이 문제지.” JTBC <SKY 캐슬>에서 상류층만 사는 스카이캐슬의 입주민 노승혜(윤세아)는 스카이캐슬의 경치에 감탄하는 새 입주민 이수임(이태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사람들이 문제다. 남편은 승승장구하는 차기 병원장 유력후보고 아들은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와중에 남편이 포상휴가로 크루즈여행까지 보내줬다. 하지만 남들에겐 여행간 척 했던 이명주(김정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동안의 시간이 모두 지옥 같았다고 부모와 연을 끊고 싶다며 가정부와 도망간 아들의 배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옆집 친구 영재(송건희)가 자취를 감추고 옆집 언니 이명주가 자살을 했는데, 그 부재에 대해 슬퍼하기는커녕 한서진(염정아)과 딸 예서(김혜윤)의 관심사는 영재를 맡았던 입시 코디를 해고할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인간적인 감정 따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모녀의 대화였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

앞에서는 언니, 동생하면서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 같지만 한 명만 없으면 둘이서 뒷담화를 하고, 잘하는 아이를 깎아내리기 바쁜 신경전과 비방전이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곳.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지지해주는 게 아니라, 생활기록부와 자소서, 봉사활동, 과외팀을 짜주는 매니저에 가까운 곳. 한서진이 코디를 해고하자, 딸 예서는 “나 서울대 의대 못가면 엄마가 책임질 거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울고불고하는 것도 모자라 “당장 김주영(김서형) 선생님한테 전화해”라고 명령까지 했다. 엄마를 오로지 자신의 성적을 올려줄 선생님 구하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는 곳이 바로 스카이캐슬이다.

<SKY 캐슬>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시어머니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 한서진과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우리나라 입시의 목표는 대학 입학”이라고 외치는 차민혁(김병철)을 통해 상류층의 민낯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새롭게 입주한 이수임을 통해 그 세계에 균열을 만들려고 한다. 자신의 견고한 권력에 반기를 들면서 의문을 제기한 이수임에 대해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차민혁이 “그 여자 대학 어디 나왔대?”라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정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사교육 없이 아이를 존중하며 키워온 이수임의 교육 방식은 스카이캐슬의 견고한 벽을 깨뜨릴 수 있을까.

이 주의 Worst: 아이가 물건입니까? <신과의 약속> (11월 24일 방송)

MBC 토요드라마 <신과의 약속>

아이로 시작해서 아이로 끝났다. MBC <신과의 약속>은 처절하리만큼 아이를 이용해 모성애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은 작품이었다. 모성애를 다루는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잘못된 모성애 신화를 강요하는 것이 문제였다.

만삭의 임산부에게 남편 내연녀가 임신했다고 고백한다. 내연녀가 부부를 갈라놓자마자 곧바로 아이가 유산됐다. 전처는 혼자 아이를 낳았지만 6년 뒤 급성 백혈병에 걸린다. 부모 모두 골수가 맞지 않았다. 현재 최선의 방법은 골수이식을 해줄 또 다른 아이, 즉 형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원수 같은 전남편의 아이를 가져야만 한다. 한 생명을 낫게 하기 위해 또 다른 생명을 도구로 삼는 것. 이 말도 안 되는 행위를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시청자에게 들이민다.

재욱(배수빈)이 지영(한채영)과 이혼을 하게 만든 것은 내연녀 나경(오윤아)의 아이였고, 전처 지영을 다시 만나게 한 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현우의 백혈병 때문이었다. 아이를 담보로 불륜과 이혼, 다시 재결합이 벌어지고 있는 흐름이 너무나 불편했다. 심지어 재욱의 아버지 상천(박근형)은 현우의 존재를 “비빌 언덕”, “보험”이라고 표현하며 아이를 물건 취급했다.

MBC 토요드라마 <신과의 약속>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상천 회장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똑똑한 변호사 우나경도 아이가 없다는 게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다. 여성들의 워너비인 아나운서 서지영도 아이가 아프니 “일하느라 아이 내팽개친 나쁜 엄마”로 나락한다. 두 여자의 발목을 잡는 게 모두 아이였다.

지영의 친정엄마는 “애 아픈 건 애미 정이 없어서 그런다”, “그렇게 자식 외롭게 하더니 이 죄를 어쩌려고”라며 현우의 병을 일하는 딸의 탓으로 돌렸다. 아이가 아파도, 바람나서 다른 여자랑 결혼한 아빠보다 일하면서 아이를 홀로 키운 엄마 탓을 먼저 한다. 우리 사회에서 워킹맘이 흔히 겪는 ‘죄책감’의 실체는 이런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이 때문에 이혼하고, 아이가 없어서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아이가 아파서 나쁜 엄마 취급을 받는다. 차라리 출생의 비밀이 난무하고 재벌가와 캔디의 진부한 사랑을 다루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편이 정신건강에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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