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방가?방가!>가 바로 포스터만으로 관람여부를 결정한 영화에 속합니다. 하지만 사실 평상시의 저였다면 <방가?방가!>는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패스했을 영화였을 겁니다. 배우 김인권을 좋아하긴 하지만 주연감으로 썩 어울린다고는 보지 않고, 코미디 영화라고는 하나 포스터에서는 속된 말로 '싼 티'가 줄줄 흐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방가?방가!>를 본 이유는, 여름과 겨울 사이의 유일한 대목인 추석 연휴를 노리고 많은 영화가 한꺼번에 왕창 개봉한 탓이었습니다. 개봉한 주에 영화를 죄다 봤더니 일주일이 넘게 극장을 못 가서 금단증상이 일어나지 뭡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방가?방가!>라도 보자는 심산이었는데... 오호라~, 이거 안 봤으면 조금 섭섭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의 줄거리에서 알 수 있다시피 <방가?방가!>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코리언 드림'을 좇아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착취를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이죠. 사실 이러한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낸다는 건 상당한 도박에 해당합니다. 무겁게 풀어내자니 코미디란 장르에는 어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풀어내자니 소재 자체가 꽤 무겁습니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될 확률이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쉽게 시도해볼 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과감하게 외줄타기를 시도한 <방가?방가!>는 코미디 장르를 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인 혹은 적어도 실패로 귀결되지 않은 영화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런 시도를 종종 선보였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대부분 시도에만 그쳤다는 거죠. 이를 두고 저는 '과욕'이라고 불렀습니다만, 모처럼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근접한 형태를 띄고 있더군요. 반면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니, 현실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코미디 영화로 꼽는 것은 생각 없이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코미디 영화라면 잘 웃기기만 해도 중간은 가는데, 중반까지 잘 나가다가도 강박증 환자마냥 후반부에 다다라 괜히 교훈과 감동을 주려고 욕심부리지 않는 그런 영화말입니다. (이 욕심이 한국 코미디 영화의 가장 큰 고질병입니다)
그렇다면 <방가?방가!>는 아슬아슬하게 그 중간에 위치한 영화에 해당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방가?방가!>는 설정의 상당수가 현실의 사회적인 문제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태식의 학력에 대한 언급은 없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어쨌든 그는 '평균이하의 외모'로 인해 면접에서 줄줄이 낙방하며 '취업난'에 시달립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수단이 외국인으로 분해 취업하는 거였는데, 거기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대면하게 됩니다. 한국인과 달리 강제적으로 근무에 투입되고, 근무환경도 형편없고 그러면서도 급여는 적으며, 여자는 성추행까지 당하는가 하면, 불법체류로 인해 아무런 보상조차 못 받고 쫓겨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방가?방가!>를 맘에 들어하는 이유는 비교적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결말부에 자제력을 잃고 참아왔던 욕심을 어설프게 드러내는 바람에 점수가 좀 깍였습니다만, 이 정도는 그간 숱한 한국의 코미디 영화들이 저질러왔던 오류를 보완한 축에 속합니다. 더욱이 <방가?방가!>는 사실상 출발점부터가 그냥 웃기면 그만인 영화가 아니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 성공적입니다. 그러니까 도박판에서 적어도 판돈을 다 잃지는 않은 영화라는 것이죠. 보는 이에 따라서 어중간한 영화로 다가갈 우려도 없진 않습니다만 저는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을 통과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P.S) 김인권은 제가 가늠했던 것 이상의 능력치를 가진 배우라는 것을 <방가?방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태가 의욕이 앞서 다소 부족한 연기를 선보였던 데 반해서 김인권은 거의 완벽하게 캐릭터와 부합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