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지만 대중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아픈 구석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는 힘겨운 사회 속에서 어쩌면 그렇기에 그들의 아픔과 힘겨움을 외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방적으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강제 폐지된 <후 플러스>는 마지막 이야기로 홈리스들의 월드컵을 다뤘습니다.
2010 월드컵보다 감동적이었던 홈리스 월드컵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을 위한 잡지 빅이슈는 영국에서 1991년 창간되었습니다. 노숙자들을 돕는 사회단체는 의외로 많지만 빅이슈와 같이 스스로 노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획기적인 방식은 없었습니다.
봉사활동과 기부 등에 적극적인 세계적 스타들이 빅이슈에 줄지어 모델을 자청하기도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고립된 이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는 국내에도 '빅이슈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지난 7월 5일 첫 호가 발간됐습니다.
가족에게도 외면 받고 사회 시스템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거리의 노숙자로 살아가야 하던 그들도 이제는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영할 일입니다. 그들의 노력은 조금씩 현실적인 희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던 그들이 당당하게 시민들 앞에 나서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어 살아가는 과정은 그들에게 희망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거리로 내몰린 그들은 커다란 절망으로 삶의 의미마저 상실한 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빅이슈 코리아'는 기부가 아닌 거래를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 아고라를 통한 시민들의 모금을 포함해 어렵게 모은 대회경비로 6명이 출전한 그들은 고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브라질 출발 이틀 전 그들의 큰 형은 연습 도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가장 실력이 좋은 스트라이커는 연습에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게 대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그들에겐 놀라움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현격하게 차이나는 실력과 주눅 들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속절없이 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홈리스 월드컵'의 특성상 현지인을 2명까지는 자국 선수로 뛸 수 있게 한다는 조항을 이용해 선택한 브라질 선수들로 인해 첫 승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들은 즐거울 수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외부인의 도움을 통한 승리가 아닌 자신들만의 실력으로 최선을 다해 패배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12번의 경기 중 브라질 선수 두 명이 뛰어 이긴 한 경기를 제외하고 11패를 하며 대회 꼴지를 했습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은 비록 실력도 부족하고 체력도 안 되어 실수투성이에 엉성한 축구를 했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홈리스 월드컵'의 취지를 가장 잘 살렸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만신창이가 되고 참패로 마무리된 '홈리스 월드컵'이었지만 선수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관중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느꼈던 뿌듯함은 자신들의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버려져 소외받고 멸시 당하던 노숙자에게 '빅이슈 코리아'와 '홈리스 월드컵'은 희망이란 단어를 믿게 해주었습니다. 초라하기만 한 자신들을 위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보낸 낯선 이들에게서 그들은 행복을 느꼈고 희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그들을 부정하고 주변의 이웃들이 그들을 외면한다고 해도 스스로 최선을 다해 세상을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홈리스 월드컵'에서 보여준 관중들의 환호는 현실에서도 이뤄질 겁니다.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우리에게 눈을 감기고 귀를 막는 상황에 이젠 입도 막으려 합니다. 도감청은 급격하게 늘어가며 개인의 휴대폰마저 모두 감시하겠다는 현 정권으로 인해 2010년은 조지 오웰의 '1984년'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터'의 세계로 진입하려 합니다.
시사 프로그램은 단순히 영리를 목적으로 편성되는 방송이 아닙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편견 없는 시각으로 잘못을 지적하고 바꾸라고 이야기하던 그들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잣대를 들이밀며 시사 프로그램을 두 개나 폐지한 김재철 사장을 위시한 MBC의 현 수뇌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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