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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 근본으로 돌아가라, 낙태죄는 누구를 위한 법인가?국가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 법, 형평성에도 인권에도 어긋나는 낙태죄
장영 기자 | 승인 2018.11.24 13:55

정규 편성된 <거리의 만찬>은 여성들의 시선으로 다양한 문제를 바라본다. 여성들이 현재를 살아가며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를 담담하게, 하지만 같은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유용하고 좋은 프로그램이다.

낙태가 죄가 되어버린 사회, 그 속에 홀로 고통 받는 여성의 삶

낙태가 ‘죄’로 명문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사회적 문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종교의 문제로 낙태를 죄악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정작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삶은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적인 신념이라면 그건 그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이치일 수는 있다.

대한민국에는 형법 269조에 낙태는 죄라 명시되어 있다. 지난 1953년 낙태죄가 시행되었다. 제법 오래된 법이다. 최근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낙태가 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독교 단체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종교적인 신념을 앞세워 낙태는 살인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반대만 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단 점이다. 사회적 편견이 가득하고 국가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위한 낙태 반대인지 알 수가 없다.

KBS 교양프로그램 <거리의 만찬> ‘천 개의 낙태’ 편

물론 낙태를 당연시 하는 사회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낙태를 허용한다 해서 문란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편협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일 뿐이다. 낙태가 죄가 아닌 세상은 과연 소돔의 도시가 되는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낙태를 죄로 만든 것일까?

소돔을 만드는 것은 낙태를 죄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가진 자들의 타락이 곧 사회 전체를 붕괴로 이끌 뿐이다. 낙태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여성들이 낙태를 일상으로 삼지 않는다. 누가 자신의 몸을 망치는 일을 일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러한 추측은 당혹스럽고 폭력적이다. 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여성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아이를 잉태하고 낳는 것은 여성의 몫이지만 그 과정에서 남성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왜 낙태죄에 무관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낙태를 선택하는 순간 이후의 문제는 여성들의 몫이다. 그리고 처벌도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의 몫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왜 낙태를 형법으로 만들어 여성들에게 그 죄를 묻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남성이 낙태죄에서 자유롭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잘못된 법이다. 낙태를 죄로 유지해야만 한다면 그 책임은 남자와 여자가 공동으로 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법으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 오직 여성을 옥죄기 위한 법은 부당한 성차별이니 말이다.

KBS 교양프로그램 <거리의 만찬> ‘천 개의 낙태’ 편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왜 사회적 변화에는 둔감한가?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도 차가운 시선을 느끼지 않고 동등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라면 누가 굳이 낙태를 하려 할까? 범죄로 인해 피치 못한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도 자기 몸 안의 생명을 떼어내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인위적인 낙태가 문제라면 사회 변화부터 이끌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미혼모를 동등하게 바라보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들에게 국가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면 굳이 그들이 고민 끝에 낙태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낙태는 형법으로 다스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낙태를 하는 여성들이 왜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가? 낙태죄가 존재하던 시절에도 낙태는 이어져 왔었다. 그 명칭이 '월경조절술'로 사용되고 국가에서 매년 수백억의 지원을 해주던 시절도 있었다. 70년대 산아제한을 국가 정책으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낙태를 국가가 지지하고 지원해준 셈이다.

산아제한을 하던 시절 낙태는 당연하지만 현재는 낙태는 끔찍한 범죄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국가 정책에 따라 법의 쓰임이 달라진다면 그건 법이라 할 수 없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낮아지며 저출산이 장기화되는 사회에서 낙태죄까지 폐지하면 아이를 더 낳지 않을 것이란 불안 때문이라면 그것 역시 잘못이니 말이다.

KBS 교양프로그램 <거리의 만찬> ‘천 개의 낙태’ 편

프랑스의 인구 변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문화구축이었다. 그렇게 홀로 아이를 키워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게 국가가 지원하기 때문에 변할 수 있었다. 그런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 자체가 달라지며 프랑스는 저출산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가? 아이를 낳으면 1억을 준다는, 거대야당의 주장이 과연 대책이라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아이는 무슨 거래 물품도 아니고 경품 역시 아니다. 

낙태를 죄악시하기보다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죄악시 하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아이 낳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죄가 되면서, 왜 홀로 아이를 낳는 것까지 죄악이라고 보는 것인가? 여성들은 낳지도 못하고, 낳아도 문제가 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낙태죄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여성의 몸은 여성들의 것이다. 사회적 시스템과 시선이 바뀌면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낙태를 죄악시 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의미에서 이를 죄로 규정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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