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영원한 맞수' '양 국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모자람이 없는 최고의 라이벌전, 한일전이 오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가운데 이 경기에 뛸 24명의 축구대표팀 명단이 확정, 발표됐습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일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 허정무 감독 재임 시절 이어온 연승 행진을 이어 아시안컵을 좋은 분위기로 맞이하겠다는 생각으로 실험보다는 기량 좋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3기 조광래호' 발표 ⓒ연합뉴스
이번 대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조광래 감독이 뽑을 수 있는 카드는 어느 정도 모두 뽑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정예급 멤버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전 두 경기에서 새로운 선수를 뽑는 데 중점을 뒀던 조광래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멤버들로 팀을 구성해 이번 한일전에서 멋진 경기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엔트리는 지금껏 봤던 엔트리보다 참 기대되고, 어떤 경기 결과를 보여줄 지도 기대가 됐습니다.

이번 엔트리의 특징은 한때 버림받았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내부적인 경쟁심, 그리고 투쟁심을 자극하는 면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대표팀에는 기존에 뛰었다가 모처럼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적지 않았는데요. 현재 K-리그 득점왕을 달리고 있는 유병수(인천)를 비롯해 '말년 병장' 최성국(광주), 월드컵 엔트리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구자철(제주), 신형민(포항), 타깃형 공격수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김신욱(울산), 부상 등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황재원(수원) 등이 다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최근 폼을 상당히 많이 끌어올려 나름대로 소속팀에서 기여도가 높고, 개인적인 활약도 돋보이고 있다는 점인데요. 기존 젊은 선수들의 흐트러졌던 경쟁심을 자극시키고 이를 통해 팀 전력을 극대화시켜 일본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일전의 사나이가 많이 발탁된 것도 흥미롭습니다. 지난 5월에 열린 한일전에서 골을 터트렸던 박지성(맨유), 박주영(AS 모나코)은 물론 2월 동아시아컵에서 강한 일본 허리를 상대해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신형민, 그리고 결승골을 터트렸던 이승렬(서울), 한일 올스타전인 조모컵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던 최성국 등이 바로 '한일전의 사나이'로 꼽을 만한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의 개인적인 좋은 경험을 살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인 일본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엔트리입니다.

그러면서도 조광래 감독의 시험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멤버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끕니다. 조광래호 출범 후 두 경기 동안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잘 맞아 떨어질 만큼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이 대단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는 두 경기 동안 보였던 혁신을 좀 더 안정화시키면서도 세부적, 부분적으로는 약간의 변화를 다시 시도해 아시안컵을 앞둔 마지막 국내 평가전에서 확실한 전력 구상을 하겠다는 의지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량 좋고 창의적인 선수들이 많아야 하는데 기존에 시험했던 선수들 뿐 아니라 최근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그야말로 '시험해볼 수 있는 자원'은 모두 가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한일전은 아시안컵을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기기 위해 최상의 전력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광래 감독의 지도력, 전술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매치가 될 수 있겠지만 올해 두 차례 대결, 그것도 원정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바 있고, 그 당시 뛰었던 선수들이 대거 속해 있는 만큼 더 좋은 경기를 펼치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 한 해 많은 성과를 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무대를 만드는 조광래호 태극 전사들이 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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