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용 자막수어방송시스템 개발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3억원을 삭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사업과 유사·중복된다는 이유인데 원천기술 개발 사업과 서비스 응용화 사업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과방위 예산소위 결과가 보고됐다. 예산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보고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용 자막수어 방송시스템 구축 예산은 기존 15억 원에서 3억 원이 감액됐다. 과기정통부 관련 사업 예산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연합뉴스)

앞서 7일 열린 과방위 예산소위에서는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임재주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해당 예산과 관련해 ▲청각장애인용 자막수어방송시스템 개발사업으로서 과기정통부의 사업과 유사·중복되므로 15억 원 전액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청각장애인이 TV 외 장치에서도 수어·해설 등의 서비스를 차별 없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관계 법령에 따른 각 부처의 업무영역과 사업준비 현황 등을 고려해 관련 기술개발사업은 과기정통부 사업으로 일원화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액삭감 의견까지 있었던 상황에서 소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청각장애인용 자막수어방송시스템은 할 필요가 있고, 장애인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과기정통부 사업과 중복된다. 유사·중복 사업이라는 게 쟁점"이라며 "방통위가 규제 뿐 아니라 진흥을 하다 보면 과기정통부 사업과 유사·중복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예산 삭감과 관련 사업 과기정통부 일원화를 주장했다.

이에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과기정통부에서 하는 사업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희가 하고 있는 것은 그 기술과 관련해 감성의 고도화라고 하는 부분과 관련된 사업내용"이라며 "이미 개발된 기술에 대해 청각장애인들이 VOD라든가 인터넷 방송에서 어느 위치에 어떻게 나오면 좋겠느냐는, 그리고 나중에 이런 부분들이 수어방송과 연결되려면 어떻게 전환되어야 하느냐는 기술 응용화에 관련된 사업이기 때문에 과기정통부 사업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천기술 개발 사업과 이를 적용하는 사업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과방위 예산소위는 과기정통부 복지미디어 사업과 예산이 겹친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 3억 원을 삭감했다.

과기정통부의 원천기술 개발 사업과 방통위의 기술 응용화 사업은 얼마나 중복되고, 얼마나 다를까.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가 추진중인 청각장애인용 수어자막방송 개발 사업은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실용화 제품을 개발해 보급까지 한다는 목표를 지닌 5개년 계획 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요구가 무엇인지, 실제 방송·영상 콘텐츠의 내용을 장애인 수용이 가능한 정도로 변형이 가능한지 등을 반복 검증해야 한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추진중인 사업에는 없는 내용이다.

일례로 방통위 관련 사업 계획에는 스마트폰용 수어자막방송앱 개발도 포함되어 있는데, 방통위는 해당 앱을 통해 스마트폰 영상 전부에 대한 수어자막방송이 가능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표준어·외래어 혼용 등에 대한 분석, 장애인들이 수용할만 한 표현이 가능한지, 배경음과 사람의 음성을 어떻게 구분할 지 등에 대한 실험과 검증이 필요한데 이를 방통위 사업에서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런 세부적인 부분, 실현 가능성이라고 봤는데 느닷없이 사업 중복성 얘기가 제기돼 조금 의아한 상황"이라며 "5년 뒤 정말 사업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 감독을 잘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사실 장애인 사업이라서 의원들이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국민참여예산'이라는 타이틀을 다니까 일부 의원분들께서 좀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다"며 "현 정부들어서 생긴 새로운 방식이라 국민참여예산으로 들어온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국회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국민이 예산 사업 제안, 심사, 투표 등 전 과정에 참여하여 예산을 결정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2018년도 예산안부터 시범 도입됐고, 2019년 예산 편성부터 본격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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