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MBC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던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0층 회의실. 창원·진주MBC 합병 안건을 통과시키는 짧고 굵은 세 번의 의사봉 소리가 난 뒤, 그 곳은 난장판으로 바뀌었다. 50여명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 노조원들은 “이게 제대로 된 MBC의 모습이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의장을 맡은 김종국 창원·진주MBC 사장은 나름 주주총회의 정당성을 설명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분노 가득한 고성이 오가던 그 곳에서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른 채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정대균 언론노조 진주MBC 지부장. 당시 정 지부장은 김종국 사장을 향해 합병에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표결을 강행한 점, 두 번째 안건은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폐회 선언을 하지 않고 주주총회를 끝냈다는 점 등 문제를 제기했다.

▲ 정대균 진주MBC 지부장(맨 오른쪽)과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중간),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맨 왼쪽) 등이 지난 28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송선영
오늘(30일)로 205일 째 ‘창원·진주 MBC 통합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정대균 지부장을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만났다. 정 지부장은 김종국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등 때문에 진주MBC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해직 언론인이다.

현재 언론노조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창원·진주MBC 합병 승인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방통위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창원MBC와 진주MBC의 합병회사인 ‘MBC경남’은 지난 20일 방통위에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음은 정대균 지부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진주MBC 주주총회를 통해 창원·진주MBC 합병 안건이 처리된 지 수일이 지났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노조원들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본다. 회사에서는 창원·진주 MBC가 합병이 되었다고 홍보 하는데 합병이 마무리된 것도 아니고,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 진주MBC 소액 주주들과 시청자, 지역주민이 (주주총회와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충분히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지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지 않겠나. 서부 경남의 6개 시,군 전체가 진주MBC가 없어지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희들은 지금까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승리할 거라고 믿고 있다. 진주MBC가 다시 지역민들에게 돌아가는 그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이번 창원·진주MBC 합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는가?

지역 여론 수렴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혀 안 됐다. 구성원들한테도 별 소리가 없다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의견 수렴) 절차가 없다고 지적하니까 부서별 설명회를 했는데 자료도 주지 않고 말로만 했다.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 지금 진주MBC 시청자위원회에서도 계속 반발하고 있고,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진주MBC가 만든) 합병 홍보책자를 다시 진주MBC로 돌려보내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에 가입한 단체를 보면 지리산 덕산곶감 작목반도 포함돼 있다. 그 회장님은 직접 찾아와 가입하겠다고 했다. 지리산 덕산 곶감이 알려지게 된 것은 진주MBC 때문이기에, 만약 진주MBC가 만약 없어지면 이런 기회가 없어진다고 하더라.

▲ 정대균 진주MBC 지부장 ⓒ송선영
만약 합병될 경우, 진주MBC의 방송 또는 보도 기능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합병계약서를 보면 보도 기능은 창원, 제작 기능은 진주에 둔다고 돼 있다. 창원과 진주 양사를 합하면 기자가 20명이다. 그 가운데 16명을 창원에 둔다는 것이고, 4명만 진주에 둔다는 것이다. 편집권이 창원 쪽에 있는 상황이다. 김종국 사장의 경영계획서도 뉴스 특보, 뉴스투데이 등은 창원에서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이 잘 안보는 생활뉴스, 저녁뉴스는 진주가 한다고 되어 있다. 편집권이 없는데 우리 지역민의 소식을 어떻게 전하겠나.

진주MBC 주주총회에서 공개된 회사 쪽의 자료가 진주MBC의 자산 가치 평가를 축소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진주MBC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산정한 창원MBC와 진주MBC의 합병 비율은 1:0.3809이다.) 규모면에서 작년 매출을 보면 진주MBC는 220억, 창원MBC는 212억 정도 된다. 또, 진주MBC 사옥에는 영화관이 들어서 있다. 우리는 경영 다각화를 통해 이미 안정적 경영을 하고 있다. 단지 사옥을 짓고 나서 4년 동안 적자였다. 3년 전, 최문순 사장 시절에 자산 평가 할 때는 마산MBC(현재 창원MBC)와 비슷했다. 나도 어떻게 이렇게 평가되었는지 모른다. 당시 주주총회 때 소액주주 대리인으로 들어갔었는데 설명하는 사람이 방송 건물, 방송 장비 등은 자산 가치에 포함이 안 된다고 하더라. 이를 옮길 경우 이에 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해가 안 되는 논리를 가지고 이야기 하더라. 현재 회계사를 선임해서 이러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주주총회장에서 회사 쪽이 창원·진주 합병의 효과를 제대로 설명했나?

합병 비율을 가지고 2시간 동안 질문을 했으나, 명확한 대답이 없었다. 김종국 의장은 합병 비율이 충분히 설명되었으니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했다. 그리고 (몇 분 뒤) 효과에 대해 토론을 했으니, 어느 정도 되었으니까 갑자기 의결하겠다고 땅땅땅. 그래서 “몇 명이 합병에 찬성했냐”고 물었더니, 대주주인 서울MBC만 찬성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다른 안건은 상정조차 하지 않았고, 폐회선언도 없었다. 소송을 하게 되면 절차상 문제가 많기에 승소할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MBC의 광역화는 무조건 반대라는 것인가? 아니면 조건이 있을 경우 합리적으로 논의가 가능한가?

요구하는 3대 전제 조건이 있다. 복수연주소, 광고총량제, 고용보장 이 3가지 조건을 해결하고 노사 합의로 광역화를 의논한다면 반대할 이유 없다. 그러나 회사 쪽에서는 합병 이후에도 3가지 조건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의논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지난 3월10일, 김종국 사장의 출근을 노조가 출근 저지를 하니까 김 사장은 “나는 합병 통합의 명을 받고 온 사람이다. 나는 올해 안에 합병을 하는 게 내 목표다. 나머지는 이야기가 안 된다”며 노조와 대화를 거부했다. 개인적으로 만난 것도 딱 한 번이다.
그 이후에 전혀 진척되는 게 없다. 김종국 사장은 노조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지금, 진주MBC에서는 통합 반대하는 목소리만 내면 징계 받는다. 노조원이 64명인데 그 가운데 14명이 징계를 받았다. 나는 해고이고. 원래는 3명이 해고였다가 재심 과정에서 줄었다. 통합에 방해가 되면 무조건 징계다. 그러니까 대화가 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만나기로 했다. 소액주주 중 한 사람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지역민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0월 안에는 소송이 들어갈 거 같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10월19일 국정감사에서 김종국 사장과 내가 증인 채택이 되어 있다. 또, 민주당 서갑원 의원실에서 지상파 방송을 통합, 해체할 때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현 정부에서는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지역에도 방송이 있다. 지난 42년간 서부 경남에서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한 진주MBC를 없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반성하고 노력해서 진정으로 서부 경남 지역민들을 대변하는 진주MBC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