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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바닥인 이유[한강대로32-②] 그래서 오늘도 길바닥에서 잔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 승인 2018.11.01 09:27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2014년 3월 노조 결성 이후 ‘진짜사장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노조가 끈질기게 싸워온 결과,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드디어 정규직화 방안을 내놨다. ‘부분자회사’다.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600여명인데 이중 1300명만 자회사로 고용하고, 나머지 1300명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건 천하제일의 어용노조라도 수용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방안이다. 그래서 우리 노조는 10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32 소재의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도시락을 꾸역꾸역 삼켜낸다. 춥고 시끄럽고, 매연도 심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억울하다. 그래서 쓴다. / 글쓴이 주

*①편 <반은 정규직, 반은 하청>에서 이어집니다.

노동조합은 굉장히 어렵다. 하루에도 몇 건씩 터져 나오는 현안을 해결해야 하고, 임단협 시기가 되면 다종다기한 요구들을 한데 모아내야 하고, 각기 다른 결의와 활동력을 가진 조합원들을 단결시켜야 하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전술을 짜야 하고, 집회와 선전전도 잘 해야 하고, 노조설명회 조합원간담회 운영위원회 대의원대회 총회 소모임 사회공헌사업 같은 것들도 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신이 없다.

이중 가장 힘든 일은 ‘가입’이다. 제아무리 노조가 방방 뛰며 홍보한다고 한들, 결국 선택은 비조합원들이 한다. 회사가 갑자기 ‘가족’ 행세를 하며 잘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해고’ 운운하며 협박을 하고, 노조에 가입하면 노동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임금이 적어지는 경우도 있고, 앞장서기는 싫고 그렇다고 이대로 참으면 호구되는 것 같고, 회사에 할 말 하는 노조원들 보면 부럽고, 투쟁하는 걸 보면 부담스럽고, 회사 관리자에 줄을 잘 서면 정리해고를 피할 수 있을 것 같고… 노조 가입은 계산과 번뇌와 협상의 결과물이다.

‘노조하자!’ 마음을 굳혔더라도 난제가 많다. 일단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대다수다.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인데 재벌 대기업의 제조업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조합원을 뺀다면 사실상 우리는 ‘노조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식은 짧지만) 노조 활동가로서 경험적으로 판단해보면 노조의 절반은 생기자마자 사라진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곳에 노조가 있다고 치자. 그래도 고민해야 한다. 노조라도 다 같은 노조가 아니다. 살아남은 노조의 절반 이상은 어용이다. 방송통신업계만 보더라도 굉장히 유명한 정규직 노조들은 사측에 교섭권을 위임한다. 노동조건에 대한 결정권을 사측에 넘겨주는 것이다.

이런 조직은 노조가 아니다. 노사협의회만도 못한다. 조합비를 달랑 몇 천원 내라는 노조, 회사와 적당히(조용히) 협상하는 노조, 사무실 쇼파만 제 역할을 하는 노조, 누군가 십년째 위원장과 사무장 완장을 차는 노조, 노조가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유령 같은 노조가 수두룩하다.

휴~. 운이 좋게도 어용노조, 유령노조를 피했다고 치자. 민주노조를 만났다고 치자(정말 복받은 경우다). 근데 가입하고 나면 더 힘들다. 회사와 관리자가 수시로 불러 호통을 치고 고성을 지른다. 읍소부터 협박까지 다양하다. “000 씨까지 노조 하면 우리 회사 망해”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왜 비정상적인 노조에 가입한 거야?” “000 씨, 꼭 노조 해야겠어? 그냥 좋게 좋게 가지?” 그럴 때마다 갈등한다.

매일 마음을 다잡아야 노조 할 수 있다. 사장님과 관리자의 말이 어깨를 짓누르고, 동료들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따가워진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2라운드 종이 울린다. 갑자기 엄청난 근태관리가 시작된다. “내가 일주일 동안 당신 뒤에 서서 감시할게.” “나는 당신을 합법적으로 괴롭힐 수 있어. 나는 사장이니까.” 회사는 나를 감시하고 사찰한다. 불법, 범법행위를 포착해서 징계를 요구하면 회사는 되레 피해자이자 제보자인 나를 공격한다. 가해자인 관리자를 감싸고 피해자인 나를 징계한다. 사장님은 ‘인사권’을 주장한다.

이런 무식한 착취자들과 혼자 싸우면 못 버틴다. 노동조합과 함께 싸워야 겨우 내 자리, 내 권리를 지킬 수 있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함께 거쳐야 비로소 동지가 된다. 물론 회사는 계속 괴롭힌다. 조합원들만 징계하기도 하고, 걸핏하면 임금을 체불하고, 여차하면 사회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부당노동행위 또한 끊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소묘한 이야기들은 가공한 소설도 아니고, 문제사업장 이곳저곳의 에피소드를 엮은 것도 아니다. 이 눈물 나는 노조 가입 스토리, 극악무도한 노조탄압은 모두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교섭의 ABC조차 모르고, 임단협을 깡그리 무시하고, 노동자를 노예로 생각하는 중간착취자들이 날뛰는 곳이 바로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다. 이곳에는 무분별한 착취와 갑질이 난무하다. 여러분이 만나는 LG 인터넷 기사들 그리고 우리 조합원들은 이런 일을 5년째 겪고 있다.

2라운드 다음은 3라운드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은 5년째 1, 2라운드만 반복한다. 매년 업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하려면 매년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업체가 바뀌는 시기에는 고용보장 싸움을 해야 하고, 이전 업체가 들고튄 임금과 퇴직금을 받으러 법적 싸움을 해야 하고, 새로운 사장과 관리자를 상대해야 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고… 매년 같은 싸움을 반복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3% 밖에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민주노조를 만나고 노조를 사수할 확률은 3%가 안 된다. 우리 조합원들 포함한 하청 노동자들은 매일 매순간 버텨내고 싸워야 한다. 그래야 일년 중 단 몇 개월만 온전히 ‘노조 할 권리’를 얻는다. (물론 원청이 중간에 업체를 교체해버리면 힘들게 쟁취한 권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LG는 이런 업체교체를 수시로 하고, 우리 조합원들은 이런 노조탄압을 수시로 당한다.)

이게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진짜사장 LG유플러스에게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LG는 노동자의 절반만 자회사로 정규직화하고, 절반은 하청업체로 남겨두겠다고 한다. LG가 하겠다는 정규직화 모델은 말그대로 반쪽짜리다. 그러면 노동조합도 반쪽이 된다. 천하 제일의 어용노조라고 하더라도 이런 제안은 수용 못 한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안 싸울 건가. 그래서 오늘도 길바닥에서 잔다.

③편에 이어집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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