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요즘 김종민의 부진과 함께 MC몽의 병역기피로 위기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MC몽은 대부분 통편집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줄어든 분량 때문에 2회 분량으로 나눠 방송하지 못하고 1회만으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냉정한 네티즌은 오프닝과 풀샷, 그리고 잠자리 복불복 관련해서 게임에 잠깐 등장하는 것 마저도 불쾌해하며 항의를 하기도 하는데요. 솔직히 이미 찍어놓은 녹화분에서 이 정도로 편집을 했다면 제작진 역시 국민 여론을 최대한 반영하여 노력을 한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아무튼 1박2일은 300회를 맞이하는 만큼 이번 방송분은 제대로 방송이 되었다면, 말도 안되는 윷놀이 역전 복불복의 재미와 이수근의 할머니팬이 손수 써서 보내신 편지에 의한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는 최고의 방송이 될 수도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MC몽 편집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려 1박2일의 300회가 빛이 바랜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청률에 상관없이 그 취지 만으로도 계속 방송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세 가지가 있는데요. 한 가지가 바로 끼가 넘치는 일반인들이 방송에서 자신의 끼를 보여줄 수 있는 스타킹과 예능의 수준을 넘어선 풍자와 해학, 감동이 돋보이는 무한도전, 그리고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과 여행의 묘미를 일깨워주는 1박2일입니다.

그래서 1박2일이 자꾸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까웠는데요. 이번에 할머니팬의 손편지를 보고 나니 더욱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어서 빨리 1박2일이 이런저런 논란에서 벗어나 다시 예전처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이수근 앞으로 전해진 권순주 할머니의 손편지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요. 그 편지 내용 속에 제가 생각하는 1박2일의 존재 이유가 그대로 녹아있는 것 같아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1박2일 제작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PD 선생님 고맙습니다.
1박2일처럼 재밌는 방송 보내주셔서.
저는 내장산 단풍으로 유명한 정읍에 살고 있지요.
1박2일을 무지~무지하게 사랑하고 좋아하는.
1박2일 덕분에 살맛나고 행복하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지요.
이북 백두산도 보고 대한민국 방방곳곳 고을고을을
방안에 앉아서 볼 수 있다는 것.
저는 딸 옷과 미미
함께 쪽방 살고 있지요. 그러니 웃을 일이라고는
없는데 1박2일을 재방송을 보고웃고 또 보고 웃고
내가 사는 유일한 낙이랍니다.
1박2일 주소를 알려고 학생에게 5000원을 주고
알았지요.
1박2일 팀을 전부 다 사랑합니다.
그 중 이수근을 제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어떤 분이 이수근씨를 앞장이라고 별명을 지어
주었는지 그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수근 머리에는 개그 샘이 있나 봅니다.
어쩌면 그렇게 줄줄이 개그들이 나오는지
수근씨 건강과 아이들 몸 건강히 무럭무럭
잘 자라길 매일 기도합니다.
그리고 CF도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구요.
1박2일이 배타고 가면 나도 배타고 가는 기분으로
보고 기차를 타고가면 나도 기차를 타고 가는 기분으로 TV를
봅니다
. 그러고보니 기차를 타본 지가 40년이 넘은
것 같군요. 제가 국민학교도 아니고 전주 아중리에 있는
숭실 공민학교 4학년 1반 다니다 말았습니다.
내가 그만둔 그 해에 학교가 없어졌지만
그러니 말이 안 되어도 맞혀 가면서 읽으세요.
이 글을 쓰는데만도 근 20여일이나 되요.
이말도러가면 이말이 안 맞고 애 많았습니다.
1박2일 프로가 노래자랑보다 더 긴 세월
장수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1박2일 팀과 스태프 전원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대박나세요.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수근씨 글씨로 잘 읽었다 한마디와
싸인 한장 부탁합니다.
늙은이 적선한다고 생각하시고.

1박2일 열성펜으로부터


공민학교는 초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령을 초과한 사람에게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1950년대 문맹퇴치 교육이 사회교육의 주축을 이루어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다가 1960년대 말부터 급격히 감소해 2001년에는 1개교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권순주 할머니가 나왔다는 전주 숭실 고등 공민학교는 1998년 폐교를 해서 없어졌다고 하는데요. 권순주 할머니는 그동안 문맹으로 살아오시다가 1994년부터 공민학교를 통해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셨나 봅니다. 아쉽게도 학교가 폐교되면서 다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배웠던 한글을 이용해 20여일이나 걸쳐 고심하시다 이렇게 1박2일 이수근에게 손편지를 보내신 건데요.

이수근에게는 정말 할머니의 그 노력과 정성이 너무도 감동적이라 그 어떤 팬레터보다도 소중하고 가슴이 찡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연을 보는 저조차도 눈물이 저절로 날만큼 할머니의 진심이 가슴 깊이 와 닿았는데요. 그리고 소원이라며 잘 읽었다는 말과 싸인 한장을 보내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이 그 감동의 크기에 비해 너무도 소박하셔서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이수근은 이런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머금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렇게 이수근은 너무도 감동해서 할머니에게 건강하시라고 직접 큰절을 올리며, 1박2일 멤버들도 많고 다 사랑하시는데 특히 자신을 손주처럼 아껴주시고 예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소원인 싸인을 1박2일 깃발과 스케치북에 직접 정성스럽게 해서, 앞으로도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며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수근은 가상미션 짝짓기 게임에서 1등해서 받은 온누리 상품권을 가지고, 풍기 인삼 재래시장에서 권순주 할머니께 드릴 인삼을 고르는데요. 이수근의 그 마음 씀씀이가 참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저도 그것을 보면서 권순주 할머니가 그 인삼 드시면서 오래도록 사시면서 1박2일을 앞으로도 재밌게 보며 웃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요. 그리고 1박2일 역시 얼른 위기에서 벗어나 이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예전처럼 일요일 저녁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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