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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심신미약 감형 논란시대, 국민 법감정은 변화하는데, 법은 그대로... 국민 눈높이 반영해야
장영 기자 | 승인 2018.10.21 12:24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끄럽다. 강서구 한 PC방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역대급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가해자가 경찰에 붙잡힌 직후 자신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조사 과정에서 정신병력 사실이 알려지는 것과 스스로 사실을 밝히는 것은 큰 차이다. 청원 사이트에 '심신미약 감형 반대' 글에 70만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너무 끔직해서 떠올리기도 두려운 사건을 저지른 후 범인이 밝힌 우울증은 결코 살인면허가 될 수 없다. 

이 사건이 이토록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오랜 시간 포털 사이트를 장악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심신미약 감형' 주장이다. 젊고 전도유망한 청년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살해당한 사실은 끔찍하다. 여전히 경찰은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의심하고 있는 동생의 행동에 대한 의구심과 분노도 관심을 이끄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이 지인의 동생이라 밝히며 더욱 관심이 증폭된 것도 사실이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PC방 앞에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심신미약 감형'이라는 단어가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미 사망한 사람을 되돌릴 수는 없다. 처음 말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 출동이 문제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결과론적으로 경찰이 아직 죄를 저지르지 않은 자를 강력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 감금을 해야겠다 판단해 가뒀다면 사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이다.

바람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죽이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하지만 현장 분위기 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경찰을 비난하면 끝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돌아갔다면 당시 상황에선 매뉴얼대로 대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 범인의 행동이었다. 당사자인 아르바이트생 역시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서비스업에서 다툼은 일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칼을 가지고 돌아와 잔인한 살인을 하지는 않는다. 논란은 JTBC 뉴스룸에서 CCTV 영상을 공개하며 달라졌다. 

동생이라는 자는 PC방 근처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아르바이트생을 주시하고 있었고, 실행범인 형은 집에서 칼을 가지고 돌아왔다. 쓰레기를 버리러 온 아르바이트생을 형에게 알려주었고, 뒤에서 팔까지 잡았다. 이 과정만 보면 동생은 형이 살인을 하도록 도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찰 측은 형이 칼을 가지고 왔다는 사실도 몰랐고, 말리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동생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뒤늦게 나타난 목격자가 칼을 보고 놀라 돕지 못했다는 증언과 목격자가 등장하자 동생이 형의 행동을 막았다는 증언이 나오며 '혐의없음'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CCTV 영상을 본 사람들은 경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과정 전체를 보면 동생이 형을 막았다는 주장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9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를 방문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경악스러운 일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10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가해자 아버지 역시 아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심신미약 감형' 논란이 불거졌다. 보통 정신병적 범죄를 저지른 자가 가장 먼저 자신이 이런 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 가해자는 심신미약 감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법부는 의사들에게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범이 구치소에서 정신병 관련 책을 넣어준 부모의 지시대로 책을 읽고 그대로 행동해 정신과 의사에게서 정신병 판정을 받은 사실도 있다. 사법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쉽게 속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두순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금수보다 못한 짓을 하고도 감형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분노한 국민들로 인해 주취감형이 조금은 사라졌기는 하지만 여전히, 술을 마신 것이 감형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들의 법감정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법부의 행태는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보수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도 해야 한다. 과거 술이 심신미약 감형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던 시절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정신병을 앞세워 감형을 받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이런 '심신미약 감형'은 오히려 그들에게 독이 되고 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은 치료만 제대로 하면 아무 문제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 병이 잔인한 살인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계획범죄를 저지르고, 범행이 드러나자마자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범죄자로 인해 70만이 넘는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했다. 적극적인 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심신미약 감형'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심신미약 감형' 후 그들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없다. 그저 감형을 받을 뿐 그들은 사각지대에서 다시 범죄 가능성에 노출된 채 우리 곁을 서성이고 있다. 

인권의 범주에서 '심신미약 감형'은 중요하다. 일반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교도소로 보내지 않더라도 범죄에 대해 뉘우치고 깨달을 수 있는 기간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 정신병동이든 자신들이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이를 용서 받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을까?

수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그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형식적으로 존재할지는 모르지만 누구도 잘 운영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일은 과연 무엇을 위한 판단인지 국민들은 되묻고 있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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