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모르는 새가슴 투수, 선구안이 나쁘고 기회마다 삼진당하는 타자, 어이없는 실책을 양산하는 야수, 운영의 묘를 모르는 무지한 감독들. 이것이 바로 8년 간 LG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이 같은 난맥상이 모두 반복되며 상대의 배 이상의 안타와 사사구에도 불구하고 역전패당했습니다.

선발 박현준은 개인 통산 최다인 6.1이닝 97개의 투구수로 4실점하며 외형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투구였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선 1회초 선취점을 내주는 과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선두 타자 박재상에게 2-0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승부를 하지 못하고 풀카운트에 몰린 끝에 스트라이크를 넣기 급급하다 안타를 허용했고, 폭투로 1사 3루의 위기를 자초한 끝에 김재현의 희생 플라이에 선취점을 내줬습니다. 박재상을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해 잡아내거나 김재현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지 않았다면 불필요한 실점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5회초 작은 이병규의 어이없는 실책성 수비가 2루타로 둔갑하면서 2실점했지만, 박현준이 작은 이병규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5회초가 시작되자마자 박경완과 박재상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화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닝 선두 타자를 필두로 연속 볼넷을 내주는 것은 투수로서 낙제점입니다.

9회초 이범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1점 승부 상황에서, 주자가 출루할 경우 도루나 치고 달리기 등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SK를 상대로 볼넷을 내줘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사 후 김강민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이것이 결승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이후 1사 1, 3루에서 박경완을 상대로 초구에 스퀴즈를 간파해 3루 주자를 잡아내며 2사를 만들었으니 분위기가 한풀 꺾인 SK에 실점하지 않고 스스로 막아내며 9회말로 넘기는 것이 수순입니다. 하지만 이범준은 곧바로 2구에 높은 실투로 박경완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습니다. 이범준은 9회초에만 두 번의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12안타 9사사구에 고작 4득점. 잔루 15개. 1회말 이후 적시타 0. 극도로 비효율적인 야구입니다. LG는 오늘 정규 9이닝 27개의 아웃 카운트 중 1/3에 해당하는 9개의 삼진을 기록했습니다. 1회말 1사 1, 2루에서 오지환, 2회말 1사 만루에서 작은 이병규, 5회말 2사 만루에서 박용택, 8회말 1사 1, 3루에서 김준호, 2사 만루에서 오지환이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절호의 득점권 기회에서 방망이에 공도 맞혀보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으니, 홈런이나 안타는커녕 상대 실책조차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삼진을 당한다는 것은 스트라이크는 선 채로 흘려보내고, 볼은 헛스윙한다는 의미이니, LG 타자들의 선구안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지 입증됩니다.

수비 또한 엉성했습니다. 이미 언급한 작은 이병규의 실책성 수비가 없었다면,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5회초는 무실점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작은 이병규의 허술한 외야 수비를 감안하면 내년 시즌을 앞두고 전문 1루수로 집중 훈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박병호에게 큰 기대를 할 수 없고, 이진영과 이택근이 1루수로서 불안하다는 점에서 작은 이병규의 1루수 고정은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9회초에는 1사 1루에서 3루수 이학준이 나주환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다 1루에 악송구했는데, 이미 초구에 번트 자세가 나왔으니 이후 이학준은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3구째 번트가 나왔을 때 악송구만 하지 않았어도 1사 1, 2루가 되었을 테고, 상대가 스퀴즈 작전을 시도할 수도 없었을 텐데, 이학준의 악송구로 1사 1, 3루가 되면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이학준은 번트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악송구까지 범해 하나의 플레이에서 두 가지 잘못을 저지르며, 3회말 보여준 근래 몇 년 간 LG 사상 최고의 주루 플레이인 홈스틸을 스스로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박종훈 감독의 선수기용 또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4:4 동점인 8회말 1사 1, 3루에서 상대 좌완 김태훈을 상대하기 위해 이병규 대신 김준호를 기용하며 ‘좌좌우우’ 공식에 얽매였습니다. 이것이 정대현의 등판을 재촉하는 일이 되었고, 김준호와 오지환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상대 불펜에서 정대현이 몸을 풀고 있는 것이 보이는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신인급 투수를 상대로 노련한 이병규라면 설령 좌완 투수라 해도 타점을 올리는 희생 플라이나 내야 땅볼은 충분히 기록할 수 있었을 텐데, 기계적으로 ‘좌좌우우’를 적용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설령 김태호가 이병규까지 거르고 1사 만루에서 정대현이 올라와 조인성과 승부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더라도, 김준호나 오지환보다는 조인성이 정대현을 상대로 타점을 올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이병규 대신 김준호를 대타로 기용한 것은 노련한 김성근 감독의 노림수에 초짜 박종훈 감독이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올 시즌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박종훈 감독의 첫 시즌을 돌이켜보면, 성급한 것인지 모르나 자신만의 색깔이 불분명하며, 과연 어떤 야구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2003년 이후 LG를 거쳐 간 전임 감독들의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고스란히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좌좌우우’ 공식 적용이나 선이 가는 스몰 볼, 계투진 혹사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투수와 타자, 야수들의 수비, 감독, 그리고 무능한 프런트에 이르기까지 철두철미하게 난맥으로 뒤얽힌 저질 야구의 LG 트윈스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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