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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 큰누나의 승리가 통쾌하다[블로그와]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 | 승인 2010.09.17 08:46

<제빵왕 김탁구>가 큰누나에게 경영권이 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동안 작품 내내 구마준과 김탁구 간의 경쟁구도였기 때문에 막판에 큰누나가 경영권을 잡는 것은 나름 반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반전이다.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구마준은 빵이 싫다는데도 어렸을 때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김탁구도 회사경영에 전혀 아는 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들이라는 이유로 대표를 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반면에 큰누나는 회사 경영에 꿈이 있고 능력이 있는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원천 배제됐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큰누나는 언제나 무시했었다. 회사 그만 두고 시집이나 가라는 식이었다. 이런 큰누나의 승리이기 때문에 기분 좋은 반전일 수밖에 없다.

   
   
<찬란한 유산> 방식의 반전도 있다. 여기선 기업이 구성원 전체의 공동체가 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바람직한 방식이긴 한데 너무 이상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지고, 그래서 공감이 덜 갈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비록 드라마 속에서만이라도 이런 이상적인 결말이 나오는 것이 의미 있는 면도 있다.

하지만 <찬란한 유산>은 작품 내내 노동자를 어떻게 대할 것이냐가 화두였기 때문에 노동자를 회사공동체의 일원으로 끌어안는 결말이 일정 부분 합리적이었던 반면에, <제빵왕 김탁구>에선 노동자가 갈등요소로 떠오른 적이 없고 큰누나에 대한 차별이 줄곧 제시됐었기 때문에 큰누나의 승리가 보다 자연스러웠다.

<제빵왕 김탁구>의 결론은 작품 자신이 중반부에 제시한 팔봉선생의 화두와도 어울렸다. 팔봉선생은 죽기 전에 마지막 문제를 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이었는데, 그 답은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들어야 할 빵들’이었다.

그러므로 팔봉선생의 유지를 이은 김탁구는 회사 경영권을 차지하는 것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빵을 만들면서 인생의 행복을 찾는 것이 더 어울렸다.

김탁구는 앞으로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 즉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빵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즉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을 담아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제빵왕 김탁구>다운 해피엔딩이다. 팔봉선생은 또 이 세상에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큰누나는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었는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그러므로 경영권이 큰누나에게 가는 것이 그녀가 당한 차별을 보상하는 길이 된다. 모두의 중요한 가치가 살아나는 결말을 택한 것이다.

<제빵왕 김탁구>는 강간사주 등 극단적인 악행이 등장하는 막장성 드라마였다. 따라서 찬사를 보내기는 힘들다. 그래도 어쨌든 바람직한 가치관을 제시함으로서 면피는 했다고 할 수 있겠다.

- 한실장 감옥행의 의미 -

이 드라마는 무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막대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부디 이 작품의 자극성보다, 작품이 제시한 가치관이 더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기길 바랄 뿐이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막판에 감옥에 잡혀간 최악의 악인 한실장은 이 세상은 경쟁의 세상이라고 주장했다. 오로지 경쟁으로 상대를 이겨 출세하는 것만이 의미 있다는 것이다. 용서와 화해의 의미를 담았던 <제빵왕 김탁구>는 그것만은 화해하지 않고 감옥으로 보내버렸다.

아무리 관용한다고 해도 이 세상엔 관용할 수 없는 것, 치워버려야 할 것이 있다는 의미다. 바로 경쟁 중심의 사고방식. 팔봉선생은 자신이 낸 문제를 경쟁승리를 위한 방식으로 풀어낸 구마준을 탈락시켰다. 대신에 비록 문제를 풀지 못했지만 경쟁보다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을 중시한 김탁구를 합격시켰다.

남을 밟고 올라가는 세상은 감옥에 가둬버리고, 남을 생각하며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끼리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제빵왕 김탁구>의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가 우리 마음속에서 발효되어 우리 사회를 숙성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공동체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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