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소녀 리지가 강심장에 단독 출연해서 다시 한 번 예능소녀로서의 면모를 당당하게 과시했다. 그것도 류시원, 조성모 사이에 껴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 아직 스물도 안 된 이 어린 소녀의 정체를 궁금케 했다. 그동안 인터넷을 소란케 했던 크리스탈 방송태도 등 어린 소녀들의 예능 적응에 불안감을 주었지만 교육을 단단히 받았던지 강호동을 쥐락펴락하면서도 자주 죄송하다고 허리를 굽혀 말하는 것까지 만반의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이 상큼하고 유쾌한 부산소녀는 강심장을 통해서 해피 투게더의 활약이 단지 우연이 아닌 그녀의 본능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비록 같은 날은 아니지만 숙명적으로 강호동과 라이벌일 수밖에 없는 유재석에 대한 고마움을 강심장에서 당당하게 말하는데서 엉뚱소녀의 강심장 정벌은 시작되었다. 사실 해피 투게더에서 그랬듯이 리지가 특별한 개그를 준비해서 호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소속사도 포기했다는 강한 부산말씨가 우선 여자 연예인 중에서 아주 각별한 특징적 요소가 되고, 소녀답게 부끄러워하면서도 결국 할 말은 다하는 당차거나 무모한 발랄함이 리지만이 가진 장점이다. 강심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0여 년 전 초등학생 때 강호동의 마트 행사 일화를 준비해오기도 했지만 그것이 재미있다고 받아준 강호동의 리액션이 있기는 했지만 정작 재미있었던 것은 일화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리지의 재치 있는 태도였다.

워낙 강심장이 게스트들이 많아서 누구 하나가 주목받기 어려운데도 리지는 그런 속에서도 ‘깝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서 류시원 다음으로 리지 인터뷰를 준비한 강심장 제작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애프터스쿨에서는 가희가 전략적으로 모든 예능을 섭렵하고 있지만 사실 리지만큼의 파워 있는 반응을 끌어낸 적은 아직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또 다시 막내온탑을 확인해주고 있어 흥미롭다.

꿀벅지로 벼락스타가 된 유이도 그렇고 애프터스쿨 멤버들 중에서 예능에서 이토록 완벽하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예능 기대주로 주목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리지의 활약은 더욱 눈부신 주목을 받게 된다. 특히 전원주 이후 가장 자지러진 웃음을 보여주는 리지의 애교 섞인 파안대소는 앞으로도 독보적인 아이콘이 될 것이다.

사실 애프터스쿨 프로젝트 유닛 마법소녀는 별 신통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하나 리지라는 통통 튀는 예능 기대주를 탄생시킨 결과는 있었다. 그것도 활동이 거의 끝나갈 무렵 손담비, 가희와 함께 해피 투게더에 나간 것이 리지를 애프터스쿨의 다크호스로 단번에 뛰어오르게 했다. 그래서 영웅호걸 라인업을 발표됐을 때 가장 의아했던 것은 리지의 명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소속사와의 협의과정을 거쳐야 했겠지만 한참 뜸을 들이고 강심장에 단독 출연한 것을 보면 강심장 최초로 걸그룹 고정도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방송이 끝나고 트위터에 특기가요에 끼워달라는 리지다운 돌발 멘트가 올라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도무지 어디로 튈 지 짐작조차 어려운 찰고무같이 통통 튀는 이 마법소녀가 강심장의 마스코트 걸이 된다면 특기가요 합류까지는 조금 어렵다 하더라도 뭔가 특별한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는 열아홉이면서도 하는 짓이 한 마흔쯤 되는 아줌마가 들어선 듯 너스레도 강하고 그러면서도 딱 나이만한 풋풋함도 잃지 않는 리지는 분명 볼 때마다 유쾌한 아빠미소를 짓게 한다. 무엇보다 리지의 최고 장점은 애교가 끌어 넘치는 부산사투리이다. 이제 ‘깝권’의 시대가 지나고 ‘깝지’의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 리지, 정말 까리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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