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안전관리팀 비리와 관련해 1차 감사 결과인 '파면 4명, 6명 감봉'을 뒤집고 단 1명에 대해서만 '감봉 1개월'을 확정하는 등 징계 범위와 강도를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감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KBS 감사실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11명의 인력을 투입해 진행한 특별조사에서 조카 부정채용, 화염병 투척사건 조작, 금품 수수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KBS 안전관리팀 최모씨(당시 선임팀원, 현재 팀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혐의의 대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최씨는 친회사 성향으로서 '사측의 행동대'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안전관리팀 최모씨를 비롯한 9명에 대해 배임수재,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곽상아
당시 감사실은 최씨를 비롯해 비리에 연루된 안전관리팀 직원 4명을 '파면'시키고, 6명에게는 '감봉 1개월~4개월'의 징계를 내릴 것을 요청했다. 또, 감사실은 채용부정, 금품수수, 화염병 투척사건 조작 등 3가지 사안과 관련해 최씨를 비롯한 11명을 고발조치할 것을 법무팀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김인규 KBS 사장이 취임한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KBS 인력관리실과 법무팀은 감사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재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최씨에 대해서만 '감봉 1개월'의 징계가 확정됐다. 1차 감사 결과의 대부분이 뒤집힌 것이다.

KBS, 뒤집힌 감사 결과 이유 묻자 "감봉 1개월은 중징계" 말만 되풀이

그 이유에 대해 KBS 홍보실 관계자는 "보다 심도있는 감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된 사안의 전후 관계를 자세히 밝혔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조카채용, 화염병 투척사건, 금품수수 등의 사안에서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냐"는 <미디어스>의 질문에 "감봉 1개월은 굉장히 중징계"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답변을 피했다.

<미디어스>는 2차 감사를 지휘한 김광석 KBS 기획·경영감사부장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미디어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김 부장은 곧바로 전화를 끊은 이후 더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KBS 측은 언론시민단체의 2차 감사 결과 자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보다 심도있는 감사를 진행했다"는 KBS 측의 해명과 달리, '감사 결과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씨가 제보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실제로 1차 감사에서 최씨의 감사 업무 방해 사실이 밝혀졌지만, 최씨의 직위가 해제되지도 않은 채 감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제보자들의 진술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씨, 1차 감사에서 '허위진술 주도' 밝혀졌으나 직위 유지한 채 감사 진행

KBS감사실은 2009년 12월 1차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최씨의 사건 은폐시도와 관련해 "대장, 반장, 조장 등과 함께 감사반에 가는 대원에게 녹음기를 가져가게 하고, 조사받은 내용을 말하게 하는 등의 정황을 볼 때 조직적인 감사방해 행위 및 허위진술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지난번에 감사실에 올라왔을 때는 녹음기를 가지고 올라가 부담감으로 제대로 답변을 못했는데, 아닌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진술 때는 제가 아는 사실 그대로를 진술한다" "감사실에서 부르면 어떻게 답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등 관련자 증언도 들어있다.

미디어행동은 13일 KBS 안전관리팀 직원 9명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며 "KBS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와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감사실 특별조사에 적극 응했던 직원들이 지역 발령 등의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조직적 왕따를 당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밖에도 1차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70여명의 관련자 문답 및 면담 내용, 동영상·사진분석, 비리관련 통화내용 분석 등 비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상세하게 제시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계약직 청원경찰로 입사한 J씨, K씨, Y씨는 "사례금 500만원을 내고 입사했다"고 밝혔으며, 한 퇴직자는 "입사 직후 돈을 요구해 퇴사하게 됐다. 최씨에게 돈이 (최종적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생생한 증거 담긴 1차 감사 보고서…최씨, 조카 부정채용 관련해 "제 누나 아들 맞아"

명절이나 연말에 부하직원들로부터 금품을 갹출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더러워서 가져가라는 기분으로 냈다. 반 강제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는 1개 근무지에서 1시간 근무 후 20분 휴식을 취하는데, 돈을 내지 않은 이후 2개 근무지에서 1시간을 더 근무서는 것으로 변경됐다" "돈을 내지 않으면 여러가지 불이익을 주고 매장시키는 분위기가 있다" 등의 증언이 담겨있다.

최씨는 금품을 수수한 전후 시간외 실비를 통해 상납한 금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2008년 한해에만 KBS 재산 2,14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특부 9호 7면 캡처.
당시 최씨는 채용과정에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의 조카에게 1위 점수를 준 사실과 관련해 감사실 측에 "조카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가족관계 증명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에 곧바로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제 누나의 아들이 맞다"고 실토했다.

감사실은 화염병 투척사건과 관련해서도 △두세번 연습 후 실행한 점 △최씨가 취조 전 직접 포즈를 취하고 촬영한 점 △조작사건 상황이 종료된 후 난동자에게 사례금을 지급한 점 △당일 당직자에게 실제 사건인 것처럼 보고한 점 등을 근거로 "청경 지휘부가 (조작사건을) 사전에 모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사실은 "동영상 및 성문분석 결과,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최씨가 조작사건을 총괄지휘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당초 '파면'이 내려졌으나 2차 감사 결과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게 된 K씨가 부하 직원들로부터 한달에 3~4차례, 1회 3000원씩의 사이버 게임머니를 갈취한 사실 등이 담겨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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