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와 왕자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적이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어야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뜨거운 형제애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관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권력도 막아설 수 없는 형제애
태어나면서부터 왕이었던 숙종에 이어 왕이 될 운명으로 태어난 세자는 같은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숙종은 자신의 아버지와 달리 여러 명의 후궁을 두었다는 점이겠지요. 결과론적으로는 왕이 되지만 후사를 보지 못한 경종과 달리, 조선시대 최고의 왕 중 하나로 꼽히는 영조의 등극은 아이러니한 역사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희빈은 중전이 되고자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커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아들이 어진 왕이 되기를 바라는 것인지가 모호합니다. 아니면 이 둘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욕심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와 달리 정치적인 목표나 욕심이 적은 동이와 상대적으로 비교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듯 사심 없이 진심으로 대하는 연잉군을 세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희빈 측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만 만들어갑니다. 희재가 연잉군을 궁지에 몰아가기 위해 오직 세자만이 보는 책인 소감록을 연잉군의 책 속에 끼워 넣어 궁지로 몰아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연잉군은 이 책의 의미도 모르고 왜 자신의 책 속에 섞여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희재가 준비하고, 희빈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세력들은 이번 기회에 연잉군을 위기에 몰아가려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연잉군은 세자와의 약속을 위해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궁금하던 세자는 친동생 같은 연잉군과 함께 비밀을 풀어냈습니다. 자신이 후사를 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세자는 자신의 어머니인 희빈이 왜 그토록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당연히 이런 모든 사실은 숨겨야만 하는 위험한 진실이었습니다.
어린 연잉군은 세자가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왜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침묵을 지켜야만 하는지도 모릅니다. 큰 어머니 같은 희빈이 자신을 왜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많은 이들이 자신과 어머니를 적대시하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 순수함이 때로는 위험을 만들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커다랗고 강한 힘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천민의 피가 흐르는 연잉군이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조정대신들은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연잉군과 동이를 위기에 몰아넣어 버리려 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연잉군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까지 한 세자는 직접 숙종을 찾아 자신이 직접 연잉군에게 책을 주었다고 합니다.
희빈과 같은 빈이 된 숙빈이 중전이 될 수 있는 기준을 갖추게 되면서, 희빈과 다른 정치적 세력들을 혼란스럽거나 과도한 권력욕을 내세우게 만듭니다. 이런 궁궐 내 정치적 다툼과는 달리 세자와 연잉군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지기만 합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자유로움과 맑고 다정한 연잉군이 부러운 세자는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가지고자 합니다. 그렇게 궁궐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 그들은 평범한 친형제들이 저자거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다름없었습니다.
늦지 않게 궁에 입궐하려는 세자를 막아서며 '답교놀이'를 하자는 연잉군은 어떤 병인지는 모르지만 아픈 세자를 위해 기원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두 형제는 각자의 소원을 비는 '답교놀이'를 함께 하며 서로를 위해 소원을 빌었습니다.
연잉군은 세자가 무병장수하기를 바라고, 세자는 연잉군과 평생 지금처럼 친형제처럼 지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어린 연잉군은 당연한 걸 소원으로 빌었다며 아쉽다고 합니다.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궁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아는 세자로서는 너무나 간절한 소원이었지만, 연잉군은 권력 암투로 인해 형제자매, 부모자식 간에도 서로를 속이고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상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너무나 순진하고 해맑은 그러면서도 영특하기만 한 연잉군은 지키고 싶은 세자가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돈을 훔쳐 달아나던 이와 엉키면서 도둑으로 몰린 세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옥에 갇히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도 결코 궁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세자의 말에 궁으로 가지도 못하고 방법을 찾아다니는 연잉군은 힘겹기만 합니다.
세자와 연잉군이 함께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궁은 혼란이 일고 그들을 찾기 위해 모든 이들이 동원됩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그들은 이런 상황을 통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세자와 연잉군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희빈과 숙빈의 관계는 마지막까지 다가갑니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과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을 이용하려는 정치는 인간마저도 등급화하고 자신의 욕심을 위한 도구로 만들 뿐인가 봅니다. 숙빈과 마주하는 세자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다음 편이 기대되는 <동이>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기에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흥미를 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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