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특집이 탐탁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지 하나, 위험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특집을 보고 레슬링에 대한 기초상식을 쌓으면서
더더욱 너무 보기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저는 WWF시절의 레슬링키드 중 한 명입니다,
저와 동시대를 지내온 분이시라면 중고등학교 시절 우린 한 번씩은 복도에서, 교실에서 프로레슬링을 해 본적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기술에 걸려주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기술을 거는 친구들은 아시다시피 나름 반에서 힘 좀 쓰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장난스럽게 해도 꽤 위험성을 조금씩 감수하며 WWF놀이를 감행했었습니다.
헐크호건, 워리어, 빅보스맨. 달러맨, 스네이크맨, 데몰레이션맨, 개인적으로 좀 많이 흠모한 키스맨까지 AFKN을 통해서 우리 새로운 놀이거리로 레슬링을 접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고도의 기술을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호흡이 얼마나 중요했었는지를……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아마 다수가 정말 치고 받고 싸우면 극적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대단한 레슬러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예전에 대한민국의 프로레슬링 광풍을 잠재운, 짜고하는 게임이라는 것에 많은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끼며 프로레슬링을 등지었습니다.

하지만 전 오늘 보았습니다.
짠다고 해서 프로레슬링이 장난이 아니었다라는 것을요…….
짜는 건 오히려 당연히 필요한 것이었고 그것이 레슬러들의 안전장치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프로레슬링 게임을 위해서 완벽한 연습 그리고 완벽한 호흡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손 스타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기술을 거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도 굉장히 중요하다던 그 말……

무한도전의 팀워크가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이 위험한 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호흡인데 과연 무한도전 멤버가 아니라면 과연 가능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정말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중 정말 울컥했던 팀워크의 절정은
역시 마지막 유재석과 정형돈의 게임 마지막의 포옹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린 알고 있습니다.

서로가 조마조마 하면서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술을 하나하나 썼을지.
그 와중에 프로레슬링의 묘미 중 하나인 상황극과 디테일한 표정연기까지…….
어쩌면 게임을 더 빛나게 한 건 무한도전 멤버들의 완벽한 상황극 재연이 아닐지 싶습니다.

한때는 대한민국 국민의 즐거움 1순위였던 프로레슬링,
8,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프로레슬링키드들에겐 향수를,
무한도전 골수 팬들에게는 눈물 없인 볼 수 없었던 최고의 감동과 여운을
무한도전은 이끌어냈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무한도전.
하지만 다시는 당신들이 고통을 받으며 하는 도전은 안 했으면 합니다.
뭐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좀 더 안전하고 즐거운 무한도전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중문화 이야기꾼 홍반장입니다
블로그 홍반장의 꿈 http://www.cyworld.com/woogi002000
운영을 하고 있고요, 대중문화 평론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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