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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해방열사 정경식 동지’와 민주노총[지역에서 본 세상]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승인 2010.09.09 22:51

1. 23년만에 치러진 장례식

9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정경식씨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숨진지 23년만에, 그동안 유골을 모시고 있던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입관해 경남 양산의 솥발산 공원묘원 열사 묘역에다 영면하게 한 것입니다. 

정경식 씨는 1959년 마산서 태어나 1984년 3월뷰터 창원 대우중공업(현 두산 DST)에서 일했습니다. 1987년 2월 당시 사용자와 어용노조가 임금을 동결하자 대우중 사상 최초 집단행동인 '중식거부투쟁'에 동참했습니다. '노조민주화 추진위원회'에 참여했으며 위원장 선거에 대한 사용자 개입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해 6월 8일 실종됐고 이듬해 3월 2일 창원 불모산에서 산불이 나면서 유골로 발견됐습니다.

정경식씨 장례식은 민주노총 주관으로 치러졌습니다. '노동해방열사 정경식 동지 전국 노동자장'입니다. 민주노총은 6일부터 9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정경식씨는 19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의 여러 씨앗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누구나 다 기억하시지는 않겠지만, 87년 대투쟁은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이 새롭게 활짝 태어나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노동운동은 대중성과 자발성과 목적의식성을 한꺼번에 얻었습니다.

   
  ▲ 고 정경식 씨 ⓒ오마이뉴스  
 
2. 정경식 창원 민주노총

정경식씨가 몸담았던 대우중공업이 있는 창원은, 현대 계열 기업이 몰려 있는 울산과 더불어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로 꼽힙니다. 현대 계열 기업을 중심으로 수직화돼 있는 울산은 규모에서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라면 창원은 이와 달리 아주 다양한 산업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전후 씨가 말라버린 노동운동을 이만큼만이라도 되살리는 계기가 됐던 19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도, 울산 현대엔진에서 시작돼 창원 공단과 마산수출자유지역(지금은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타오른 다음 거제의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으로 거제로 옮겨가면서 전국 각지로 불씨를 날렸습니다. 

게다가 1987년 12월 14일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이 태어났는데, 이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지역노동조합협의회'였습니다. 이런 지노협들이 모여 1991년 전국노동자협의회가 됐고, 민주노총은 이 전노협을 모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민주노총을 보면 정경식씨가 저토록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투쟁하고 애썼던 보람이 제대로 갈무리되고 있는지가 적지 않게 미심쩍어집니다. 하는 행동이 그리 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3. 11월 노동자 대회에 10만 조직?

지난 8월30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창원을 찾아왔습니다. 11월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를 두 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현장을 점검하고 조직 동원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10만 명 참여'가 목표라 했습니다.

"10만 노동자 대회 성사는 단순한 참여 숫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 탄압에도 더 많이 모여 민주노총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안팎으로 알리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전태일 열사 40주기입니다. 자기보다 더 열악한 여공들을 챙겼던 헌신성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 열사의 자세가 지금 민주노총에 필요합니다. 우리가 모두 오늘의 전태일이 돼야 합니다."

지난해 열린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 2009 전국노동자대회'는 어땠는지 찾아봤습니다. 2009년 11월 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치러진 이 대회는 참여한 사람이 4만 명 남짓이었습니다. 그것도 민주노총 추산일 뿐이고 경찰은 1만6000명으로 추산했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모으겠다는 10만 명은 지난해보다 6만 명이나 많은 숫자고 덩치로는 두 배 반이나 키워야 하는 규모입니다. 한 해만에 이렇게 될 수 있으려면 조직력과 집행력이 엄청나게 세어졌어야 하는데, 위원장 교체(임성규→김영훈)말고는 그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4. 현장 조직조차 시들어버린 현실

   
  ▲ 고 정경식씨 노제가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좋은 변화가 있지 않다는 조짐은 곳곳에 있습니다. 첫째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민생민주경남회의 등이 주최하는 9월 10일 경남도민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25일자로 가맹 조직에 공문을 보내 대회를 알리는 펼침막을 내걸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창원공단에서 경남도민대회를 알리는 펼침막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금속노조 경남지회를 비롯한 가맹 조직에서 민주노총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입니다. 민주노총은 올 4월 노동법 재개정과 정리해고, 파견법 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의했습니다만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뻥파업'입니다. '결의 따로, 집행 따로'입니다.

현장 동력도 엄청나게 떨어져 있습니다.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사용자와 노조가 분리교섭에 합의한 데 대해 비판 홍보물을 낸 노동자들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금속노조 두산중 지회는 2사1노조입니다. 중공업과 엔진 두 사업장이 하나로 뭉쳐 있습니다. 그래서 여태 교섭을 같이 했는데 올해는 4월 15일 사용자 요구를 노조가 받아들여 분리교섭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새탑회'라는 현장 모임이 홍보물을 내어 분리교섭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사용자와 노조 양쪽을 비판했습니다. 사용자는 6월 9일 새탑회 회장과 직전 회장에게 상여금 5% 삭감과 1호봉 누락 징계를 내렸고 부회장에게는 경고 조치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언제나 있을 수 있는 탄압입니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두산중 지회가 아무 대응도 않고 입조차 닫아 버렸습니다. 노동조합은 이러면 안 됩니다. 힘이 모자란다 해도 부당한 징계 사실을 알려야 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은 항의를 해야 마땅합니다. 그렇지 하지 않은 이 노조가, 바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핵심 조직 가운데 하나이니, 어찌 미심쩍어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욱 놀라운 일은, 징계를 받은 당사자인 '새탑회'마저도 사용자의 징계에 대해 부당하다는 발언도 못하고 그에 따른 항의도 해내지 못하고 그대로 고스란히 퍼져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조합원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갔습니다.

5.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노총

이처럼 민주노총은 '이빨 빠진 호랑이' 꼴을 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짐작은 합니다. 민주노총이 너무 기득권 집단이 돼 버렸지 않느냐 하는……. 그래서 자기네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보살필 줄 모르게 되지 않았느냐…….

보기는 이렇습니다. 7월 22일 대법원이 "2년 이상 일한 사내 하청 노동자는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따르면 같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돼 일하는 모든 사내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 업체의 정규직이 돼야 마땅합니다.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노동계가 두 손 들어 반겨야 마땅합니다. 여태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나'라고 외쳐왔고 또 그게 노동운동의 대의에도 맞기 때문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동자가 쪼개져서는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런 사업장이 현대차 한 군데만은 아닙니다. 기아차 GM대우 쌍용차 같은 완성업체는 물론이고 이런 데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원에도 관련 사업장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은 몰라도, 적어도 창원에서는, 이런 업체 노조 가운데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거나 한 데는 여태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규직으로 이뤄진 기득권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창원 공장에서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 닉 라일리 사장이 기소돼 선고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GM대우차지부도 그랬고 같은 두산중공업 로템 위아 같은 사업장 노조도 그랬습니다.

저는 민주노총이 이런 모습을 떨쳐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내내 비실비실하리라고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버림받고 말는지도 모릅니다. 매우 슬픈 일입니다. 노조 민주화 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정경식씨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 9일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했으며 2009년 1월 기자 직분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시민사회부 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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