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개편을 앞두고 있는 MBC 내부가 심상치 않다.

그 동안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편성전략회의’를 잇따라 열어 △시청률 △공영성 △광고 수주를 기준으로 각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 여부, 시간대 이동 등 편성 전략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8월경부터는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과 <후플러스> 폐지 이야기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김혜수의 W> 폐지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MBC는 “종합편성채널 도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개편의 이유로 들고 있다.

▲ <후플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후플러스 페지될 듯,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은 다시 검토할 수도

김재철 사장은 지난달 30일 저녁 임원회의에서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과 <후플러스> 폐지를 전제로 편성안을 만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김혜수의W> 폐지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31일 오후, <후플러스> 제작진에게는 담당 부장을 통해 “올 해 가을 개편에서 후플러스를 폐지할 것”이라는 임원회의 결정이 공식 통보됐다.

현재 MBC는 11월 개편에 대해 “논의 중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보도국 내부에서는 <후플러스> 폐지가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사교양국 내부에서도 <김혜수의 W> 폐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과 <후플러스> 폐지 등에 대해 공개 질의를 했던 MBC기자회와 차경호 보도본부장은 지난 3일 오후 3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후플러스> 폐지는 거의 결정되었기에 막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쪽은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해볼 수 있으나,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뾰족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오전, <후플러스> 제작진과 담당 부장이 함께 한 회의에서도 <후플러스> 폐지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률, 공영성, 광고수주 등 개편 기준에 이상없는 <김혜수의 W>는 왜?

시청률과 공영성, 광고수주 등 개편 기준에 어느 것도 문제되지 않는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김혜수의 W> 제작진은 회사 쪽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폐지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영진은 어느 정도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수의 W>는 이번 개편의 기준인 시청률과 공영성, 광고수주에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실제, 김혜수씨가 MC가 된 이후, 지난 7월16일부터 8월27일 평균 시청률은 8.5%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개편 전보다 1.2% 상승한 수치이다. 광고 판매도 개편 이전보다 회당 1.8개 증가했다.

▲ <김혜수의 W> 홈페이지 화면 캡처
<김혜수의 W> 허태정 책임 프로듀서는 “시청률에 있어서 <김혜수의 W>는 동시간 대 1위이고, 공영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쪽에서 <김혜수의 W>에 문제를 삼은 부분은 제작비다. 국제 문제를 다루는 <김혜수의 W>는 다른 시사 보도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잦은 해외 취재 등으로 제작비가 많이 든다.

허태정 프로듀서는 “광고가 부진한 상황에서 적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김혜수씨로 MC가 바뀌면서 광고 회복 상황이 보이고 있고, 예약 판매 등을 볼 때 충분히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폐지 논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폐지 움직임에 대해 “현재 폐지가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파악하고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호전되어 가고 있는 프로그램을 없애려고 하는 것 자체를 납득할 수 없기에 폐지 반대 주장을 앞으로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률 높이는 게 공영방송 목표? “공영성부터 확보해야”

이번 개편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MBC 기자회, 시사교양국 PD들, MBC PD협회는 잇따라 성명 등을 내어 MBC 경영진을 향해 “공영방송의 원칙을 지키고, 비정상적인 개편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MBC PD협회는 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과 뉴스를 공급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영진은 MBC를 싸구려 상업방송으로 전락시키려 하는가?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을 비롯한 주변 환경의 급변을 핑계 삼아 마땅히 지켜야할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며 “건강한 비판이 사라지고, 다양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공영방송 MBC는 그 존재의 원칙을 망각하고 천박한 상업논리만이 판을 치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영방송 MBC가 시청률을 이유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MBC가 시청률이 낮다는 명분으로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MBC를 비롯한 지상파는 시청률을 높이는 게 본연의 임무가 아니다”라며 “시청률이 낮더라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공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지상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최소 방송사를 유지하기 위한 재원은 필요하겠지만, 지상파는 이보다는 공적 프로그램, 심층 취재 등을 통해 건강한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청률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시청률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청률이 낮더라도 필요한 방송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을 논의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뉴스의 경쟁력 강화는 시간대를 옮기는 게 아니라 뉴스의 내용과 심층성 등을 통해 하는 것”이라며 “같은 시간대인 KBS 뉴스를 피할 게 아니라, 더 깊이 있고 중요한 의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오히려 뉴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MBC는 오는 20일 황희만 부사장이 주재하는 편성전략회의에서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 폐지 여부 등을 비롯한 11월 개편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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