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 듯 했습니다. '기라드' 기성용(셀틱)이 소속팀 감독인 닐 레논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며 "이적도 생각하고 있다"는 폭탄 발언까지 했습니다. 기성용은 3일 오후, 조광래호 축구대표팀 훈련 첫날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경기에 나서야 뭐라도 해볼텐데 경기에 계속 못 나가는 상태에서 내 장점을 살릴 수도 없다"면서 답답함을 표출한데 이어 "겨울 이적 시장에서 팀을 옮길 생각은 있다"면서 최근 레논 감독이 자신을 기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한동안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할 때마다 기성용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을 봐 왔는데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불만과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잇따라 털어놓으면서 기성용이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그리고 소속팀 셀틱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기성용 (사진-엑스포츠뉴스)

사실 기성용이 이런 불만을 털어놓는 것은 이해할 만 합니다. 기성용은 "장점이 있는 부분만 보고 그 선수를 활용하는 감독이 있는데 셀틱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걸맞는 선수만을 고집하는 닐 레논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충분히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자신을 쓰지 않다보니 이렇다 할 자신의 기량 향상이나 약점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없고 그런 것으로 인해 심리적인 부분까지 흔들리면서 결국 공개적으로 아쉬운 심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선수가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면 감각은 계속 떨어지고 실력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걸 뻔히 잘 알텐데 레논 감독이 기성용의 장점에 대해 극찬하면서도 정작 활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마치 설기현이 잉글랜드 풀럼에 있을 때 로이 호지슨 감독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던 게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기성용의 잦은 결장 요인으로는 본인 스스로도 그렇고, 다른 선수나 지도자들도 인정할 만큼 인상적인 공격 스타일의 미드필더보다는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를 선호하는 레논 감독의 특성이 많이 반영되다보니 이 부분에 약점이 있는 기성용의 투입이 줄어든 것 아니냐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성용을 빼고 스콧 브라운-비람 카얄로 이뤄진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 레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리그 3연승을 기록,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분명한 강점을 갖고도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해 팀 연승을 이끌다보니 기성용이 설 자리는 더 없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가뜩이나 지난 해 토니 모브레이 감독에 이어 감독대행 직을 맡은 레논 감독이 나름대로 인상적인 마무리를 보여줬고 정식 감독에 오른 뒤 현재도 나름대로 좋은 성적으로 우승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어 오히려 기회가 줄어든 기성용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쉽지 않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성용 나름대로는 월드컵 때도 2도움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에 대해 레논 감독 역시 좋은 반응을 보여 기대하는 바가 컸겠지만 예나 지나 입지에 변함이 없다보니 불만이 쌓이는 건 기성용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게 사실이긴 합니다. 오히려 이전의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쌓여있던 감정을 풀어내면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보려 했다는 것을 보면 기성용의 이번 발언은 당당하면서도 솔직했다는 평가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상황은 분명히 딱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성용은 이런 기회를 잘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깊이 인식하고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에 나온 기성용의 발언이 속시원하게 보이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게 볼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팀에 들어간 지 1년도 채 안 된 가운데서 새로운 포지션, 역할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도 있을텐데 자신의 장점만을 부각시켜 이를 살릴 만 한 팀을 찾아 떠나고 싶다는 말은 좀 경솔해 보이기까지 하는 게 사실입니다.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잘 안다면 그에 걸맞게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불만만 표출하는 것은 지금 기성용의 축구 경력이나 나이를 놓고 보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본인 스스로 노력도 많이 할 것이고, 그럼에도 편견, 선입견 때문에 안 쓰는 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감독과 소통하면서 뭔가를 어필했다면 오히려 모양새가 좋지 않았겠나 싶었습니다.

특히 자신이 마음대로 이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겨울 이적 시장까지도 아직 3개월 정도 남아있는 가운데서 이런 발언이 기성용에게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마저 들게 하고 있습니다. 레논 감독은 그래도 기성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칭찬을 자주 해왔고 나름대로는 신뢰를 아끼지 않았는데 기성용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던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다는 점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팀에 필요없는 선수'로 인식이 바뀌어 아예 출전에서 제외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아직 시즌이 초반이고 월드컵이 끝난 지도 2달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이런 발언이 나온 것 역시 다소 시기상조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대표팀, 전 소속팀인 FC 서울을 통해 기성용은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고, 현재도 조금씩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첫 시련이 개인에게는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기성용은 스스로 이 시련을 정면 돌파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기성용이 그렇게 좋아하는 형인 '캡틴 박' 박지성이 첫 유럽 진출 무대였던 네덜란드에서 이를 악물고 정면 돌파한 끝에 지금 훌륭한 선수로 거듭났던 것을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잘 할 수 있는 팀에 가서 스타가 되는 모습보다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극복하면서 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습니다. 그게 기성용에게는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분명히 몇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