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가 다 그렇습니다. 정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나온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되었든, 촬영에 들어간 드라마가 되었든, 오랜만에 준비한 앨범을 들고 나왔든지 간에 그놈의 홍보. 어떻게든 자신의 작품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돌릴 수 있게 하기 위해 한동안 멀리했던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죠. 난데없이 툭툭 끼어들어서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영화나 드라마 속 간접광고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정말 심각한 간접광고, 아니 직접광고는 이렇게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필요에 의해 출연한 이들이 모두 웃기고 재미난 예능감을 가지고 있을 리 없습니다. 연기나 노래 같은 자신들의 본업과 웃기는 재주는 전혀 다른 영역의 것이니까요. 멋진 음색이나 춤으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나, 혼신의 연기로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시청자들을 웃기는 능력은 특별하고 놀라운 일이거든요. 다른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흐름을 망치지 않으면서 절묘하게 끼어들어서 자신의 분량을 만들어, 같은 이야기라도 포인트를 살리며 감칠 맛나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러니 홍보를 위해 토크쇼에 찾아왔지만 영 그런 능력이 보이질 않는 게스트들을 맞이한 MC와 고정 패널들은 어떻게든 기존의 재미를 살리면서 손님들의 홍보 욕심을 채워주기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요. 별것 아닌 이야기와 행동에도 과장스러운 리액션으로 호응을 유도하고, 미리 제작진들이 조사한 게스트들의 특기나 이야기들을 적재적소에 끼워 넣기 위해 이것저것을 시켜보기도 하면서 웃기지 않는 사람도 웃기는 것처럼 만드는 이런 재주야말로 토크쇼 진행자와 패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손님은 그야말로 왕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용을 써 봐도 흥이 살아나지 않는 답답이 게스트들이라면 별 수 없이 패널들의 방송 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시청자들이 이들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게스트들의 뻔하디 뻔한 홍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줄기차게 반복했던 앵무새 같은 돌림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웃고 즐기기 위해서니까요. 이번 주 해피투게더가 딱 그런 방송이었습니다. 매번 그렇듯이 기본적인 재미를 확실히 책임져 주었지만 망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몸을 던지는 4명의 MC들을 보고 있자니 무책임하게 방청객처럼 앉아 있던 초대 손님들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어요.

전에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던 미팅 프로그램 컨셉을 끼어 놓은 것은 중심 게스트인 세븐과 소유진이 이런 식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경험이 많고 익숙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세븐이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호동이 진행했던 연애 프로그램들 덕분이었고, 소유진 역시도 여러 번 그런 포맷에 출연했었으니까요. 해피투게더에서 한 번도 콤비를 이룬 적 없는 박명수-박미선 조합을 이들의 대항마로 내세운 것도 이 두 사람이 만든 커플에 감초 역할을 맞기며 게스트들의 멋진 모습을 부각시켜 주기 위해서였겠죠. 연애 프로그램의 묘미는 못난이 커플과 대비되는 잘생긴 훈남 훈녀들의 활약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방송 분량은 게스트가 아닌 패널들이 다 차지해버렸습니다. 게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도통 살아나질 않았거든요. 박지선을 감싸며 왕자님의 포스를 뿜어내야 했을 세븐은 몸 사리기에 급급했고 오히려 박지선이 계 탄 것처럼 오버하는 장면만 부각되었습니다. 초반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멋진 춤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소유진-진이한 커플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 했구요. 그러니 별 수 없이 가정에 관한 이야기나 여자 연예인과의 접점에 늘 몸을 사리던 박명수가 재혼드립으로 도발하고, 출연진 중에서 가장 연륜이 높은 박미선이 자장면 굴욕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구요.

게스트를 모셔놓고 지들끼리 뭐하는 짓이냐는 비판은, 오히려 웃기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방청객처럼 앉아 뭐하는 짓이냐고 그 화살표를 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홍보가 급하고 습관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순회공연처럼 출연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MC들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요? 제가 이 공간에서 누누이 말했던 바이지만 다른 연예인들은 홍보를 위해 잠깐 들르는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몸 바쳐 활약하는 MC와 패널들은 좀 더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게스트보다 MC들이 더 빛났던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그런 생각을 더욱 더 강하게 해준 방송이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