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가 계속 표류하고 있다. 그것의 원인이 정확히 원년 멤버들의 이탈 때문인지 제작진의 문제인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 적어도 초심을 잃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지적할 수 있다. 이번 주로 마흔세 번째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지금의 청춘불패와 처음 유치리를 찾은 때는 너무 다르다. 그중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매번 게스트로 대부분 분량을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봐야 깨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일이다.

게스트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잘되는 예능에는 게스트는 정말 특별한 경우에 더 각별한 게스트를 초대한다. 그렇게 모양새 갖춘 게스트는 당연히 큰 반향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청춘불패는 매번 게스트들로 북적대기만 할 뿐 청춘불패만의 재미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청춘불패의 대원칙인 자급자족의 약속과 초심을 저버린 모습이다. 이제 열 번만 더하면 어느덧 청불도 일주년을 맞게 된다.

제작진도 일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일을 준비하겠지만 생일 파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흐트러졌던 본모습을 되찾기 위한 진지한 자기반성이 더 필요할 것이다. 특히 자급자족의 원칙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두 달 남은 청춘불패 일 년을 돌아본다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각종 외부행사와 게스트에 의해서 G7의 존재감이 미미해진 요즘 청춘불패는 폐지설이 나올 정도로 실망감을 주고 있다.

게스트가 대거 출연하게 되면 일단 시간은 금방 가게 된다. 이번 주 나온 2PM은 다른 때와 달리 놀기와 짝짓기 등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G7이 중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미는 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나 멤버가 바뀐 후 투톱으로 활약하던 구하라와 빅토리아가 빠진 탓인지 그 공백감은 더욱 컸다. 다행히 거의 병풍이던 주연이 빈틈을 타 많은 분량을 채워줬지만 같은 그룹인 리지와 떼어놓는 바람에 더 시너지를 받지 못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브아걸 제아, 애프터스쿨 리지를 대타로 투입한 것은 적절했지만 그 역시도 게스트에 의해서 묻혀버렸고, 리지는 녹화 중간에 사라지기도 해서 오프닝용 땜빵이냐는 불만을 샀다. 또한 제작진으로서는 지금 멤버에 대해서 불안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게스트에 의존한 예능은 거의 필패의 길을 밟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써니 하차 이후로 청춘불패 내 콤비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직 신구 멤버 간의 케릭터 잡기를 못한 상황에서 틈을 주지 않은 연이은 게스트 투입은 자립기반을 해치는 마약 같은 존재이다. 써니가 김신영과 함께 개그돌, 효민과 함께 써병커플 등의 콤비를 이뤘고, 구하라와 현아가 잠시지만 개그유치로 콤비를 이뤘던 점 등은 이들이 나름 예능의 정석을 밟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청춘불패에서는 멤버 간에 호흡은 사라졌다. 오죽하면 점심을 준비하던 김신영이 하라와 써니가 그립다는 말을 했겠는가.

그리고 청춘불패에 닥친 또 하나의 위기는 김태우의 잠정하차이다. 밉다 곱다 해도 곰태우는 원년멤버로 G7이 못하는 굳은 일을 도맡아 했으며, 생각보다 잡음 없이 G7을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 아직 멤버 교체의 충격에서 다 벗어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불안요소가 또 생긴 것이다. 그러나 완전 하차가 아니라 치료를 위한 임시하차라는 점 때문에 계속해서 게스트형 출연자를 섭외할 수밖에 없어 산만한 분위기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태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음 주는 송은이와 김영철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들도 결코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개그맨들이지만 이것도 이미 하차한 남희석과 임시 하차한 김태우를 완전히 대신하거나 혹은 전화위복이 되기 위해서는 일회성 게스트 개념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일시적인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특집이 아닌 정규 프로그램에서 멤버의 잦은 교체는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일주년을 바라보는 청춘불패는 나름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그 성공은 타사에 또 다른 형태의 걸그룹 예능을 자극하는 계기도 되었다. 그러나 정작 원조가 흔들리는 현상은 안타깝기만 하다. 써니, 유리, 현아의 하차도 한 요인이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제작의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원인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청춘불패 자급자족의 대원칙, 워낭소리를 찾았을 때의 우보천리의 자세를 찾는 것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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