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크리에이터의 노력을 담아내는 <랜선라이프>의 노오력! (8월 17일 방송)

JTBC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

밴쯔는 먹방 방송을 촬영하기 전에 헬스장을 먼저 찾았다. 그는 트레이너에게 체지방량이 2년 전에 비해 많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도 동의했다. 측정 결과, 2년 전보다 2배가 늘었다. 4%에서 8%로 늘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2배가 늘었음에도 표준 이하라는 점이다. 매 방송 때마다 어마어마한 양을 먹는 밴쯔의 체지방량은 “거의 시합 뛰는 선수” 수준으로 낮았다.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은 걸그룹 멤버 리사의 커버 메이크업을 준비했다. 메이크업과 잘 어울리는 스튜디오를 섭외했다. 평소 사용하던 스튜디오가 아닌 탓에 테이블 위치 세팅에만 2시간이 걸렸다. 이날 스튜디오 대여 시간만 8시간이었다. 시청자들이 최종 보게 되는 방송은 10분 정도였다.

JTBC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

어마어마한 양을 먹기 위해 그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운동하는 밴쯔, 15초를 위해 2시간을 재촬영하는 씬님. JTBC <랜선라이프>는 크리에이터의 화려한 앞모습이 아니라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모는 근성 있는 뒷모습을 충실히 담아낸다. 그렇다고 그들을 느끼하게 예찬하거나 찬양하는 투가 아니다. 담담하게 그들의 일상을 담아내되, 그들이 짧은 방송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여준다.

밴쯔는 이날 ‘빨간맛 특집’으로 닭갈비와 양념 막창을 준비했다. 10인분을 모두 먹은 뒤 볶음밥까지 해 먹었다. 체다 치즈에 싸먹기, 퐁듀에 직어서 양배추쌈 싸먹기, 볶음밥에 김가루 뿌려 먹기, 김에 싸먹기, 케찹 뿌려 먹기 등 시청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밴쯔는 모두 놓치지 않고 일일이 응대했다. 볶음밥 한 숟가락을 먹더라도 소통을 잊지 않는 모습이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

<랜선라이프>는 밴쯔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모습뿐 아니라, 그 소통을 위해 감내하는 환경까지 꼼꼼히 담아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밴쯔의 방송방은 아파트 구조상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어서 35도 날씨에도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야만 했다. 그것도 매운 음식 10인분을 먹으면서 말이다.

만약 <랜선라이프>가 없었다면, 밴쯔는 그저 많이 먹는 크리에이터, 씬님은 커버 메이크업을 잘하는 크리에이터 정도로만 인식됐을 것이다. 그러나 <랜선라이프>가 있었기에, 밴쯔가 어떤 노력을 통해 먹방을 준비하고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시청자들과 소통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씬님이 찰나의 순간을 위해 몇 시간을 노력하는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주의 Worst: 늘어난 참견러, 그러나 밋밋해진 참견 <연애의 참견 2> (8월 14일 방송)

KBS Joy 예능프로그램 <연애의 참견 2>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1>이 호평을 받았던 건, ‘연애 상담’이라는 소재의 공도 컸지만 최화정-김숙-곽정은-주우재 케미가 좋았기 때문이다. 최화정이 큰언니답게 연애 사연을 통해 인생의 띵언(명언)을 던지면 곽정은이 제보자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고, 김숙이 분위기 메이커로서 균형을 맞추며 주우재는 청일점으로서 누나들에게 놀림 받는 막냇동생이자 남자 입장에서 고민을 재해석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초반에는 곽정은 자리가 매주 특별 게스트 자리로 바뀌었지만, 어느 순간 곽정은이 고정 패널로 합류했다. 네 사람 모두 각자의 역할도 뚜렷했고, 누구와 엮여도 케미가 좋았다. 연애 사연이 흥미로웠던 것도 있지만 그 사연을 풀어나가는 네 사람의 쫀쫀한 케미가 <연애의 참견>의 성공적인 첫 시즌을 완성시킨 것이다.

시즌2에서는 곽정은과 최화정이 하차했다. 김숙, 서장훈, 주우재, 한혜진, 알베르토 등 참견러들이 4명에서 5명이 늘었다.. 고작 한 명이 더 는 것이지만,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연애 상담도 다소 자극적으로 변했고 MC들 간의 케미도 전혀 살지 않는, 어딘가 모르게 늘어진 연애 상담 프로그램이 되었다.

KBS Joy 예능프로그램 <연애의 참견 2>

첫 번째 사연은 해외 장거리 커플의 사연이었다. 해외 유학 시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남자 친구가 한국 기업에 취직하게 되면서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남자는 사회생활의 연장이라는 핑계로 소개팅을 여러 번 했고,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여자에게 모텔에서 같이 자자고까지 했다. 심지어 여자친구와의 1년 연애를 부정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두 번째 사연은 캠퍼스 킹카와 연애하는 대학 새내기의 사연이었다. 여학생들의 호감 1순위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된 주인공은 연애 내내 스토킹에 시달렸다. 스토커의 정체는 남자의 전 여친이었다. 심지어 스토커는 오히려 자신이 주인공에게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다. 사연을 들은 MC들은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고민녀에게 스토킹한 것인지 범인 맞히기 게임으로 변질됐다. ‘고민 상담’과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진행자들의 캐릭터. 이것이 <연애의 참견>이 주는 재미의 핵심인데, 시즌2는 그런 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KBS Joy 예능프로그램 <연애의 참견 2>

또한 연애 사연의 수위나 내용도 과거 JTBC <마녀사냥>과 흡사해졌다. 시즌1에서는 다양한 연애 사연을 받았다면, 시즌2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사연들만 선택한 것 같다. MC들 사이에서 “대박”, “쓰레기”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반전의 연속이 계속됐다. 아무리 시즌2의 첫 회였다고 해도 너무 자극적이고 센 사연들만 모아놓았다. 그러다보니 ‘참견러’들의 발언도 세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마녀사냥>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연애의 참견>만의 색깔이 사라진 시즌2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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