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의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잠시 멈췄던 <썰전>이 원년멤버였던 이철희 의원의 컴백과 함께 방송을 재개했다. 이철희 의원은 유시민 작가, 노회찬 전 의원과는 분명 다른 색깔, 다른 열정이었지만 <썰전> 창립멤버답게 익숙하게 분위기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면 <썰전>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사실상 이철희 의원이 공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유시민, 노회찬 두 전임 진보 패널과 달리 시원시원한 맛은 다소 부족할지는 몰라도, 현재 보수 측 패널인 박형준 교수와 톤이 비슷해서 오히려 균형이 맞는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차분히 할 말을 다하는 모습에서 묘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다혈질의 전원책 변호사와 열정적인 유시민 작가의 궁합처럼 불꽃 튀는 설전은 없을지 몰라도 박형준 교수를 상대하기에는 안성맞춤이 될 듯도 싶다.
특히 이날 첫 번째 이슈로 다룬 기무사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문건을 처음 공개한 당사자였던 점은 이철희 의원의 컴백에 스스로 축포를 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었다. 노회찬 의원이 있었더라도 이철희 의원은 이 건으로 특별출연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데, 마침 당사자가 패널이 됐으니 <썰전>에는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날 <썰전>의 핵심 주제였다고 할 수 있는 드루킹 특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탄탄한 준비로 박형준 교수의 무차별 공세를 능숙하게 방어하고, 한발 더 나아가 역공까지 취하는 모습이 명불허전, 구관이 명관이라는 칭찬을 들을 만했다. 100만 원 수수설, 킹크랩 시연설 등 일부 언론들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대단한 의혹인 양 부풀렸던 내용들을 막힘없이 풀어나갔다.
결국 이철희 의원의 말은 현실이 됐다. 특검은 김경수 지사에 대한 영장청구를 신청하면서 100만원은 뺀 채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죄만을 적용했을 뿐이다. <썰전> 녹화일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특검의 영장 내용을 알 수 없었다. 특검의 영장신청 이후 언론들은 오히려 드루킹 사건을 간단히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무너진 특검’ ‘물영장’ 등의 표현으로 특검을 평가하고 있다.
그밖에 이어진 이슈들에서도 묘하게 이철희 의원은 관계를 갖고 있어 흥미를 더했다. 예컨대 대법원 사법농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고법원에 대해서도 과거 2015년 5월에 <썰전>에서 다뤘으며, 당시 진보 측 패널이 이철희 의원이었다. 이철희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면 강용석 변호사에게 “너무 세게 주장하는 거 아냐”고 묻자 강 변호사가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돌아온 원년멤버 이철희 의원의 신고식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 의원은 자신의 삶이 ‘썰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큰 경험이었다는 토로할 정도였으니 준비도 그만큼 철저히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휴방 기간 때문이었는지 너무 많은 이슈들을 다루면서 다소 산만한 느낌이 있었고, 후반부에 박지원 의원까지 출연하면서 시선이 분산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