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별 사소한 것들도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인터넷 세상에서 또 하나의 특이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관된 스타일을 고수하던 무한도전의 패셔니스타 정형돈이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가방이 아닌 새 가방을 메고 일밤 프로그램에 참여했음을 꼬집는 지적이 화제로 떠오른 것이죠. 참 별것 아닌 것도 흥밋거리구나 싶으면서도 그런 짓궂은 수군거림 안에 담긴 기발함과 재치, 팬으로서의 애정과 관심이 느껴져서 즐겁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요즘 방송에서 정형돈의 모습을 보면 그가 확실히 어떤 전환점을 거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소한 가방 교체 때문이 아니라 진행자로서 취하고 있는 자세와 행동, 프로그램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콩트에 익숙한 개그맨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단순한 패널을 거쳐 시도한 MC로서의 첫 번째 도전이 그리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이후, 진행자로 또 한 번 새롭게 도전하는 정형돈은 전과는 다른 무기를 품고 나타났다는 것이죠.
이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진행자로서 부족했던 것은 무난하고 튀지는 않지만 무엇을 해도 인상적이지 않은, 무색무취의 존재감 없음 이었으니까요. 이젠 진행자에게도 그저 유려하게 흐름을 주도해가는 것 이상으로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캐릭터를 요구하는 캐릭터 쇼가 지배하는 연예계에서 남들과는 다른 MC 정형돈만의 색깔을 발견했다는 것은 확실히 긍정적입니다. 게다가 조금은 억지스럽고 무례한 진상 아저씨의 캐릭터는 무한도전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인간 정형돈의 선한 품성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기에 그 독함이 방송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무기가 될 수 있구요. 비호감 캐릭터가 생명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방송 외의 모습에 대한 호감과 믿음이거든요.
물론 수많은 유보조건들이 붙은 긍정적인 전망이긴 합니다. 무엇보다도 시청률이 문제이죠. 정형돈은 자신이 메인으로 나선 프로그램 중에서 확실한 히트상품을 가진 경험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성공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조기 폐지나 하차라는 안 좋은 결과가 더 많았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여전히 실험적이고 유보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죠. 다른 방송국까지 영역을 넓히지 못하고 MBC에만 머물러 있는 보폭의 제한,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한 메인 MC로 나서기엔 부정확하고 둔탁한 발음도 확실히 개선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정형돈은 확실하고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박명수나 이수근, 유세윤의 부상과 발전을 봐도 그렇고 확실히 2010년은 MC 유망주들의 발전이 눈에 들어오는 한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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