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전 MBC와 춘천 MBC 노조가 이른바 '적폐청산' 과정에서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지고 있다며 사측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서울 MBC 본사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책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역 MBC에서는 적폐청산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전 MBC는 지난 4월 2일 노사 동수로 '혁신위원회'를 꾸려 ▲과거 불공정 보도 ▲방송사유화 ▲제작 자율성 침해 ▲잘못된 경영행위 등에 대한 진상 조사를 마무리하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당시 보직자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3일과 6일 열린 징계위원회 결과 국장 2명은 감봉 1개월, 부장 2명은 각각 근신 15일과 근신 5일의 징계가 결정됐다.

이한신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 MBC 지부장은 8일 성명을 내어 "구성원들의 정서와 많이 차이나는 징계 결과가 나왔다"며 "3개월간 혁신위원회 조사 결과와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인사위원회가 개최됐지만 납득되지 않는 솜방망이 징계 결정으로 부역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 지부(위)와 춘천 지부(아래)가 2017년 6월 지역시민단체들과 함께 ‘언론적폐청산과 부역자 퇴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 지부장은 "징계 사유로 66조 2항(직무상 의무를 위반할 경우) 위반을 적용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해 7분 지각과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감봉 3개월과 감봉 2개월을 받은 이교선, 이승섭, 이상헌 기자의 징계와 크게 비교된다"며 "또 근신 징계는 방송에서 단순한 편집 실수나 짧은 송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경징계"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대전 MBC지부는 신원식 대전 MBC 사장에게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보직국장들의 사퇴를 촉구한 상태다. 또한 이번 인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다.

언론노조 대전 MBC지부는 이번 징계 건과 관련해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특별 인사위원회를 꾸리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대전 MBC 사측은 사규 개정 등의 문제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그 결과로 솜방망이 징계가 이뤄졌다는게 대전 MBC지부의 설명이다.

춘천 MBC에서는 징계위원회 결정 과정에서 사장의 반려로 징계 수위가 뒤바뀐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6월 5일 춘천 MBC에서도 과거 부당노동행위 등의 이유로 책임자 5명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춘천 MBC에서는 '정상화 추진단'이 구성돼 4월부터 약 두 달간 조사를 진행,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열린 인사위였다.

최초 인사위가 결정한 책임자 징계 수위는 해고 1명, 정직 3개월 2명, 감봉 5개월 1명, 감봉 3개월 1명이었다. 그런데 사장의 반려로 열린 인사위에서는 정직 6개월 1명, 정직 3개월 2명, 감봉 5개월 1명, 감봉 3개월 1명으로 조정됐다.

최헌영 춘천 MBC지부장은 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사장은 인사위 개최 전 인사위원들의 결정 사항을 존중하겠다고 공언을 했다"며 "그런데 막상 결과가 나오자 마자 양형에 문제가 있다며 징계 처분을 하지도 않고 재심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재심 청구는 절차상 최초 인사위 결정에 대해 징계를 확정지은 뒤에 할 수 있는데 그런 절차적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재심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최 지부장은 "결제도 하지 않고 징계 처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재심을 청구했다"며 "재심 인사위원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구성하고, 노조의 문제 제기에도 재심을 개최했다. 양형이 과하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섭 춘천 MBC 사장은 지난달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사내 게시글을 통해 "최근의 사태는 경위야 어떻든 사장인 저의 부덕 소치"라며 향후 사안 결정에 있어 사원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김 사장의 반려로 열린 재심 인사위 징계수위에 대해 징계 당사자들은 또다시 재심을 요구했다. 5명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는 정직 6개월 1명, 정직 3개월 2명, 감봉 3개월 1명, 감봉 1개월로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심 끝에 징계 수위가 더 낮게 조정된 것이다. 또한 징계 당사자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고, 회사를 상대로 수당지급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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