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된 미공개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 홍보를 위해 언론을 활용했다. 이 가운데 양승태 사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매체는 바로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양승태 사법부의 상고법원 홍보부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31일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서 언급됐던 미공개 문서 228건을 추가 공개했다. 앞서 특조단이 조사한 문건 410개 중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직접 관련된 문건 182개를 공개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서 파일에서는 양승태 사법부가 언론을 활용해 상고법원 도입 여론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공을 들인 매체는 '조선일보'였다.

2015년 3월 30일 법원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조선일보 첩보보고>에는 최유력 언론사 사회부 차장 2인, 법조전문기자 1인과 만찬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이들이 산케이 지국장 형사사건에 대한 적극 보도 의사를 갖고 있으며, 상고법원안 통과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명숙 사건 상고심과 관련해서는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인한 오해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고, 1심 무죄, 2심 유죄 사건의 결론에 대해 정치권 및 주요 언론이 여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기조실은 대언론 착안사항 항목에서 "산케이 지국장 사건 관련, 처음에는 재판장의 소송지휘권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가, 상세한 설명으로 정확히 이해한 후 그 자리에서 보도 분량 및 논조 강화함"이라고 보고했고, "한명숙 사건 등 주요 관심 사건에 관해 선고 예정 기일 등 사건진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상당한 호감 확보 가능"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상고법원에 관한 설득 논리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기조실은 "법안 발의 의원들의 무관심, 기자들 사이에서의 무관심, 일반 국민의 무관심을 두루 언급", "상고제도 개선 필요성에서부터 상고법원의 효율·당위성에 이르기까지 전면적 홍보 강화 필요"를 언급했다.

▲31일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작성된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법원 기조실과 사법정책실은 지난 2015년 4월 25일에는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조선일보를 통해 설문조사, 지상좌담회, 사내(논설위원 등) 칼럼 콘텐츠를 5월 4주부터 6월 1주까지 집중 게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집중 게재 시기를 해당 시기로 잡은 이유로 국회의 법안 심의 일정을 고려하고, 6월 국회 개원 직전 홍보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적혀있다.

양승태 사법부는 설문조사의 문항 왜곡까지 시도했다. 설문 문항에서 기본방향을 상고법원안이 아닌 국회의원 168명이 제출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형태로 해 반대의견을 희석시키고, 법률안 중 변호사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을 부각시킨 후 마지막에 법률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상 좌담회는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사전 자료는 조선일보와 좌담회 참석자에게 제공한다고 적혀있었다.

2015년 5월 6일 작성된 <조선일보 방문 설명자료> 문건에서는 해당 문건에서 기술된 설문조사, 지상 좌담회, 사내 칼럼과 기고문을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양승태 사법부는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도입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중히 요청했다고 적었다. 특히 설문조사의 방식이나 질문의 형식, 지상 좌담회의 기획까지 조선일보에 상세히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승태 사법부는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홍보 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2015년 9월 20일 작성된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문건에는 ▲상고심 사건의 소가 총액과 당사자 총수에 관한 기획보도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 ▲전문가 지상좌담회 ▲사내 칼럼 ▲기고문 등을 조선일보에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5년 5월 28일자 조선일보 1면.
▲2015년 5월 28일자 조선일보 3면.

실제로 조선일보는 양승태 사법부의 요청을 십분 받아들여 보도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5월 28일자 조선일보는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해 1면과 3면에 걸쳐 <'上告법원' 논의, 國民입장에서 보라>, <대법원에 年3만7000건…"기다리기 지친다, 졸속재판도 싫다"> 기사를 게재했다.

▲2015년 10월 21일자 조선일보 8면.

조선일보는 2015년 10월 21일에는 8면 전면에 <대법관 '월화수목금금금' 일해도 벅찬데…上告법원 표류?>, <"감기환자들 몰려 수술 못하는 격">, <법무부 난색, 변협 집행부 반대> 기사를 내보냈다. 2015년 11월 4일에는 <의원 168명 발의한 上告법원 논의조차 않는 이유 뭔가> 사설을 통해 상고법원 도입 논의를 촉구했다.

▲2015년 11월 4일자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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